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명작 따라잡기
나무, 작품의 중심에 뿌리내리다
나무에 깃든 영혼 담아낸 프리드리히, 색 이용해 인간의 감정 표현한 보나르
몬드리안은 변치 않는 본질 탐구 위해 꽃·이파리 없앤 기본 형태만 그려냈죠
나무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독일 작가 헤르만 헤세는 산문집 '나무'에서 나무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고백했어요. '나는 나무가 크고 작은 숲에 종족을 이루고 사는 것을 숭배한다. 나무들이 홀로 서 있을 때 더욱 숭배한다. 그들은 마치 고독한 사람들과 같다. 고난과 시련 때문에 세상을 등진 사람들이 아니라 위대하기에 고독한 사람들 말이다.' 이런 헤세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듯 18세기 독일의 화가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는 초원 한가운데 선 커다란 참나무 한 그루를 그렸어요.
-
- ▲ 작품1 -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외톨이 나무’, 1822년
-
- ▲ 작품2 - 피에르 보나르, ‘꽃이 핀 아몬드 나무’, 1946~7년.
-
- ▲ 작품3 - 피터르 몬드리안, ‘회색나무’, 1911년.
-
- ▲ 작품4 - 이명호,‘ Tree #8’, 2007년.
나무 연작하면 떠오르는 또 한 사람의 예술가가 있어요. 한국의 젊은 예술가 이명호예요. 그가 나무 연작을 창작한 방식은 매우 흥미롭답니다. 작품4를 보세요. 그는 야산이나 들판에 선 평범한 나무들을 오랫동안 관찰한 다음 그중 한 그루를 선택해요. 그리고 붓과 물감으로 캔버스에 나무를 그리는 대신 나무 뒤편에 커다란 흰 캔버스를 세우고 나무와 캔버스를 사진으로 찍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평범한 나무도 예술 작품처럼 특별한 나무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과 예술 작품이 탄생하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예요. 이 작품 속의 나무는 들판에 선 평범한 나무들과 전혀 다를 것이 없었어요. 그러나 흰 캔버스를 배경으로 만들어주자 아름다운 한 폭의 풍경화에 나오는 나무처럼, 예술 작품의 주인공으로 변신했지요. 좀 더 쉽게 설명한다면 이명호 작가는 영화감독, 나무 연작을 창작하는 과정은 한 편의 영화를 찍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겠어요.
나무는 지구에 산소를 공급하고, 홍수를 막아주는 등 우리에게 무척 고마운 존재예요. 더불어 예술가에게는 창작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 된다니 나무를 더욱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함께 생각해봐요]
봄이 오면서 겨우내 앙상했던 나무의 모습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어요. 여러분은 등·하굣길에 수많은 나무를 만나지만, 아마 대부분은 무심히 지나쳤을 거예요. 여러분에게 나무는 어떤 존재인가요? ‘나무’에 대해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해 보고, 오늘 만난 나무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골라 그 모습을 그려보세요. 위에 나온 화가들처럼 자기만의 생각을 담아 그린다면 더욱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