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의 역사

궁궐에서 즐겨 먹던 떡볶이… 케리 장관도 먹고 반했대요

입력 : 2014.02.20 05:45 | 수정 : 2014.02.20 08:57
지난주에 매스컴을 뜨겁게 달군 먹을거리가 있어요. 14일이 밸런타인데이였으니 혹시 초콜릿 아니냐고요? 틀렸어요! 바로 떡볶이랍니다. 지난 13일 우리나라를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서울 종로구의 통인시장에서 떡볶이를 먹고는 "베리 굿(Very good)!"을 연발했기 때문이에요. 그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화제를 모았지요.

케리 장관이 맛본 떡볶이는 '기름 떡볶이'라고 불리는 색다른 떡볶이에요. 고추장을 푼 물에 자작하게 끓여내는 일반 떡볶이와 달리 기름에 볶아낸 것이거든요. 새끼손가락 굵기의 가는 가래떡을 기름에 튀겨 간장과 고춧가루로 양념한 2가지 종류가 있어요. 특히 간장으로 양념한 떡볶이는 쫄깃하고 바삭한 맛이 나는데, 우리가 흔히 '궁중 떡볶이'라고 부르는 떡볶이와 생김새가 꽤 닮았답니다. '궁중 떡볶이'라니, 옛날 궁중에서 대표 서민 음식인 떡볶이를 먹었다는 말인가요?

지난 13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서울 종로구의 통인시장에서 떡볶이를 먹는 모습 사진
지난 13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서울 종로구의 통인시장에서 떡볶이를 먹는 모습이 보도돼 화제가 됐어요. /주한미국대사관 페이스북
궁중 떡볶이는 가래떡을 썰어 쇠고기와 채소를 넣고 양념하여 볶은 것을 말해요. 1800년대 요리책인 '시의전서(是議全書)'에 "궁중에서 흰떡과 등심살, 간장, 파 등으로 떡찜을 만들어 먹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 음식을 궁중 떡볶이로 여기는 사람이 많아요. 한국쌀가공식품협회가 운영하는 떡볶이연구소에서는 궁중 떡볶이의 유래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기도 합니다. "17세기 전국 팔도에서 각종 맛난 음식을 한양으로 올려 보냈는데, 이 중 파평 윤씨 종가(★)에서 떡과 쇠갈비를 간장 양념에 볶아 올렸다. 잡채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요리로 생나물과 마른나물, 쇠고기를 주요 재료로 삼고 당면 대신 쌀떡을 넣어 간장으로 양념한 것이다. 당시 입맛을 잃었던 왕이 이 떡볶이를 맛보고서 입맛을 되찾아 이후 궁중의 '정월 요리'로 자리매김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1800년대 편찬된 요리책 ‘시의전서’ 사진
1800년대 편찬된 요리책 ‘시의전서’예요. /TV쇼 진품명품 캡처
하지만 떡볶이의 역사가 이보다 더 앞섰을 것으로 짐작하게 하는 자료가 있어요. 승정원일기 영조 27년(1751년)의 기록 중에 "어머니께서 절편과 병자를 즐기시는데…"라는 영조 임금의 말이 나오거든요. 여기서 나온 어머니는 무수리(★) 출신으로 궁에 들어와 영조를 낳은 숙빈 최씨가 아니라 숙종의 계비(★)인 인원왕후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여요. 숙빈 최씨는 1718년에 이미 세상을 떠났거든요. 절편은 둥글거나 네모난 판에 눌러 박아 모양 있게 만든 흰떡을 말해요. 병자는 '떡 병(餠)'자에 '구울 자(炙)'를 써서, 그대로 풀어 읽으면 구운 떡이라는 뜻이고요. 그런데 1460년 세조 임금 때 어의(★) 전순의가 편찬한 '식료찬요(食療纂要)'라는 책을 보면, "병자는 떡에 고기와 고추를 넣어 만든 음식"이라고 적혀 있어요. 그래서 병자를 떡볶이와 비슷한 음식이 아닐까 짐작하는 사람이 많답니다.

케리 장관이 떡볶이를 먹었다는 재미있는 뉴스가 전해진 며칠 뒤, 떡볶이에 대해 또 다른 뉴스가 등장했어요. 그러나 그 뉴스는 아주 불쾌한 내용이었습니다. 서울의 어느 재래시장에서 외국인 관광객에게 떡볶이 몇 접시에 10만원을 요구하며 바가지를 씌우다가 경찰에 적발되었다는 것이지요. 어쨌든 지난주엔 이래저래 떡볶이가 뉴스거리였네요.


★종가(宗家): 한 문중에서 맏이로만 이어온 큰집.

★무수리: 고려·조선 시대에 궁중에서 청소 따위의 잔심부름을 담당하던 여종.

★계비(繼妃): 임금이 다시 장가를 가서 맞은 아내.

★어의(御醫): 궁궐에서 임금이나 왕족의 병을 치료하던 의원.
지호진 | 어린이 역사 전문 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