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세계사
빵과 장미 외치며… '세계 여성의 날' 탄생했죠
입력 : 2014.03.14 05:46
| 수정 : 2014.03.14 07:01
1908년 열악한 작업장 화재로 숨진 뉴욕의 여성 노동자들 기리며 시위… 1911년부터 매년 3월 8일 행사 열려
여성 노동자들이 외쳤던 빵과 장미… 굶주림 채우고 권리 달라는 뜻이지요
"아니, 얘는 무슨 초콜릿을 이렇게 숨겨 뒀어? 이걸 혼자 다 먹으려나?"
누나 방을 청소하던 엄마께서 혼잣말하시며 예쁘게 포장된 초콜릿 상자를 들고 나오셨어요. 마침 귀가하던 누나가 그 모습을 보고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달려왔습니다.
"엄마! 제 물건을 왜 함부로 만지세요!"
버럭 소리를 지른 누나는 초콜릿 상자를 빼앗아 자기 방으로 뛰어들어 갔어요.
"아니, 쟤가 왜 저래?"
엄마는 어이없다는 듯 누나 방 쪽을 쳐다보셨어요. 그 이유를 아는 저는 엄마 옆에서 히죽히죽 웃었지요. 엄마께서는 수상하다는 눈빛으로 제게 이유를 물으셨어요.
"왜 그러는지 정말 모르세요? 누나가 화이트데이 선물로 남자 친구한테 받은 초콜릿이잖아요."
그러자 엄마뿐 아니라 아빠께서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구동성으로 말씀하셨어요.
"남자 친구?"
그러자 누나가 방문을 벌컥 열고 나오며 제 말을 반박하는 게 아니겠어요?
"아니에요. 그냥 같은 반 남자애들이 준 거예요. 오늘이 화이트데이니까요."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이 화이트데이였군요. 엄마를 위해 아무것도 준비 못 한 아빠께서는 그 말을 듣고 머쓱한 표정을 지으셨어요. 때마침 놀러 오신 이모와 이모부께서 아빠를 구해주셨지요. 이모부께서도 초콜릿이나 선물을 안 사셨다는 거예요. 이모께서는 전혀 섭섭하지 않다는 듯한 표정이고요. 의아해하는 우리에게 이모부께서 당당히 말씀하셨습니다.
누나 방을 청소하던 엄마께서 혼잣말하시며 예쁘게 포장된 초콜릿 상자를 들고 나오셨어요. 마침 귀가하던 누나가 그 모습을 보고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달려왔습니다.
"엄마! 제 물건을 왜 함부로 만지세요!"
버럭 소리를 지른 누나는 초콜릿 상자를 빼앗아 자기 방으로 뛰어들어 갔어요.
"아니, 쟤가 왜 저래?"
엄마는 어이없다는 듯 누나 방 쪽을 쳐다보셨어요. 그 이유를 아는 저는 엄마 옆에서 히죽히죽 웃었지요. 엄마께서는 수상하다는 눈빛으로 제게 이유를 물으셨어요.
"왜 그러는지 정말 모르세요? 누나가 화이트데이 선물로 남자 친구한테 받은 초콜릿이잖아요."
그러자 엄마뿐 아니라 아빠께서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구동성으로 말씀하셨어요.
"남자 친구?"
그러자 누나가 방문을 벌컥 열고 나오며 제 말을 반박하는 게 아니겠어요?
"아니에요. 그냥 같은 반 남자애들이 준 거예요. 오늘이 화이트데이니까요."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이 화이트데이였군요. 엄마를 위해 아무것도 준비 못 한 아빠께서는 그 말을 듣고 머쓱한 표정을 지으셨어요. 때마침 놀러 오신 이모와 이모부께서 아빠를 구해주셨지요. 이모부께서도 초콜릿이나 선물을 안 사셨다는 거예요. 이모께서는 전혀 섭섭하지 않다는 듯한 표정이고요. 의아해하는 우리에게 이모부께서 당당히 말씀하셨습니다.
- ▲ 지난 8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행사 모습이에요.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에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뉴욕 러트거스광장에서 벌인 시위를 기념하고자 지정됐어요. /신화 뉴시스
이모부 말씀에 누나와 저는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우리는 이구동성으로 물었습니다.
"지난주요? 지난주에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우리가 알기로 이모 생신은 3월이 아니거든요. 이모와 이모부의 결혼기념일도 봄이 아니라 가을이고요. 그런데 왜 지난주에 꽃을 선물하셨을까요?
"지난주 토요일, 그러니까 3월 8일이 '세계 여성의 날'이었거든. 유엔이 기념일로 지정하여 세계 각국에서 기념하는 날이지."
듣고 보니 그런 이야기를 신문에서 본 것 같아요. 하지만 세계 여성의 날이 화이트데이보다 생소한 것은 사실이지요. 그때 역사에 밝은 아빠께서 말씀하셨어요.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 1908년 3월 8일에 1만5000여명의 미국 여성 노동자가 뉴욕 러트거스광장에서 '10시간 노동제 실시' '작업 환경 개선' '여성 참정권 허용' 등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단다. 그날을 기념하여 매년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정했지. 여성의 인권과 지위 향상을 기원하는 날이야."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왜 이런 시위를 벌였을까요? 당시 미국 여성 노동자들은 먼지가 자욱한 현장에서 하루 12~14시간씩 일했다고 해요. 선거권이나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도 없었고요. 인간다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오로지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일했던 거예요. 그러다가 뉴욕의 어느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많은 여성 노동자가 불에 타 숨졌대요. 이때 숨진 여성들을 기리고자 1908년 3월 8일에 시위가 일어났던 거예요.
- ▲ (왼쪽 사진)독일 여성운동가 클라라 제트킨의 제안에 따라 1911년부터 각국에서 세계 여성의 날 행사가 열리고 있어요. (오른쪽 사진)캐나다 밴쿠버에서도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 행사가 열렸어요. /독일연방노동사회성·신화 뉴시스
그날 미국 여성 노동자들의 시위는 전 세계 여성의 공감을 불러일으켰어요. 2년 뒤인 1910년에 독일의 유명 여성 운동가인 클라라 제트킨은 미국 여성 노동자들의 시위를 기념해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정하자고 제안했어요. 이 제안에 많은 사람이 동의해 1911년부터 각국에서 세계 여성의 날 행사가 열렸답니다.
"유엔은 1975년에 이날을 기념일로 지정했어. 우리나라도 1984년부터 이날을 전후해 기념행사를 열고 있지. 2001년에는 우리 정부에 여성가족부가 만들어져 여성의 지위 향상을 국가 차원에서 챙기고 있단다."
그때 아빠의 설명을 듣던 엄마께서 한마디 하셨어요.
"그렇게 잘 알면서 왜 지난 8일에 빈손으로 들어오셨을까?"
아빠는 다시 머쓱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어요. 누나와 저는 또 한 번 이구동성으로 외쳤지요.
"아빠,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라면서요?"
우리는 모두 하하하 웃었습니다. 내년 3월 8일에는 엄마께서도 예쁜 장미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으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