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세상

善(선·착함)과 惡(악·악함)… 인간 내면의 두 얼굴

입력 : 2014.04.14 05:43 | 수정 : 2014.04.14 09:07

[11] 로버트 스티븐슨 '지킬 박사와 하이드'

인간의 이중성 빗댄 지킬 박사와 하이드… 지킬은 원래 인간이 양면성 지닌다 믿어
오랜 연구 끝에 선·악 분리하는 약 개발… 하이드로 변해 사악한 행동 저지르죠

이성과 감성 모두 지닌 인간의 내면… 갈등 속에서도 합리적 균형이 필요해요

우리나라 교통사고의 70%가 분노 혹은 난폭 운전 때문에 발생한다고 합니다. 운전 중에 순간적으로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해 사고를 내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에요. 도로에서 벌어지는 운전자의 이러한 난폭 행동을 '로드 레이지(road rage)'라고 한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로드 레이지로 인한 교통사고가 매년 증가하여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고 해요. 놀라운 사실은 평소에 매우 온순한 사람도 운전대를 잡는 순간 야수로 돌변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전문가들은 자동차 안에 얼굴을 감춘 상태로 복잡하고 힘이 센 기계를 조종하면서 사람 안에 잠재되어 있던 공격성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하지요.

이처럼 사람에게는 상반된 모습이 공존합니다. 마치 서로 다른 존재가 한 몸에 있는 것처럼 말이에요. '양의 탈을 쓴 늑대' 혹은 '두 얼굴의 사람'이라는 말은 이러한 인간의 이중성을 잘 보여주지요. 그리고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을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 빗대기도 합니다. 뮤지컬로도 잘 알려진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1886년 영국 작가 로버트 스티븐슨이 쓴 소설이에요. 이 책은 출간 6개월 만에 4만부가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어요.

[책으로 보는 세상] 善(선·착함)과 惡(악·악함)… 인간 내면의 두 얼굴
/그림=이병익
한겨울 새벽, 영국 런던 거리에서 한 사내가 어린아이와 부딪치고는 태연히 아이를 짓밟고 가버리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왠지 혐오스럽고 기분 나쁜 모습을 한 사내는 아이의 가족에게 지역 저명인사의 서명이 적힌 수표를 주고 사라져요. 변호사인 어터슨은 사라진 사내의 이름이 '하이드'이고, 수표에 서명한 사람은 자신의 친구인 '지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얼마 후 다른 살인 사건에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하이드는 지킬에게 편지를 남기고 또다시 자취를 감춥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편지 속 하이드의 필체가 지킬의 것과 똑 닮아있었지요. 어터슨은 지킬이 하이드에게 협박당했다고 생각하여 지킬을 찾아가요. 하지만 지킬은 오히려 자신이 오랫동안 하이드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해요. 그러던 어느 날 어터슨은 지킬의 연구실에서 편지를 발견하고, 그동안의 궁금증을 풀게 됩니다.

'내가 에드워드 하이드의 모습을 하고 있을 때면 처음 나를 접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의심과 불안을 드러냈다. (중략) 내가 나 자신의 영혼에서 불러내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쾌락을 즐기도록 보내준 이 악마는 천성적으로 사악하고 비열했다. 모든 행동과 생각이 자기중심적이었고, 야수 같은 욕망으로 어떻게든 남을 괴롭히는 쾌락을 탐닉했으며, 돌처럼 냉혹한 인간이었다.'

지킬은 인간이 본래 두 개의 존재라고 믿었어요. 그래서 오랜 연구 끝에 인간의 이중적인 요소를 분리할 수 있는 약을 만들었지요. 지킬은 이 약을 통해 순수한 악으로만 이루어진 하이드로 변하여 사악한 행동을 했던 것입니다. 지킬은 약을 먹고 하이드로 변했다가 지킬로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했어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하이드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약의 양을 늘려도 지킬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어려웠어요. 지킬이 약해질수록 하이드의 힘은 점점 더 커집니다. 이때 지킬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그리고 지킬의 생각처럼 인간은 정말 두 개의 존재로 분리될 수 있을까요?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인간의 마음은 두 마리 말(馬)이 끄는 마차"라고 했습니다. 두 마리 중 하나는 혈통이 좋고 행동도 바르지만, 다른 말은 혈통이 좋지 않고 마부의 지시를 잘 듣지 않아요. 이런 마차를 타고 올바른 방향을 향해 가려면, 마부 즉 이성(理性)이 고삐를 쥐고 두 마리 말을 잘 통제해야 하지요. 이때 다루기 어려운 말은 욕망을 추구하는 충동적인 감정을 상징합니다. 만약 마부가 이 말에게 지면, 마차는 오직 쾌락을 향해서만 질주하게 되겠지요. 능숙한 마부가 서로 다른 두 마리 말을 원하는 방향으로 잘 끌고 가는 것처럼, 우리도 이성과 감성의 갈등 속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고자 늘 노력해야 합니다.


#이야기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쓰인 때는 영국이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빅토리아 시대예요. 영국은 당시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하여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었어요. 이렇게 생활수준이 높아지자 사치와 향락에 빠지는 영국인이 늘고, 겉치레를 중시하는 풍토가 널리 퍼졌어요.

지킬 박사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고상하고 진중한 겉모습만 보여주느라 자신의 속마음은 늘 숨기고 살았지요. 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내면을 감추다 보면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감정(感情) 노동'이란 말을 들어봤나요? 자신의 감정과 상관없이 언제나 밝고 친절한 표정과 말투로 고객을 대해야 하는 서비스업 종사자의 노동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그런데 감정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고객에게 부당한 일을 당해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억눌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의 상처가 깊어지고 점차 무기력해져서 대인기피증이나 공황장애까지 겪게 된다고 해요. 그래서 요즘 감정 노동 종사자를 위해 심리 상담이나 치유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기업도 늘고 있습니다.

인간의 내면에는 이성과 감성이 모두 존재해요. 그래서 지나치게 한쪽 면만 강요하거나 억압하면 부작용을 일으키지요. 플라톤은 인간의 감성이 이성에 의해 잘 통제될 때 인간이 행복할 수 있다고 얘기해요. 두 마리 말 중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마리 말을 모두 잘 끌고 가야 한다는 뜻이에요. 그러므로 진짜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조화롭게 균형을 이뤄 살아가고자 노력해야겠지요?


[함께 생각해봐요]

여러분은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말을 들어봤나요? 사람은 놀이하며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예요. 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요즘 사회에서는 어린이도, 어른도 제대로 놀이하는 사람이 드물지요. 그만큼 스트레스가 더 쌓이고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스트레스를 날려줄 ‘나만의 놀이법’을 가졌나요?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겁고 행복한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박주영 |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