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리더

노예의 아들에서 흑인의 희망이 된 땅콩 박사

입력 : 2014.03.03 05:33 | 수정 : 2014.03.03 09:01

[5] 조지 워싱턴 카버

식물학자인 조지 워싱턴 카버는 1864년 미국에서 흑인 노예의 아들로 태어났어요. 조지를 불쌍히 여긴 백인 부부가 조지와 그의 형을 자식처럼 돌봐주었지요. 조지 카버가 살던 당시는 노예해방이 선언되고 노예제도가 법으로 금지되었지만, 흑인에 대한 차별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흑인에게는 배움의 기회도 쉽게 주어지지 않았답니다. 조지 카버 역시 많은 시련을 이겨낸 끝에 아이오와 농과대학에 흑인 최초로 입학할 수 있었어요. 그는 공부와 일을 함께하면서도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까지 진학하여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조지는 식물학, 세균학, 화학 등 다양한 학문 영역에서 성과를 냈을 뿐 아니라 미술과 음악, 요리까지 못 하는 것이 없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빗대어 그를 '검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불렀습니다.

(왼쪽 사진)조지 카버는 과학, 미술, 음악 등 다방면에 뛰어나‘검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렸대요. (오른쪽 사진)조지 카버가 수집한 땅콩 표본이에요.
(왼쪽 사진)조지 카버는 과학, 미술, 음악 등 다방면에 뛰어나‘검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렸대요. (오른쪽 사진)조지 카버가 수집한 땅콩 표본이에요. /위키피디아
당시 미국에서는 많은 흑인이 백인의 차별 속에서 고통스럽게 살았어요. 그래서 차별에 저항하는 흑인 인권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지요. 그중에는 평화적인 방법도 있었지만, 폭력을 동반한 형태의 인권 운동도 자주 벌어졌습니다. 조지 카버 역시 흑인이었기에 흑인들이 정당한 권리를 누릴 수 있기를 바랐어요. 하지만 그는 폭력적인 시위 대신 '학자'라는 자신의 위치에서 흑인을 도울 방법을 찾아내고자 노력했습니다. 흑인과 백인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헌신하기로 마음먹었지요.

조지 카버는 가난에 허덕이는 미국 남부의 흑인들을 도울 방법을 생각하다가 땅콩을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땅콩버터, 땅콩 구두약, 땅콩 크림, 땅콩 식용유 등 땅콩을 활용한 100여 가지의 식용품과 200여 가지의 생활용품을 고안해 냈어요. 오늘날 우리가 먹고 사용하는 거의 모든 땅콩 관련 제품은 조지 카버가 만들어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가 마음만 먹으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일 수도 있었지요. 하지만 조지는 돈벌이를 포기하고 모든 사람이 자신의 발명품을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했어요.

과학자로서 조지 카버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잘 알려주는 일화가 또 있어요. 어느 날 조지 카버 앞으로 원인 모를 병에 걸린 땅콩 한 봉지와 100달러가 도착했습니다. 땅콩 봉지를 보낸 사람은 땅콩이 병에 걸린 원인과 치료법을 알려 주면 매달 100달러씩 보내주겠다고 했지요.

조지 카버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발명품을 자유롭게 이용하게 하는 등 진정한 과학자의 모습을 보여줬어요.
조지 카버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발명품을 자유롭게 이용하게 하는 등 진정한 과학자의 모습을 보여줬어요. /Corbis 토픽이미지
오랜 연구 끝에 그 병의 원인을 알아낸 조지 카버는 받은 돈을 돌려보내며 이렇게 편지를 썼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땅에 인간들이 땅콩을 키우는 것에 대해 아무 보답도 바라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병의 원인을 알아냈다고 해서 제가 어찌 대가를 바라겠습니까?" 정말 겸손하고 멋진 과학자의 모습이지요?

또한 조지 카버는 자신이 평생 모은 재산을 털어 조지 워싱턴 카버 재단을 설립했습니다. 가난 때문에 배움을 포기해야 했던 많은 흑인 과학자가 이 재단의 도움을 받았어요. 오늘날 조지 워싱턴 카버 재단에서는 인종을 초월한 젊은 과학자 수백명이 식물학, 화학, 세균학 등 다양한 학문을 연구하고 있답니다. 자신의 연구 성과로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었음에도 그것을 온 인류와 기꺼이 나누고자 했던 조지 카버. 그의 삶은 가난과 무지로 힘들어하던 흑인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었으며, 흑인을 차별하던 백인들에게 그들의 잘못을 돌아보게 하였어요. 조지 카버는 오늘날 우리에게 진정한 과학자의 모습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김선영 | 후(who) 시리즈 위인전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