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자연

장미처럼 가시 돋은 '아가씨 꽃'

입력 : 2014.04.17 05:45 | 수정 : 2014.04.17 09:19
요즘 자주 볼 수 있는 꽃 가운데 '아가씨 꽃'이란 예쁜 별명을 가진 꽃이 있단다. 학교 울타리나 공원에 많이 심는 꽃나무인데, 무엇일까? 바로 명자나무꽃이야. 장미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가지에 다닥다닥 붙어 핀 꽃이 앙증맞아. 은은한 향기도 참 좋단다. 명자나무꽃은 붉은색, 분홍색, 흰색으로 피는데, 꽃잎 가운데 노란 꽃술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지. 하지만 꽃이 예쁘다고 함부로 만졌다간 큰일 나. 날카로운 가시가 있거든.

명자나무꽃.
/그림=이재은(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꽃')
식물은 무엇으로 가시를 만들까? 가시가 있는 대표적인 식물 선인장은 잎이 변해 가시가 되었어. 하얗고 달콤한 꽃송이가 주렁주렁 열리는 아까시나무의 가시도 마찬가지야. 잎이 변하여 생긴 가시는 줄기에서 깨끗하게 똑 떨어진단다. 장미도 가시로 유명하지? 장미 가시는 잎이 아니라 줄기 껍질이 변한 거야. 찔레나무도 그래. 탱자나무처럼 가지가 가시로 변한 식물도 있는데, 이런 가시는 진짜 단단해서 꺾기도 어렵고 찔리면 아주 위험해. 명자나무 가시도 바로 가지가 변한 거야. 그러니까 명자나무꽃도 눈으로만 예뻐해 주는 게 좋을걸? 명자나무는 다 자라 봐야 남자 어른 키를 잘 넘지 않아서 예부터 울타리 삼아 많이 심었어. 단단한 가시도 있으니, 울타리로 제격이지?

명자나무꽃이 지면, 그 자리에 아기 주먹만 한 열매가 열려. 못생긴 사과 같기도 하고, 조금 예쁜 모과 같기도 해. 여름에 노랗게 익으면 모과처럼 향이 좋아. 모과처럼 명자나무 열매로도 차를 담가 먹어. 옛날 사람들은 벌레와 좀이 생기지 않도록 명자나무 열매를 옷장에 넣어 두기도 했대.

꽃을 본 적은 있는데, 그 열매는 본 적이 없다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어. 어쩌면 그전에는 명자나무에 열매가 열린다는 사실을 몰라서 못 본 게 아닐까? 올여름에는 명자나무 열매를 꼭 찾아보렴.


박윤선 | 생태교육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