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리더

남극 고립 634일만에 전 대원 무사귀환시킨 '위대한 실패자'

입력 : 2014.03.24 05:34 | 수정 : 2014.03.24 09:00

[8] 어니스트 섀클턴

어니스트 섀클턴은 남극 정복에는 실패했지만, 전 대원을 무사히 귀환시켜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줬어요.
어니스트 섀클턴은 남극 정복에는 실패했지만, 전 대원을 무사히 귀환시켜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줬어요.

'남극 탐험가'라고 하면 사람들은 최초로 남극점을 정복한 로알 아문센을 떠올립니다. 남극점에 도달했으나 간발의 차이로 아문센에게 1등 자리를 건넨 로버트 스콧은 잘 기억 못 하지요. 이처럼 우리는 1등만을 기억하고, 2등이나 실패한 사람은 금세 잊어버립니다. 하지만 어니스트 섀클턴만은 예외입니다. 남극대륙 횡단에 실패했지만, 극한 상황에서 전 대원을 무사히 이끌고 귀환한 어니스트 섀클턴을 사람들은 '위대한 실패자'라고 부른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극지방 탐험에 오른 두 탐험대가 있었습니다. 1913년 빌흐잘무르 스테팬슨이 이끄는 캐나다의 칼럭호는 북극으로, 1914년 어니스트 섀클턴이 이끄는 영국의 인듀어런스호는 남극으로 떠났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 탐험대 모두 갑자기 얼어 버린 바다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살인적인 추위 속에 식량과 연료가 떨어져 가는 극한 상황에 부닥쳤지요. 그러나 두 탐험대가 위기에 대처한 방법은 전혀 달랐습니다. 먼저 북극에 고립된 캐나다 탐험 대원들 사이에는 수개월 만에 거짓말과 속임수, 도둑질이 난무하여 서로 신뢰를 잃어갔습니다. 결국 11명의 대원이 북극에서 죽음을 맞았지요.

반면, 어니스트 섀클턴은 조난 후 가장 먼저 선장에게 지급되는 특식을 없앴어요. 먹을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기 몫을 다른 대원들과 공평하게 나눴지요. 대원 중 뒤처진 사람이 생겼을 때도 그를 포기하지 않고 직접 구출에 나섰고,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항상 대원들의 맨 앞에 섰습니다. 그의 헌신적인 모습에 대원들은 서로 믿고 위하는 마음을 가졌지요. 또한 섀클턴은 대원들에게 다양한 게임과 운동을 제안하거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임무를 주고 바쁘게 생활하게 하여 절망할 틈을 주지 않았습니다.

남극에서 조난된 영국 인듀어런스호 사진
남극에서 조난된 영국 인듀어런스호 모습이에요. /위키피디아

그러던 중 그들을 둘러싼 커다란 얼음 덩어리가 바다 위를 표류하기 시작하자 섀클턴은 구조를 요청할 6명의 선발대를 결성합니다. 구명보트 한 척에 몸을 실은 선발대는 목숨을 건 항해 끝에 원래 있던 곳에서부터 1200km 떨어진 남극대륙 끝자락의 사우스조지아 섬에 도착했어요. 그리고 도끼 하나와 밧줄에 의지해 해발 3000m의 빙산을 오르고, 배고픔과 추위 속에서 36시간을 자지도 않고 걸었지요. 마침내 그들은 사람이 있는 곳에 도착해 구조 요청을 할 수 있었습니다.

1916년 10월 8일, 길고 길었던 어니스트 섀클턴의 남극 탐험이 끝났습니다. 남극에 고립된 634일간 한 사람의 사상자도 없이 28명 대원 모두가 영국으로 돌아왔지요. 영국 국민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어니스트 섀클턴과 탐험대원들을 열렬히 환영했어요. 비록 남극대륙 횡단에는 실패했지만, 그들의 여정은 지금까지도 '영광스러운 실패'로 기억됩니다. 그것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서로를 신뢰했던 위대한 인간애와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일깨워주기 때문일 거예요.

우리나라의 두 번째 남극기지인 장보고과학기지 사진
우리나라의 두 번째 남극기지인 장보고과학기지가 지난 2월 준공됐어요. /국토해양부

[1분 상식] 세계 각국은 왜 남극에 주목할까?

지난달 우리나라의 두 번째 남극기지인 장보고과학기지가 준공되었어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브라질, 우루과이 등 많은 나라가 남극 기지를 두고 있지요. 연평균 기온 영하 55℃로, 사람이 살기 어려운 남극에 왜 이렇게 관심을 가질까요? 바로 남극에 묻힌 엄청난 양의 자원 때문이에요. 남극에는 전 세계 사람이 100여년간 쓸 수 있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돼요. 석탄과 철, 구리, 니켈, 금, 은 등의 지하자원도 풍부하고요. 세계 각국은 미래 자원의 보고인 남극 개발에서 주도권을 갖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답니다.

김선영 | 후(who) 시리즈 위인전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