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세계사
일본 속 깊숙이 스며있는 백제의 흔적
입력 : 2014.03.07 05:41
| 수정 : 2014.03.07 09:01
일본에서 백제 물건은 '명품'이었죠
'구다라'는 백제를 '큰 나라'로 표현… 일본 고대 문물 등 많은 영향 줬어요
역사 왜곡하며 마찰 일으키는 일본… 이웃 나라와 소통하며 지내야 해요
베트남의 패스트푸드점에서 우리나라 걸그룹의 댄스 가요를 듣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닙니다. 태국이나 프랑스 거리에서도 청소년들이 우리 가요를 흥얼거리는 모습이 심심찮게 보이지요. 'K팝'이라 부르는 우리 가요나 드라마, 음식 등은 이제 아시아를 넘어서 유럽, 남아메리카 등지에서도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어요. 조선시대 의녀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대장금'은 이란에서 최고 시청률 90%에 이를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누렸습니다. 뜨거운 한류 열풍이 우리 국민에게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하지요. 그런데 이런 한류 열풍은 처음 나타난 현상이 아니랍니다. 고대 우리 조상의 문화 역시 이웃 나라 일본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켰다고 해요.
일본어에는 '구다라나이(くだらない)'라는 단어가 있어요. '시시하다' '하찮다'는 뜻을 가진 말이지요. 이 단어의 어원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게 백제와 관련되었다는 설이에요. '구다라(くだら)'는 일본어로 '백제'를, '~나이(~ない)'는 '~이 아니다'는 뜻입니다. 이를 조합해 보면 '구다라나이'는 '백제가 아니다', 즉 '백제에서 온 물건이 아니다' 또는 '백제 물건이 아니라면 별것 아니다'는 의미이지요.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일본 제35대 고교쿠 여왕이 아끼던 하시히토 공주는 정원에 핀 붉은 꽃을 매우 좋아했어요. "이 꽃은 구다라(백제)에서 왔다"는 시녀 말에 공주는 "좋은 것은 모두 구다라에서 왔다"고 말하며 몹시 감탄했다고 해요. 백제 물건을 최고로 여겨 칭송했던 일본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지요.
일본어에는 '구다라나이(くだらない)'라는 단어가 있어요. '시시하다' '하찮다'는 뜻을 가진 말이지요. 이 단어의 어원에 대해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게 백제와 관련되었다는 설이에요. '구다라(くだら)'는 일본어로 '백제'를, '~나이(~ない)'는 '~이 아니다'는 뜻입니다. 이를 조합해 보면 '구다라나이'는 '백제가 아니다', 즉 '백제에서 온 물건이 아니다' 또는 '백제 물건이 아니라면 별것 아니다'는 의미이지요.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일본 제35대 고교쿠 여왕이 아끼던 하시히토 공주는 정원에 핀 붉은 꽃을 매우 좋아했어요. "이 꽃은 구다라(백제)에서 왔다"는 시녀 말에 공주는 "좋은 것은 모두 구다라에서 왔다"고 말하며 몹시 감탄했다고 해요. 백제 물건을 최고로 여겨 칭송했던 일본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지요.
- ▲ 일본 나라현에 있는 아스카데라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 사찰이에요. 많은 백제인 기술자가 아스카데라 건설에 참여했다고 해요. /위키피디아
백제에서 전해진 불교와 학문, 각종 문물은 고대 일본을 크게 변화시켰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 사찰인 아스카데라(飛鳥寺)는 백제인의 기술로 만들어졌다고 알려졌어요. 일본에서 백제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문화를 '아스카 문화'라고 부르는데, 아스카 문화는 일본 고대 문화의 뿌리가 되었지요. 백제에서 건너온 사람들은 일본 곳곳에서 그들의 흔적을 남겼어요. 그래서 지금도 일본 지명 중에는 구다라 또는 백제와 관련된 것이 많아요.
백제와 가까운 규슈 일대뿐만 아니라 오사카 지역에도 남백제초등학교, 오사카 철도의 백제역, 오사카 시내버스 정류장인 백제, 백제대교, 백제교, 백제신사 등이 있어 이곳이 과거 백제인의 터전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어요.
백제만 일본에 문화를 전파한 것은 아니에요. 당시 우리나라는 고구려, 백제, 신라가 각축을 벌이며 성장하던 삼국시대였고, 일본은 아직 국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었지요. 삼국 중 가장 먼저 백제가 일본에 문화를 전파했고, 이후 신라와 고구려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진 문물을 전달하며 교류를 이어나갔어요.
백제의 근초고왕 때 학자인 아직기는 일본 태자의 스승이 되었으며, 왕인 박사는 천자문과 논어를 전해주었어요. 백제 성왕의 사신이었던 노리사치계는 일본에 불교를 전해주었고요. 이 밖에도 천문, 역법, 지리, 유학, 비단 기술 등이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전해졌어요. 고구려 영양왕 때 승려였던 혜자는 쇼토쿠 태자의 스승으로 알려졌으며, 담징은 종이와 먹의 제조법을 전해주었습니다. 신라 역시 배를 만들거나 성을 쌓는 기술, 불상 제조 기술 등을 전하며 고대 한류를 이어갔지요.
- ▲ (왼쪽 사진)일본 호류지에 있는 백제 관음보살입상이에요. (오른쪽 사진)왓소 마쓰리는 옛날 우리나라와 일본의 문화 교류를 기념하는 축제예요. /조선일보 DB·오사카 왓소 문화교류협회 홈페이지
게다가 일본에서는 자라지 않는 나무인 적송으로 만든 불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반도에서 건너간 불상이라는 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요. 일본의 자랑인 호류지(法隆寺)의 백제관음보살입상(일명 구다라관음) 역시 흘러내리는 옷자락과 아름다운 곡선미 등이 백제인의 솜씨를 여실히 보여주지요.
매년 11월이면 오사카의 시텐노지(四天王寺)에서는 '왓소 마쓰리'라는 축제가 열려요. 옛날 우리나라와 일본의 문화 교류 모습을 재현하는 축제라고 해요.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이 "왓쇼이"라고 외치며 행진하는데, '왓소'라는 말은 우리말 '왔소'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요. 이날에는 고구려의 혜자를 선두로 가야의 우륵, 백제의 왕인, 삼국을 통일한 김춘추 등 삼국시대 인물뿐 아니라 세종대왕이나 조선통신사 모습으로 분장한 수천 명이 거리에서 행진을 벌입니다.
지난 2001년, 아키히토 일왕은 "역사책 '속일본기'에 간무 일왕의 어머니가 백제 무령왕의 후손이라고 쓰여 있어 한국과 혈연 있음을 느낀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만큼 예부터 우리나라와 일본이 친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는 뜻이겠지요.
하지만 최근 일본이 위안부 만행 부정, 독도 영유권 주장, 동해의 일본해 표기, 역사 교과서 왜곡,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갖가지 문제를 일으키면서 한·일 관계는 계속해서 냉각되고 있어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등 세계 여러 나라와 마찰을 빚고 있지요. 일본 아베 정권이 추구하는 '강한 일본 되찾기'를 위해서는 바른 역사 인식을 갖고 주변국들과 소통하며 화해하는 길이 최우선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