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여행
'백조의 호수'와 '죄와 벌' 낳은 예술의 도시
입력 : 2014.02.26 05:41
| 수정 : 2014.02.26 08:57
[71] 상트페테르부르크
-
- ▲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은 공산주의 체제 아래 탄압받았지만, 대중의 사랑 덕분에 전 세계에 알려졌어요. /위키피디아
위엄 있는 푸른빛이 감도는 마린스키 극장. 이곳은 1890년대에 프랑스 출신 안무가 페티파가 작곡가 차이콥스키의 음악으로 만든 '백조의 호수'와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발레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끈 곳이에요. 이를 계기로 발레가 러시아의 대표 예술로 자리 잡았지요. 마린스키 극장 대강당은 명성에 걸맞은 당당한 자태를 뽐냅니다. 각 층의 난간과 벽은 푸른색과 흰색이 조화를 이루고, 화려한 금빛 장식을 입힌 석고 조각상들이 신비로움을 더하지요. 천장에는 3단짜리 거대한 청동 샹들리에를 중심으로 춤추는 무희들을 그린 천장화가 펼쳐져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발레 작품인 '백조의 호수'는 사실 1877년 처음 공연되었을 때 혹독한 비난을 받았어요. 차이콥스키가 '살아생전 다시는 발레 곡을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을 정도라고 해요. 차이콥스키가 세상을 떠나고 2년 후인 1895년에 페티파가 안무한 '백조의 호수' 공연이 마린스키 극장에서 대성공을 거뒀고, 이 작품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며 우리에게 사랑받고 있어요.
-
- ▲ 프랑스 출신 안무가 페티파는 1895년 마린스키 극장에서 ‘백조의 호수’를 공연하여 큰 성공을 거뒀어요. /마린스키 극장 홈페이지
하지만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은 공산주의 체제 아래서 탄압받았어요. 스탈린은 그의 곡을 "공연할 가치가 없다"고 비난했어요. 저항 정신이 담긴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은 공연을 금지당했고요. 하지만 대중은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사랑했고, 그의 악보는 카메라에 몰래 담겨 외국으로까지 퍼져 나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센나야광장에서 소설가 도스토옙스키를 만나볼까요? 소설 '죄와 벌'의 무대가 된 이곳은 지금도 활기 넘치는 서민의 공간입니다. 인근에는 그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집과 기념관이 있지요. 이곳엔 그의 사진과 친필 원고,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거리 곳곳을 묘사한 그림이 전시돼 있어요. 책상 위에 놓인 낡은 시계는 그가 사망한 시각을 가리킨다고 해요.
김연아 선수의 은메달이 너무 아쉬운 나머지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원망으로 바뀌기도 했지요. 하지만 김연아 선수의 경기 모습은 전 세계인에게 금메달보다 값진 예술로 기억될 거예요. 당대에 비난받았던 차이콥스키와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이 대중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은 것처럼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