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여행
독일 통일 일궈낸 평화 혁명의 진원지
[75] 독일 라이프치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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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치히는 옛날 동독 지역에 속했던 작센 주에 있는 도시예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준비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발표하면서 통일 논의가 활발해졌어요. 이와 함께 지난 1990년 이뤄진 독일의 통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지요. 통일 후 24년이 지난 지금, 옛 동독 주민은 대체로 통일에 대해 만족스럽게 생각한다고 해요. 독일 베를린-브란덴부르크 사회과학연구센터의 2013년 조사에서 옛 동독 주민의 49%가 '통일이 이익'이라고 대답했거든요. '손해'라는 응답은 17%에 불과했고요. 특히 드레스덴 등의 도시는 통일 후 새로운 산업 전략을 세워 번영하고 있다고 하지요. 그래서 오늘은 '독일 통일의 진원지'라 할 수 있는 도시, 라이프치히로 가볼 거예요.
라이프치히는 옛 동독 지역의 상업과 금융 중심지인 작센 주에 있어요. 라이프치히의 성 니콜라이 교회(St. Nikolaikirche)에서 독일 통일 운동이 시작됐지요. 이곳에서는 1980년대 초부터 월요일마다 공산주의 정권에 대항하는 작은 기도회가 열렸다고 해요. 그러다가 1980년대 말에는 매주 십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모여 민주주의, 선거와 여행의 자유, 독일 통일을 요구하며 거리를 행진하는 거대한 평화 시위로 발전하였고, 이것이 독일 통일로 이어졌어요. 성 니콜라이 교회는 1165년에 처음 건축되어 15~16세기를 거치면서 후기 고딕 양식으로 완성되었습니다. 1539년에 종교 개혁자인 마틴 루터가 이곳에서 설교하기도 했어요. 1784년부터는 작센 주의 개신교 본부 역할을 한 유서 깊은 교회랍니다.
라이프치히는 유명한 음악 도시이기도 해요. 도시 표지판이나 가로등에서도 높은음자리표 장식이 보이고, 바이올린 같은 악기를 손에 든 사람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요. 18세기 활동한 교회 음악의 거장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도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당시 성 토마스 교회와 성 니콜라이 교회에서 일하며 지휘와 합창단 훈련, 개인 지도 등의 임무를 맡았지요. 성 토마스 교회 정원에는 있는 2.5m 높이의 거대한 바흐 동상은 그를 존경한 음악가 멘델스존이 건의하여 세운 것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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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치히의 성 니콜라이 교회예요. 독일 통일의 발단이 된 평화 시위가 이곳에서 시작됐지요. /위키피디아
성 토마스 교회 인근의 카페바움(Kaffeebaum)에는 커피를 좋아했던 바흐를 비롯하여 괴테, 리스트, 바그너, 슈만 등 라이프치히를 거쳐 간 위대한 예술가들의 초상화와 유품 등이 남아 있습니다. 유명 인사들이 커피나 차를 마시면서 토론하거나 책을 읽는 장소였거든요. 독일 분단 시절에는 문을 닫았다가 통일 이후인 1998년에 다시 문을 열었지요. 오늘날에도 많은 유명 인사가 이곳을 찾아 자신의 사진과 사인 등을 남긴대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나라 국민의 마음은 남달랐습니다. 라이프치히를 돌아보니 통일을 이룬 독일의 모습이 새삼 부럽기도 해요. 통일과 함께 다시 문을 연 '카페바움'처럼, 우리도 통일을 이뤄 잃어버린 많은 것을 되찾는 날이 오기를 바라요.
[1분 상식] 독일 통일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1989년 라이프치히의 성 니콜라이 교회에서 시작된 평화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여행의 자유’를 요구했어요. 이와 함께 같은 해 5월부터 동독 여행자들이 서독으로 탈출하기 시작했고,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나서는 일반인들까지 서독으로 이동했지요. 평화 시위대 구호도 ‘언론의 자유’ ‘자유선거’ 그리고 ‘우리는 한 민족이다’로 점차 바뀌었고요. 12월 3일에는 동독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정치국이 해체되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이듬해인 1990년 5월 화폐 통합 협약 등 경제와 사회 통합으로 이어졌고 그해 10월 3일에 마침내 독일 통일이 선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