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명작 따라잡기

좌우대칭의 아름다움

입력 : 2014.04.03 05:35 | 수정 : 2014.04.03 09:09

국가의 통치자인 왕 위엄 보여준 〈작품1〉
신비하고 영적인 종교적 감정 표현 〈작품2〉
미국 라이트형제 비행에 영감 얻은 〈작품3〉
살풀이 춤을 추는 무용수의 에너지 〈작품4〉
균형감·통일감으로 빚어낸 조화의 미(美)

봄을 알리는 나비가 날개를 팔랑거리며 날아가는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답지요. 영국의 수학자 이언 스튜어트는 '대칭의 역사'라는 책에서 나비가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두 날개가 좌우대칭을 이루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좌우대칭이란 대칭선을 중심으로 양쪽의 모양과 위치가 똑같이 배치된 것을 말해요. 그렇다면 좌우대칭은 왜 아름답게 느껴질까요? 대칭선을 중심으로 왼쪽과 오른쪽에 같은 모양이 거울처럼 반복되면 균형감과 통일감이 생기기 때문이에요.

작품 1. ‘일월오봉도’ 사진
작품 1. ‘일월오봉도’, 6첩 병풍, 19세기~20세기 초,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조선시대 궁중에서 그림을 그린 화원들도 좌우대칭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작품에 표현했어요. 작품 1은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라고 부르는 6첩 병풍 그림이에요. '일월오봉도'는 해와 달, 5개의 산봉우리로 이루어진 그림을 말하는데, 조선시대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장식용 그림이었어요. 그래서 왕이 있는 공식적인 자리에는 일월오봉도가 세워졌지요. 병풍 그림을 자세히 보면 흥미로운 점이 보입니다. 대칭선을 중심으로 해와 달, 5개의 산봉우리, 2개의 폭포, 소나무 4그루, 물결 치는 파도가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거든요. 왜 좌우대칭 구도를 선택했을까요? 바로 최고 권력자인 왕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였어요. 좌우대칭 구도는 왼쪽과 오른쪽에 같은 모양이 배치되기 때문에 사람들의 눈길을 그림 한가운데로 모으는 역할을 하거든요. 그림 앞의 중앙에는 누가 앉았나요?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인 왕이 의자에 앉아 국가의 중요한 일들을 처리하곤 했어요. 이 그림은 좌우대칭 구도가 국가 통치자인 왕의 위엄을 보여주기 위해 활용되었음을 알려준답니다.

 작품 2. 윌리엄 블레이크, ‘그리스도의 무덤을 수호하는 천사들’ 사진
작품 2. 윌리엄 블레이크, ‘그리스도의 무덤을 수호하는 천사들’, 1806년경.
영국 화가 윌리엄 블레이크가 그린 작품 2에서도 좌우대칭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요. 그리스도의 시신을 지키는 두 천사의 모습이 서로를 비추는 거울처럼 똑같네요. 블레이크는 왜 그리스도의 시신을 중심으로 양쪽 끝에 두 천사를 좌우대칭이 되게 배치했을까요? 신비하고 영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지도록 하기 위해서였어요. 이 그림을 그릴 무렵, 그는 중세 기독교 교회 건축물에서 제단 위나 뒤에 설치되었던 제단화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블레이크는 제단화를 연구한 결과, 그 아름다움의 비밀이 좌우대칭에 있으며, 좌우대칭이 경건하고 고요하며 장엄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그는 중세 제단화의 특징인 좌우대칭에 우아한 리듬감을 결합했지요. 그리스도의 영혼이 수호천사의 보호를 받으며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듯한 신비한 느낌이 들도록 말이에요. 이 그림은 좌우대칭이 종교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도 활용되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작품 3. 앤서니 곰리, ‘북쪽의 천사’ 사진
작품 3. 앤서니 곰리, ‘북쪽의 천사’, 1997~98년.
영국의 조각가 앤서니 곰리도 천사를 좌우대칭으로 표현했네요. 작품 3은 영국 북부의 탄광 도시인 게이츠헤드에 설치된 천사 조각상이에요. 천사는 인간 세상을 지켜주려는 듯 거대한 날개를 활짝 펼친 모습으로 높은 언덕에 서 있지요. 그런데 그 모습이 비행기의 형태를 닮았군요. 곰리는 실제로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동력 비행기 플라이어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하늘을 날았던 역사적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이 조각상을 제작했다고 합니다. 천사의 몸을 좌우대칭으로, 날개를 납작하게 만든 것도 비행기와 닮게 하기 위해서였어요.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기네요. 비행기는 왜 좌우대칭으로 생겼을까요?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예요. 만약 대칭선을 중심으로 비행기의 한쪽이 무겁거나 가벼우면, 날아가다가 무거운 쪽으로 몸체가 기울어 추락하고 말 테니까요. 즉 안전한 비행을 위해 비행기를 좌우대칭으로 만든 것이에요.

작품 4. 진시영, ‘흐름(Flow) 3-4’ 사진
작품 4. 진시영, ‘흐름(Flow) 3-4’, 2012년.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 작가 진시영은 좌우대칭을 몸의 에너지를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했어요. 작품 4에서는 대칭선을 중심으로 화려한 빛줄기가 좌우대칭을 이루면서 퍼져 나가요. 이 빛줄기는 우리나라 전통춤인 살풀이춤을 추는 무용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아 움직이는 힘, 즉 에너지예요. 눈에 보이지 않는 몸의 에너지를 어떻게 그림에 표현했을까요? 그는 두 남녀 무용수에게 LED 조명을 붙인 특별한 옷을 입게 했어요. LED 조명 옷은 순식간에 사라지는 몸의 에너지를 보여주기 위한 방법이지요. 무대 조명을 끈 상태에서 두 무용수가 가야금 연주에 맞춰 살풀이춤을 추는 동작을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그중 한 장면을 그림으로 옮겼어요. 이 작품에서 좌우대칭은 하늘과 땅, 해와 달, 낮과 밤, 남성과 여성 등 반대되는 성질을 통합해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것을 의미해요. 작가 진시영이 춤과 음악, 영상과 전자 기술을 융합한 예술 작품을 창조하는 것도 화합하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예요.

좌우대칭을 이루는 미술 작품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의 비밀을 알려 주었어요. 좌우대칭이 지닌 아름다움을 우리의 삶에도 알맞게 이용하면 어떨까요? 바로 안정과 균형, 통일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삶 말입니다.

[함께 생각해봐요]

좌우대칭은 사람들에게 안정감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고 해요. 여러분은 주변에서 좌우대칭으로 생긴 물건을 본 적이 있나요? 오늘은 집 안을 한번 돌아보며 좌우대칭인 물건을 찾아보세요. 그 물건을 좌우대칭으로 만든 이유도 함께 생각해보세요.

이명옥 | 사비나 미술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