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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떨어진 돌덩이… 삼국시대에도 '운석' 기록있죠

입력 : 2014.03.18 10:37
지난 10일 경남 진주에 떨어진 운석이에요. 522년 전에도 진주에서 운석이 발견된 적이 있대요./뉴시스
지난 10일 경남 진주에 떨어진 운석이에요. 522년 전에도 진주에서 운석이 발견된 적이 있대요./뉴시스
다음은 요즘 한창 화제인 어떤 물건에 대한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이에요. 어떤 물건일까요?

"사람들이 쳐다보니 무엇인가 하늘에서 떨어졌는데, 땅에 떨어진 것은 땅속으로 10척(★)쯤 들어갔다. 모양은 돌과 같았으며 밖은 검고 안은 희어 돌과 다름없었다. 큰 것은 주먹만 하거나 바리(★)만 하였으며 작은 것은 밤만 하거나 감만 하였다." "돌덩어리 하나가 하늘에서 떨어졌는데, 소리가 우레와 같았고 땅에 떨어진 뒤에 소리가 그쳤으며 떨어진 곳에는 땅이 한 자 남짓 파였다. 그 돌의 크기는 말(★)만 하였고 무게는 서른여섯근(★)이었으며, 색은 검푸르고 형체는 거북이가 엎드린 것 같았는데 그 위에 짐승 발자국 같은 흔적이 있었다."

어떤 물건인지 눈치챘나요? 바로 '운석'에 대한 기록이에요. 운석은 조선시대나 그보다 훨씬 전인 고려시대, 삼국시대의 역사 기록에도 등장한답니다. 최근 경남 진주에서 운석이 발견되고, 주먹만 한 크기의 운석 가격이 수십억원에 달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어요.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522년 전인 1492년, 조선 성종 때에도 진주에 운석이 떨어져 조정에 보고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경상도 관찰사였던 이극돈이 "지난 4월 초하루에 벼락이 치고 큰비가 내릴 적에 진주에 운석이 떨어져 땅속으로 1척이나 들어갔습니다"로 시작되는 보고서를 조정에 올렸거든요. 운석이 떨어진 자리를 병사 강계손이 파서 찾아보니, 빛깔은 뇌설(雷�)과 같고 모양은 복령(茯�)과 같았는데, 손톱으로 긁으니 가루가 떨어졌다는 내용이었지요. 뇌설은 대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버섯으로 겉은 검고 속은 희며, 모양은 밤과 비슷해요. 복령은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버섯으로 표면은 흑갈색으로 주름이 많고 공 모양이지요. 그 생김새로 보아 운석이 틀림없는 것 같지요? 그렇다면 이 보고서를 받은 조정에서는 운석을 어떻게 처리했을까요? 조정에서는 다음과 같은 명령을 경상도 관찰사에게 내렸대요. "뇌부(雷斧)에 비할 물건이 아니니, 올려 보내지 마라."

뇌부란 석기시대의 유물인 '돌도끼'를 말해요. 옛날 사람들은 뇌부를 벼락이 내려 만들어진, 하늘의 기운이 담긴 영험한 돌로 생각했대요. 운석은 그만한 가치가 없다고 여긴 것이고요. 운석이 떨어진 곳에 사람을 보내 해괴제(★)를 지내는 정도였지요. 진주에서 운석을 파낸 병사와 그에 대해 보고한 관찰사, 보고를 받은 임금님 모두 500년 뒤에 운석이 금보다 훨씬 비싸게 거래될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요?


★척(尺): 길이의 단위. 1척은 1자와 같으며 약 30cm.

★바리
: 놋쇠로 만든 여자의 밥그릇

★말: 곡식, 액체, 가루 따위의 부피를 재는 단위. 1말은 약 18L.

★근(斤): 무게의 단위로 1근은 고기나 약제를 잴 때는 약 600g, 과일이나 채소를 잴 때에는 375g.

★해괴제(解怪祭): 조선시대에 나라에서 이상한 일이 있을 때 이를 풀기 위해 지내는 제사.
경상도 관찰사가 관내 백성의 생활상을 둘러보는 '관내순력 행차'를 재연한 모습이에요. 조선시대 각 도의 통치를 책임진 관찰사는 해당 지방의 행정·사법·군사를 총괄했어요./조선일보 DB
경상도 관찰사가 관내 백성의 생활상을 둘러보는 '관내순력 행차'를 재연한 모습이에요. 조선시대 각 도의 통치를 책임진 관찰사는 해당 지방의 행정·사법·군사를 총괄했어요./조선일보 DB
관찰사는 어떤 사람일까요?

관찰사(觀察使)는 조선시대 각 도에 파견되어 통치의 책임을 졌던 최고의 지방 장관을 말해요. 오늘날의 ‘도지사(道知事)’라고 할 수 있지요. ‘감사(監司)’ 혹은 ‘방백(方伯)이라고도 불렀으며, 관찰사가 일을 보던 관청을 감영(監營)이라고 했어요.
관찰사의 임기는 조선 초기에 1년이었다가 나중에 2년이 되었으며, 품계는 종2품이었어요. 태종 임금 이후부터 관찰사가 수군절도사와 병마절도사를 겸하는 경우가 많아 해당 지방의 행정·사법·군사를 총괄하며 막강한 권력을 가졌어요.
[함께 생각해봐요]

지구에서 운석을 찾기 가장 쉬운 곳은 남극이라고 해요. 지금까지 발견된 운석의 70% 이상이 남극에서 발견되었지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해설: 운석은 세계 각지에 고르게 떨어지지만 대부분 물속으로 가라앉거나 지구의 암석 속에 섞여 발견되기 어려워요. 그런데 남극에서는 운석이 얼음 덩어리 위에 떨어져 빙하와 함께 운반되기 때문에 쉽게 눈에 띈답니다. 게다가 얼음 속에 있으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풍화나 침식 등으로 쉽게 변질되지 않기 때문에 떨어진 모습 그대로 잘 보존된다고 해요.
지호진 | 어린이 역사 전문 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