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세상

재산 많고 지위 높으면 행복할까요?

입력 : 2014.02.24 05:28 | 수정 : 2014.02.24 09:00

[4] 기 드 모파상 '목걸이'
허영심으로 가득 찼던 마틸드…
자신이 가진 장점 보지 못하고 겉치레를 쫓다 시간 낭비하게 돼요
장래 희망이나 꿈을 생각할 때는 내가 행복 느끼는 일 찾아야 해요

여러분은 '등골브레이커'라는 말을 들어봤나요? 등골브레이커란 '부모님의 등골을 휘게 할 만큼 비싼 물건'을 뜻하는 인터넷 신조어예요. 최근에는 100만원이 넘는 점퍼가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하며 '신(新)등골브레이커'로 불리기도 했지요. 졸업·입학 시즌을 맞아 고가(高價)의 선물을 주고받는다는 기사를 볼 때면 어른들의 사치 문화가 어린이·청소년에게도 퍼지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해요.

비싼 물건이나 명품이 자신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난다는 말이잖아요. 프랑스 소설가 기 드 모파상의 소설 '목걸이'에 나오는 마틸드도 멋진 드레스와 보석으로 자신을 치장하고 싶어 한 사람이랍니다.

모파상의 '목걸이' 일러스트
그림=이병익

빼어난 미모를 가진 마틸드는 가난한 살림이 불만스러웠어요. 그녀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외모만 있으면 신분이나 가문에 상관없이 귀부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하급 공무원인 남편은 마틸드의 허영심을 채워줄 수 없었지요. 마틸드는 자기가 사는 작은 집과 낡은 의자, 칙칙한 커튼을 보면서 늘 화려한 삶을 꿈꿨어요.

고급스러운 벽지를 바르고 높다란 청동 촛대로 불을 밝힌 우아한 대기실을 떠올렸고, 또 난방이 잘되어 후텁지근한 열기로 졸음이 온 나머지 큼직한 안락의자에 기대어 잠을 자는, 짧은 바지를 입은 하인들을 그려보았다. 옛날 비단이 깔린 화려한 응접실과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진귀한 골동품들이 놓여 있는 값비싼 가구들을 생각했고….

그러다 보니 마틸드의 삶은 괴로움의 연속이었어요. 어느 날 마틸드는 남편과 함께 장관 부부가 주최하는 무도회에 초대받아요. 무도회에 입고 갈 옷이 없어 울상 짓던 마틸드는 남편의 비상금으로 아름다운 드레스를 사고, 친구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빌립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만 목걸이를 잃어버리고 말아요. 마틸드는 집을 팔고 빚을 내어 똑같은 목걸이를 사서 친구에게 돌려주지요. 그리고 빌린 돈과 불어난 이자를 갚기 위해 그녀는 10년 동안 닥치는 대로 일하며 비참한 생활을 해요. 궁핍하고 고단한 삶 속에서 마틸드는 거칠고 억센 여자로 변합니다. 10년 만에 빚을 다 갚은 마틸드는 거리를 걷다가 여전히 젊고 아름다운 친구와 마주쳐요. 친구는 마틸드의 변한 모습에 깜짝 놀라지요. 마틸드가 지난 10년간의 사연을 들려주자 친구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합니다.

"마틸드, 그 목걸이는 가짜였어. 겨우 500프랑짜리였는데…."

마틸드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빌린 목걸이 값을 갚느라 고생한 10년 세월이 너무나 억울하고 허무했겠지요. 마틸드는 좋은 집과 옷, 목걸이 같은 것이 자신의 가치를 높여준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이러한 허영심이 그녀의 삶을 망치고 말았습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우리 속담처럼, 마틸드는 자기 처지는 생각하지 않고 무리하게 부자들을 따라 하다가 10년이나 되는 긴 세월을 고생하며 보낸 거예요.



#이야기


주원이는 장래 희망이 자주 바뀌어요. 작년에는 매일 예쁜 옷을 입고 돈도 많이 버는 연예인이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런 꿈과 달리 주원이는 노래나 연기에는 통 자신이 없습니다. 요즘에는 하얀 가운을 입은 멋진 의사 선생님이 되면 어떨까 상상하지요. 가끔은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런데 엄마는 이런 주원이가 걱정이라고 하십니다.

한번은 "너는 무슨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니? 장래 희망이란 나중에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를 묻는 게 아니야.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묻는 거란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갑작스런 엄마의 질문에 주원이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어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질문이었거든요. 이번에는 여러분이 깊이 생각해볼 차례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요?


사람들은 행복이 재산이나 지위처럼 겉으로 보이는 것에 달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마틸드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러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것은 보지 못했답니다. 마틸드는 빼어난 미모와 매력을 가졌고,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고자 애쓰는 든든한 남편도 있었어요. 남편은 마틸드가 목걸이를 잃어버렸을 때에도 그녀를 원망하지 않고 돈을 갚기 위해 묵묵히 일했습니다. 만약 마틸드가 진작 자신의 장점과 남편의 사랑에서 행복을 느꼈다면, 겉치레에 신경 쓰느라 아까운 세월을 허비하는 일은 없었겠지요.

행복 지수가 높은 나라를 살펴보면 부탄이나 코스타리카처럼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은 나라가 많아요. 이 나라들은 국민이 평화롭고 여유로운 삶을 즐기며 건강하게 살아간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하고 자기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게 무엇인지 깨닫는 것이 행복을 찾는 지름길 아닐까요? 장래 희망이나 꿈에 대해 생각할 때도 남에게 보이는 겉모습보다는 내가 행복을 느끼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해요. 또 그것이 다른 사람까지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면 더욱 좋겠지요. 여러분도 이런 꿈을 꾸고 있나요?

[함께 생각해봐요]

마틸드는 왜 친구에게 목걸이를 잃어버렸다고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을까요? 만약 잃어버렸다고 솔직하게 말했다면 마틸드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박주영 |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