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자연

식탁 위 봄기운 머금은 쌉싸름한 기름나물

입력 : 2014.04.10 05:36 | 수정 : 2014.04.10 09:00
가로수마다 푸릇푸릇 싹이 움튼 걸 보았니? 땅에서도 온갖 풀이 쏙쏙 올라오고 있어. 식탁 위에는 봄기운을 머금은 나물들이 올라와 입맛을 돋우지. 그 가운데 유채는 상추, 쑥갓, 열무 등이 나기 전에 먹기 좋은 채소야. 꽃대를 세우기 전에 어린줄기랑 잎을 살짝 데쳐 나물처럼 무쳐 먹거나, 겉절이를 해 먹으면 맛있어. 어린잎으로 그냥 쌈을 싸 먹어도 좋지. 유채는 예쁜 노란 꽃이 보기 좋을 뿐만 아니라, 이른 봄에 잎이 나는 채소이기도 하거든. 동글동글 작은 씨앗으로는 기름을 짤 수 있어. 유채 기름은 음식을 만들 때 쓰이기도 하고, 비누나 합성고무를 만드는 데에도 쓰여. 그뿐만 아니라 염색에도 쓰이고, 자동차에 넣는 대체 연료가 될 수도 있대. 옛날엔 등잔불을 밝히는 기름으로도 썼지. 기름을 짜고 남은 찌꺼기는 사료나 비료로 쓰기 좋다고 해. 정말 요모조모 쓸모가 많지? '유채(油菜)'라는 이름은 바로 '기름나물'이란 뜻이란다.

유채.
/그림=이재은(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꽃')
우리나라에선 주로 늦가을에 유채 씨를 뿌려. 씨앗은 작지만, 심으면 싹이 아주 잘 나는 편이야. 심은 지 열흘쯤 지나면 하트 모양의 떡잎이 쏙 올라와. 어느 정도 자라다가 겨울이 되면 푸른 잎을 말리고 땅에 바짝 붙어 겨울을 나지. 이듬해 이른 봄이 되면 다시 쑥쑥 자라 노랗고 앙증맞은 꽃을 피운단다. 열매가 맺히면 줄기가 조금씩 마르는데, 이때 유채를 베어 말리면 돼.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사나흘 말렸다가 털면, 가늘고 긴 꼬투리 속에서 흑갈색 씨앗 수십 개가 쏟아져 나와.

우리나라에서 유채꽃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어디일까? 바로 남쪽 섬 제주도야. 중국에서도 우리나라처럼 주로 따뜻한 남쪽 지방에서 유채를 키워. 몇 시간을 차로 달려도 끝나지 않을 만큼 넓디넓은 유채밭이 있지. 유채 꽃이 활짝 피면, 사람들은 그 풍경이 아름다워 좋아하고, 벌들은 꿀이 많아 좋아한단다.



박윤선 | 생태 교육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