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활짝 핀 벚꽃에 왜 곤충이 몰릴까?
꽃이 아름답게 피는 이유 '번식'에 있죠… 자신의 종자 널리 퍼뜨려서 생존해요
바람을 통해 수분하는 '풍(風)매화', 곤충을 이용해 수분하는 '충(蟲)매화'
곤충 유혹하는 꽃의 화려함과 향기… 사람들에게도 행복감을 주지요
"전국 각지에서 벚꽃 축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요즘 봄의 전령사인 벚꽃이 화려함을 뽐내고 있어요. 마치 나무 위에 연분홍색 구름이 드리운 것 같은 환상적인 모습이지요. 전국 각지에서 열린 벚꽃 축제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습니다. 마치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벚꽃이 활짝 핀 것 같아요.
과학적으로 살펴보면, 꽃이 아름답게 피는 이유는 '번식'에 있어요. 즉, 자신의 종자를 널리 퍼뜨려 살아남기 위한 수단이지요. 꽃이 예쁘면 번식에 유리하다니, 얼핏 들으면 이해가 잘 안 되지요? 하지만 꽃의 모습은 번식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대부분의 동물은 번식을 위해 암수가 만나 각각의 유전자를 더하여 수정해요. 이렇게 서로 다른 유전자가 더해져 번식하는 것은 식물도 마찬가지예요. 식물도 수술에서 만들어진 꽃가루가 암술에 붙어 수분(★)이 되어야 열매를 맺어 새 생명으로 자랄 씨앗이 만들어지니까요.
- ▲ 그림=정서용
여기서 동물과 식물이 다른 것은 '움직임'에 있습니다. 동물은 스스로 움직여 원하는 짝을 찾아 나설 수 있어요. 그래서 외모를 가꾸고 강함을 과시하여 서로를 유혹하지요. 하지만 식물은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동물과 같은 방법을 쓸 수 없어요. 그래서 식물은 자신의 유전 정보가 담긴 꽃가루를 대신 전해줄 심부름꾼을 이용해야 하지요.
그럼 꽃가루는 누가 운반해 줄까요? 바로 바람, 곤충 등이랍니다. 바람은 입자 크기가 아주 작은 꽃가루를 멀리 날아가게 해 줄 수 있어요. 이렇게 바람을 통해 수분하는 식물들을 바람을 의미하는 한자인 '풍(風)' 자를 써서, '풍매화(風媒花)'라고 해요. 소나무, 자작나무, 떡갈나무, 단풍나무, 밤나무, 버드나무 등의 꽃을 보면 꽃잎이 넓지 않고 전체적으로 길쭉하게 생겼으며, 촘촘하게 난 털끝에 꽃가루가 묻어 있는 형태로 되어 있어서 꽃가루를 바람에 쉽게 날려 보낼 수 있지요. 이러한 수분 방법의 단점은 바람의 움직임이 매우 불규칙하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풍매화는 엄청난 양의 꽃가루를 만들어내지요. 아무리 바람이 불규칙해도 수많은 꽃가루를 퍼뜨리면 암술에 달라붙을 수 있는 확률도 그만큼 커지니까요.
벚꽃, 진달래, 유채, 튤립, 매화 등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식물들은 곤충을 이용해 수분해요. 벌, 나비 등의 몸에 꽃가루를 묻힌 후, 다른 꽃에 앉도록 하여 수분이 되게 하지요. 이런 방식을 이용하는 식물은 벌레를 의미하는 한자인 '충(蟲)' 자를 써서, '충매화(蟲媒花)'라고 해요. 이런 방식은 곤충을 이용해 꽃에서 꽃으로 바로 전달하기 때문에 꽃가루가 무겁고 양이 적어도 수분이 될 확률이 무척 높지요. 단, 곤충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곤충을 유인할 만한 수단이 필요하겠지요? 충매화가 화려한 색깔의 꽃잎을 활짝 펼치고 진한 향기를 내는 이유는 바로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서랍니다. 곤충은 시각과 후각이 예민하거든요.
