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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부정선거에 항거한 민주 투사들이 잠든 곳

입력 : 2014.04.16 05:32 | 수정 : 2014.04.16 09:09

[78] 국립4·19민주묘지

이번 주 토요일(19일)은 4·19혁명이 일어난 지 54년째 되는 날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과 함께 '국립4·19민주묘지'를 둘러볼 예정이에요.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국립4·19민주묘지는 1960년 4·19혁명 당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잠든 곳으로, 1963년에 건립되었어요.

4·19혁명은 우리나라가 민주화를 이루는 데 중요한 기틀을 마련한 사건이에요. 1960년 4월 11일 경남 마산에서 김주열이라는 학생의 시신이 발견된 것이 4·19혁명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지요. 당시 마산상업고 1학년이던 그는 3·15 부정선거에 항거하는 데모에 참가했다가 정권의 무력 진압 속에 행방불명된 상태였어요. 어린 학생이 살해된 데 분노한 마산 시민은 규탄대회를 열었습니다. 뒤이어 4월 18일에 고려대 학생 3000여명이 부정선거와 김주열 학생의 죽음에 대한 정부 책임을 물으며 평화시위를 벌였고요. 하지만 정권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학생 십여명이 부상당합니다.

(왼쪽 사진)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3·15 마산 시위 모습이에요. (오른쪽 사진)국립4·19민주묘지에는 4·19혁명 당시 순국한 민주 투사를 기리는 기념탑이 세워졌어요.
(왼쪽 사진)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3·15 마산 시위 모습이에요. (오른쪽 사진)국립4·19민주묘지에는 4·19혁명 당시 순국한 민주 투사를 기리는 기념탑이 세워졌어요. /조선일보 DB·정복남 기자
그러자 이튿날인 4월 19일, 고려대뿐만 아니라 서울대, 연세대, 홍익대 등 서울 시내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섰어요. 그들은 국회의사당(현재 서울시의회 건물) 앞에서 부정선거 규탄과 학원 자유를 외치며 이승만 대통령이 있는 경무대(청와대의 옛 이름)를 향해 행진했습니다. 학생들과 뜻을 같이한 시민도 참여하여 경무대 앞에 모인 사람 수만 2만여명에 달했어요. 이때 서울 시내 곳곳이 시위대로 넘쳤는데 그 수가 10만명이 넘었다고 해요. 경찰은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최루탄과 공포 사격을 했습니다. 경무대를 지키던 경찰들은 시위대에게 총을 쏘았고요.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고 말았습니다.

이 사건으로 국민의 분노는 더욱 커졌습니다. 6일 후인 4월 25일, 이번엔 대학교수들이 독재 정권과 부정선거에 항거하는 시국선언()을 하고,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해요. 그리고 전국 곳곳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여학생, 심지어 초등학생들까지도 참가한 시위가 벌어져요. 4월 26일 이승만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물러난다는 성명을 발표합니다.

1960년 4월 19일, 경찰의 총에 맞아 쓰러진 학생들이 묻힌 곳이 바로 국립4·19민주묘지입니다. 이곳은 예전에는 4·19공원묘지로 불리다가 4·19혁명 35주년이 되던 1995년에 국립묘지로 승격되었어요. 묘지 안에 세워진 4·19혁명기념관에 들르면, 4·19혁명에 대한 역사를 배울 수 있답니다. 4·19혁명이 왜 일어났으며 당시 상황이 어떠했는지 볼 수 있는 다양한 자료가 구비되어 있거든요. 특히 매일 오전 10시 30분, 오후 2시에 상영되는 15분짜리 영상물은 4·19혁명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시국선언(時局宣言)
: 교수, 재야인사 등 지식인이나 종교계 인사들이 정치·사회적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해결을 촉구하는 것.

★하야(下野): 시골로 내려간다는 뜻으로, 관직이나 정계에서 물러남을 이르는 말.


[1분 상식] '3·15 부정선거'란 무엇인가요?

1960년 3월 15일은 제4대 대통령 선거 및 제5대 부통령 선거일이었어요. 이날 이승만 대통령은 득표율 85%, 이기붕 부통령은 73%의 득표율로 당선됐지요. 그러나 이 선거 결과를 믿는 국민은 거의 없었어요. 당시 선거 부정이 심각했기 때문이에요. 결국 한 경찰관이 폭로한 ‘부정선거 지령서’를 통해 부정선거의 진실이 밝혀졌지요. 투표함 바꿔치기, 득표수 조작하기, 기권한 사람 투표 대신하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저질러진 부정선거는 결국 이승만 정권을 물러나게 하였어요.


임후남 |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