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알고 싶어요

밤길 따라오는 15㎝ 잠자리 로봇… 나만의 보디가드

입력 : 2014.03.18 05:44 | 수정 : 2014.03.18 09:05

[초소형 비행 감시 로봇]

잠자리·새 닮은 비행 물체… 날며 지상에 영상·소리 전송
안전 위험에 대응할 기술로 전자 코·생체 인증 등도 선정… 10년 후 민간용 보급될 거예요

"뉴스에서 무서운 범죄 소식을 들을 때마다 불안해요. 나를 따라다니며 위험할 때마다 구조 신호를 보내주는 나만의 호신 로봇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밤낮없이 우리 주변을 지키는 로봇 새, 로봇 잠자리가 머지않아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밤늦게 공부하고 돌아오는 길에도 외롭거나 무섭지 않겠죠? 잠자리나 벌새만 한 15㎝ 크기 초소형 비행 감시로봇(MAV·Micro Aerial Vehicle)이 범죄 발생 예상 지역을 순찰합니다. 범죄가 발생하면 경찰에 재빨리 알리고, 경찰이 올 때까지 범인을 쫓는 일도 대신해준답니다.

여러분 주위를 보면 길거리마다 건물마다 CCTV가 많잖아요.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설치한 건데요. CCTV는 움직이지 못하니 한계가 있어요. 반면 나만의 호신용 로봇은 늘 나를 따라다니니 정말 듬직하지 않을까요.

[자세히 알고 싶어요] 밤길 따라오는 15㎝ 잠자리 로봇… 나만의 보디가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제공
초소형 비행 감시 로봇은 하늘을 나는 비행체와 비행체를 조종하고 정보를 송수신하는 지상 통제 장비로 구성돼요. 잠자리나 새 같은 작은 비행체는 먼 지역까지 날아다니며 영상과 소리 등의 정보를 지상 통제 장비에 보냅니다.

이 비행체는 크기가 작아 휴대가 쉽고 외부에 잘 발각되지 않아요. 복잡한 도심이나 실내에서도 안전한 비행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죠. 예전에는 모양이 투박해서 멋이 없었어요. 최근에는 곤충이나 새 등 살아있는 생물체의 모양을 본떠 모양도 세련되고요. 또 진짜 곤충으로 착각할 만한 모습까지 연구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 로봇을 어디에 사용하면 좋을까요?

앞서 말한 범죄 예방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 외에도 정말 무궁무진합니다. 화재나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초기에 재빨리 확인해 재난이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 있겠죠. 또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원자력발전소, 송유관, 송전선 등 중요 공공 시설물의 안전을 점검하고 생태 연구나 기상관측에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국방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새나 잠자리 모습의 비행로봇은 몸통만이 아니고 날갯짓하는 모습도 진짜 새나 잠자리와 비슷해서 적군의 눈에 들키지 않는 장점이 있어요. 특수부대가 적지에 침투 작전을 수행할 때 매복하고 있는 적군을 정찰하기에 제격입니다. 또 폭발물이나 생화학 무기 등 위험 요소를 빨리 확인해줄 수도 있습니다.

이런 비행 감시 로봇은 현재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군용 목적으로 활발히 개발되고 있어요. 국내에는 건국대와 마이크로에어로봇이 공동 개발한 배트윙(Bat wing), 한화의 크로우(Crow) 등 총 6종이 개발되어 있는데요. 아직은 연구 개발 초기 단계로 배터리 수명을 늘리고, 비행체를 가볍게 만들기 위한 신소재 기술이 더 필요해요. 또 우수한 품질의 영상 자료를 찍어 지상 통제 장비로 전송하는 고해상도 카메라를 개발하는 것도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0년 정도 지나면 민간용으로도 많이 보급될 거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반갑고 기쁜 소식입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앞으로 10년 동안 우리 사회에 시급한 대응이 필요한 항목으로 '안전 위험의 증가'를 꼽았어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 10가지를 지난달 선정했는데 초소형 비행감시로봇도 이 중 하나입니다. 10가지 기술에는 비행 감시로봇 외에도 △생체 인증 기술 △가상화 보안 기술 △양자 정보통신 기술 △빅데이터 기반 범죄 예측 기술 △상황 인식 기술 △전자 코 △식품 스마트패키징 기술 △고속 진단 페이퍼칩 기술 △식물생산 백신(그린백신) 등이 있습니다. 이런 기술들이 빨리 개발되어 우리의 안전을 든든하게 지켜줄 친구가 되면 좋겠네요.


최창택 | 부연구위원·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