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자연

'풋복숭아'와 닮은 아몬드 열매

입력 : 2014.02.20 05:45 | 수정 : 2014.02.20 08:58
요즘 강원도 영동 지역에 폭설이 내려 많은 사람이 큰 피해를 봤어.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立春)이 보름이나 지났는데도 말이야. 눈 대신 꽃비가 내리는 봄은 언제 오는 걸까? 사람들은 "꽃 피는 봄"이란 표현을 자주 써. 여름과 가을에도 꽃이 피지만, 겨우내 메말랐던 나뭇가지에 어여쁜 꽃망울이 달리는 모습이 반가워서 그런 말이 생겼는지도 몰라.

지난주엔 충청도 지역의 비닐하우스에서 복숭아꽃이 활짝 피었다는 소식이 들렸단다. 복숭아꽃은 원래 4월 말에 피는데, 비닐하우스 안에서 자라 두 달도 전에 핀 거야. 그런데 복숭아꽃이랑 똑 닮은 꽃이 피지만, 복숭아와 달리 열매살 대신 씨앗을 먹는 식물이 있다는 걸 아니? 바로 우리가 흔히 먹는 아몬드 나무야.

아몬드.
/그림=전보라(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식물원')
아몬드 나무는 복숭아나무보다 조금 더 크고 오래 살지만, 같은 장미과(科) 식물이어서 전체적인 모습이나 꽃, 열매까지 정말 비슷하게 생겼단다. 아몬드 열매는 풋복숭아처럼 생겼어. 완전히 익어야 복숭아와 다른 점이 드러나지. 아몬드 열매는 익을수록 껍질이 벌어지면서 딱딱한 씨가 보이거든. 벌어진 껍질은 점점 뒤로 젖혀지다가 말라서 떨어지고, 씨만 나무에 달렸어. 그 씨를 깨면 아몬드가 들어 있단다. 그때는 맛이 떫지만 볶으면 아주 고소해지지.

아몬드의 원산지는 터키, 이스라엘 등의 나라가 있는 중동 지역이야. 그곳에서는 봄이 되면 향기 그윽한 아몬드 나무 꽃이 활짝 핀대. 사람들은 4000여년 전부터 아몬드를 먹었어. 아몬드는 견과류 중에서도 미네랄과 식이섬유, 단백질이 풍부해서 우리 몸에 무척 이롭거든. 이렇게 영양이 풍부한 아몬드를 '못 먹는 복숭아'라고 여겨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면 어땠을까? 우리 삶도 마찬가지야. 때론 못 먹는 열매살처럼 보이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그 씨앗이 드러날 때까지 기다리는 일도 필요하단다.

박윤선 | 생태교육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