이명옥의 명작 따라잡기
우주·생명·자연의 신비 담은 나선(螺旋)
일정한 방향으로 회전하는 '나선모양'… 자연·우주·인간의 몸에서도 발견되죠
천문학에서 영감 받은 반 고흐는 밤하늘의 나선은하 그림으로 그렸죠
다슬기 원뿔 껍데기 조각한 올덴버그, 생명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했어요
솔방울, 달팽이 껍데기, 물의 소용돌이, 소용돌이 은하에는 공통점이 있어요. 일정한 방향으로 회전하는 선, 즉 나선 모양이라는 점이에요. 나선 모양은 자연과 우주뿐 아니라 인간의 몸에서도 발견됩니다. 유전자의 본체인 DNA, 손가락 끝의 지문, 머리의 가마가 나선 모양이지요. 우주, 자연, 인간에게서 발견되는 나선 모양은 예술가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했어요. 미국 예술가 로버트 스미스슨은 나선 모양에 매혹당한 대표적 예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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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1. 로버트 스미스슨 ‘나선형 방파제(Spiral Jet ty)’ 1970년.
작품1은 미국 유타주(州)의 그레이트 솔트 호수에 설치되었던 길이 457m, 너비 4.6m에 달하는 거대한 나선 모양 방파제예요.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캔버스와 붓, 물감이 아니라 그레이트 솔트 호수의 돌과 흙, 모래로 만들어졌지요. 많은 노동자가 참여해 방파제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사진으로만 볼 수 있어요. 호수의 물이 차올랐다가 빠지는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원래 모습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말았거든요. 스미스슨은 왜 방파제를 나선 모양으로 만들었을까요? 그리고 소중한 예술 작품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라지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대자연의 위대함을 보여주기 위해서예요. 전설에 따르면, 그레이트 솔트 호수는 태평양에서 들어온 물이 소용돌이를 일으켜 생겨났다고 해요. 스미스슨은 호수의 전설과 선사시대 고분, 지형에 나타나는 나선 모양을 참고하여 방파제를 만들었지요. 작품이 사라지도록 한 것은 인간이 창조한 예술 작품은 시간이 흐르면 없어지지만, 자연이 창조한 예술 작품은 영원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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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2. 클래스 올덴버그 '스프링(Spring)' 2006년.
미국 조각가 클래스 올덴버그는 다슬기 껍데기에서 영감을 받아 멋진 조각품을 창조했군요. 서울 청계광장에 있는 작품2는 하천이나 호수에 사는 다슬기의 나선 무늬와 뾰족하게 솟은 모양을 그대로 본떠 커다란 조각품으로 만든 거예요. 올덴버그는 이 작품으로 다슬기가 얼마나 아름다운 모양을 가졌는지 알려주고자 했어요. 작은 다슬기를 크게 키우면 사람들이 주의 깊게 관찰하고, 다슬기가 나선형 원뿔을 가진 아름다운 생명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거든요. 그런 한편 지구 환경을 보호하자는 의미도 담았어요. 다슬기가 '맑은 개울'이라는 뜻의 청계천에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물을 맑고 깨끗하게 관리하자는 메시지를 전한 거예요.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더 생기네요. 다슬기 껍데기에는 왜 나선 무늬가 있을까요? 생명체가 자연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선 모양이 만들어졌다고 해요. 그래서 '생명의 나선'이라고도 부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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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3. 프리덴슈라이히 훈데르트바서 ‘우는 사람들을 위한 잔디밭(Grass for Those who cry)’ 197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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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4.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1889년.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4에서는 훈데르트바서가 말한 나선 모양 별들을 만날 수 있어요. 고흐가 프랑스의 생 레미 요양원에서 그린 이 풍경화 속 밤하늘에 소용돌이 모양의 나선은하가 있지요. 고흐는 왜 나선은하를 그렸을까요? 미국 과학자 존 베로는 그 이유를 이렇게 풀이했어요. 고흐는 1879년 프랑스 천문학자인 카미유 플라마리옹이 발표한 '대중적 천문학'이라는 책을 읽고 영감을 받아 나선은하를 그렸다는 거예요. 책에 천문학자가 그린 소용돌이 모양의 나선은하 그림이 실렸거든요. 광기(狂氣)의 화가로 알려진 고흐가 천문학에도 관심을 갖고 책을 읽었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지요.
해바라기씨가 나선 모양으로 배열되는 것은 좁은 공간에 더 많은 씨를 배열해 비바람에도 쉽게 떨어지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고 해요. 이제부터 나선 모양을 발견하면, 그것이 생명의 신비와 소중함을 알려주는 자연의 선물이라는 점을 꼭 기억해야겠어요.
[함께 생각해봐요]
자세히 살펴보면 동식물이나 우리가 쓰는 물건 중에 나선 모양을 띤 것이 참 많아요. 나팔꽃이나 오이 같은 식물의 덩굴손, 볼펜 속에 든 스프링 등이 대표적이지요. 우리 주변에서 나선 모양이 나타나는 사례를 찾아보고, 나선 모양에 어떤 장점이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