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리더

노벨상 받은 첫 환경운동가… 아프리카에 꿈과 나무 심었죠

입력 : 2014.03.31 05:15 | 수정 : 2014.03.31 09:03

[9] 왕가리 마타이

이번 주 토요일(4월 5일)은 나무 심는 날인 '식목일'이에요. 나무 한 그루를 심는 일은 얼핏 그리 대단한 일처럼 보이지 않겠지만, 나무 심기로 세상을 변화시킨 사람이 있어요. 바로 케냐의 환경운동가인 왕가리 마타이예요.

왕가리 마타이는 1940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키쿠유족의 후손으로 태어났어요. 가난한 집안 형편과 여자라는 이유로 학교 교육을 받기 쉽지 않았지만, 왕가리 마타이는 열심히 공부하여 미국 유학 기회를 얻었습니다. 미국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여 석사 학위까지 받은 그녀는 1971년 나이로비대학에서 케냐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박사 학위(수의학)를 받아요. 그녀는 학문을 더 깊이 연구하여 케냐 발전에 보탬이 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좋은 조건의 직장을 마다하고, 케냐로 돌아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요. 케냐 발전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이 조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지요.

(왼쪽 사진)‘나무들의 어머니’로 불리는 왕가리 마타이는 아프리카 여성 최초로 노벨상(평화상)을 받았어요. (오른쪽 사진)왕가리 마타이가 펼친‘나무 심기 운동’으로 아프리카 전역에 총 3000만 그루의 나무가 새로 심어졌어요.
(왼쪽 사진)‘나무들의 어머니’로 불리는 왕가리 마타이는 아프리카 여성 최초로 노벨상(평화상)을 받았어요. (오른쪽 사진)왕가리 마타이가 펼친‘나무 심기 운동’으로 아프리카 전역에 총 3000만 그루의 나무가 새로 심어졌어요. /Corbis 토픽이미지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고향을 방문한 왕가리 마타이는 큰 충격을 받습니다. 그녀가 어린 시절 형제들과 뛰어놀던 숲이 메마르고 황폐한 벌판으로 변했거든요. 아름답던 강물도 말라버렸고, 야생동물들도 사라졌어요. 마을 한복판에 서 있던 키쿠유족의 전설이 깃든 커다란 무화과나무도 그루터기만 남아 있었지요. 왕가리 마타이는 자신의 고향뿐만 아니라 케냐 곳곳이 황폐화되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환경 파괴가 케냐 사람들의 삶을 위협한다는 사실도 알게 돼요. 땅속에 물을 잡아두던 나무가 사라지면서 강물이 말라버리자 사람들은 마실 물을 구하기 위해 몇 시간을 걸어 물을 길어 와야 했어요. 땅이 메말라 농사도 잘되지 않았고요.

왕가리 마타이는 케냐의 자연환경을 되살리기 위해 나무 심기 운동을 시작해요. 하지만 이 운동은 난관에 부딪힙니다. 당시 케냐는 국가 주도 아래 산업화를 추진하며, 숲을 밀어내고 공장을 짓는 일에 박차를 가했거든요. 개발을 추진하는 거대 기업과 손잡은 부패한 정치인들은 왕가리 마타이의 나무 심기 운동을 방해하고 탄압했어요. 숲을 지키기 위해 시위를 벌였다는 이유로 그녀는 감옥에 갇히기도 했어요. 하지만 왕가리 마타이는 이런 시련에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노력은 산업화를 지지하던 케냐 국민의 마음마저 움직이지요. 나무 심기 운동은 케냐를 넘어 아프리카 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케냐와 아프리카에 3000만 그루의 나무가 새로 심어졌어요. 그리고 지난 2004년, 왕가리 마타이는 아프리카 환경 보호에 앞장선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어요. 노벨상 역사상 환경운동가가 수상한 것은 처음이었으며, 아프리카 여성이 받은 것도 최초였습니다.

2011년 7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왕가리 마타이는 "시신이 담길 관을 위해 나무가 베어져서는 안 된다"며 화장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어요. 생애 끝까지 한 그루 나무를 사랑한 그녀에게 사람들은 '나무들의 어머니'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어요. 자연보호에 평생을 헌신한 왕가리 마타이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별명이지요?


[1분 상식] 식목일과 청명은 어떤 관계일까요?

매년 4월 5일은 식목일이에요. 그런데 올해 달력을 보면 4월 5일에 ‘청명(淸明)’이란 말도 함께 적혀 있어요. 24절기 중 5번째 절기인 청명은 곧 날씨가 좋아져 농사일을 시작하기 좋은 시기라는 뜻이에요. 식목일이 4월 5일로 정해진 것도 청명 무렵이 나무 심기에 적합하기 때문이에요. 또 조선시대 성종 임금이 1343년에 동대문 밖 선농단(先農壇)에서 직접 밭을 일군 날도 바로 이날이었다고 하지요. 우리나라에서는 1900년대 초반부터 나무 심기 행사가 이루어졌는데, 1946년에 4월 5일을 식목일로 정하여 지키고 있어요.


김선영 | 후(who) 시리즈 위인전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