충매화 중에는 해바라기나 호박꽃처럼 큰 꽃을 피우는 경우도 있지만, 벚꽃처럼 비교적 작은 꽃을 피우는 경우도 있어요. 작은 꽃은 그만큼 곤충을 부르는 데 불리하기 때문에 꽃송이들이 뭉쳐 있곤 하지요. 꽃송이들이 뭉쳐 있으면 그만큼 더 화려해 보이고 진한 향기를 낼 수 있으니까요. 풍매화와 충매화는 이처럼 꽃의 겉모습만 보고도 쉽게 구별할 수 있어요.
하지만 같은 충매화라 하더라도 꽃마다 생김새가 달라요. 어떤 꽃은 꽃잎의 밑동이 떨어져 있어서 한 장 한 장 꽃잎의 수를 셀 수 있는가 하면, 밑동이 붙어 있어 꽃잎 한 장으로 된 꽃도 있어요. 전자를 '갈래꽃', 후자를 '통꽃'이라고 하지요. 그리고 식물의 꽃을 구성하는 4가지 요소, 즉 꽃잎, 꽃받침, 암술, 수술을 다 지닌 꽃을 '갖춘꽃'이라고 해요. 반면 이 요소 중 하나라도 빠진 꽃은 '안갖춘꽃'이라고 합니다. 그럼 여기서 궁금한 점이 하나 생기지요? 갖춘꽃은 암술, 수술이 다 있으니 스스로 수분할 수 있을까요? 물론 가능해요. 암술, 수술을 다 가진 꽃은 '양성화(兩性花)'로 불리며, 스스로 수분하는 게 가능해요. 하지만 스스로 수분할 경우에는 유전자가 단순해져서 튼튼하게 자라기 어렵다고 해요. 식물은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탁월한데, 그런 환경적 요인이 유전자에 기록돼요. 즉, 다른 장소에서 날아온 꽃가루와 수분이 되면 그만큼 유전자의 적응 능력도 좋아져서 더 튼튼하고 열매도 잘 맺는 식물이 될 수 있는 거예요. 꽃을 잘 보면 암술머리가 높이 올라와 있는 걸 볼 수 있어요. 그것은 아래쪽에 있는 자신의 꽃가루가 최대한 붙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랍니다. 종족 번식을 위한 식물의 지혜가 정말 놀랍지요?
어떤가요? 꽃의 화려함과 향기가 사람이 아니라 곤충을 유혹하기 위한 것이라는 걸 알고 보니 꽃이 어쩐지 다르게 보이지 않나요? 그런데 식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꽃을 보고 행복을 느끼면 그 식물의 성장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해요. 실제로 사랑을 담아 키운 화초는 똑같은 환경에서 자란 다른 화초보다 튼튼하고 더 화려한 꽃을 피우는 것을 볼 수 있지요. 어쩌면 식물의 꽃은 단순히 번식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사람과 교감하기 위한 목적도 가진 게 아닐까요?
[함께 생각해봐요]
바람, 곤충 대신 다른 것을 이용하여 수분하는 식물도 있을까요?
해설: '붕어마름'은 꽃가루가 물에 흩어져서 수분이 되고, '나자스말'은 꽃가루가 물 밑으로 가라앉아 물 밑에 핀 암꽃에 수분이 되지요. 이처럼 물을 통해 수분하는 식물을 '수매화(水媒花)'라고 해요. 또한 동백나무의 꽃가루는 '동박새'라는 새가 옮겨주는데, 이런 식물을 '조매화(鳥媒花)'라고 부른답니다.
★수분(受粉): 종자식물 생식 과정의 하나로, 수술에서 만들어진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붙는 일을 말함. '가루받이'라고도 한다.
[관련 교과] 5학년 1학기 '식물의 구조와 기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