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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두 번 찾아간 세조… 오래 앓던 피부병이 말끔히 나았대요
입력 : 2014.02.18 05:49
| 수정 : 2014.02.1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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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원사의 ‘목조문수동자좌상’이에요. 전설에 따르면 문수보살이 동자승 모습으로 나타나 세조의 피부병을 고쳐줬대요. /정정현 기자
강원도 남부에 있는 평창은 태백산맥과 차령산맥 사이에 있어요. 해발고도 700m 이상인 곳이 도시 전체 면적의 약 60%를 차지하지요. 지금이야 물 맑고 공기 좋고 산세가 아름다워 우리나라 최고의 휴양지로 꼽히지만, 교통시설이 변변치 못했던 옛날에는 사람들이 쉽게 찾아갈 수 없는 두메산골이었어요.
그런데 조선시대 이런 두메산골을 두 번이나 찾아간 임금이 있었답니다. 바로 조선의 제7대 왕 세조예요. 세조가 평창을 두 번 찾은 이유는 절에서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기 위해서였어요.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에 있는 오대산에는 월정사와 상원사라는 이름난 절이 이웃하고 있거든요. 이곳엔 세조에 얽힌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어요.
조카인 단종을 몰아내고 임금 자리에 오른 세조는 죄책감과 피부병에 시달렸어요. 그래서 월정사와 상원사를 찾아 부처님께 참회(★)의 불공을 드리며 병이 낫기를 바랐지요. 월정사에서 불공을 드리고 상원사로 향하던 세조는 물이 맑은 계곡에서 목욕을 하게 되었는데, 마침 그곳을 지나는 동자승(★)이 눈에 띄었습니다. 세조는 동자승을 불러 등을 밀어달라고 부탁했지요. 동자승이 등을 밀어주자 세조는 몸이 날아갈 듯 개운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목욕을 마친 세조는 동자승에게 "어디 가서 임금의 옥체(★)를 씻겨주었다는 말은 하지 마라"고 했지요. 그러자 동자승이 미소 지으며 "임금께서도 어디 가서 문수보살(★)을 직접 보았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라고 대답하고는 홀연히 사라졌다고 해요. 세조를 괴롭히던 피부병은 씻은 듯이 나았고요. 문수보살을 직접 보았다는 사실에 감격한 세조는 화공을 불러 동자승 모습으로 나타난 문수보살을 그리게 하고, 이를 표본으로 하여 나무 조각상을 만들게 하였어요. 그 조각상이 바로 상원사에 있는 '목조문수동자좌상'이에요. 이 조각상은 현재 국보 제221호로 지정돼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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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대산에 자리한 상원사 모습이에요.
그로부터 몇 해 뒤 세조는 다시 상원사를 찾았어요. 불당에 들어가려는데 고양이가 나타나 세조의 옷소매를 물고 늘어지는 바람에 불당에 들어가지 못했어요. 세조가 아무리 뿌리치려 해도 고양이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이를 기이하게 여긴 세조는 호위군사들에게 불당 안을 샅샅이 뒤지게 했어요. 그러자 놀랍게도 불상을 올려두는 탁자 밑에 세조의 목숨을 노리는 자객이 숨어 있었지요. 고양이 덕분에 자객을 발견하여 화를 면한 것이에요. 세조는 고마움의 표시로 상원사에 기름진 땅을 내렸고, 이때부터 절 소유의 경작지를 '고양이의 밭'이라는 뜻의 묘전(猫田)이라 불렀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지요. 조선왕조실록에도 1462년 '세조가 상원사에 거둥(★)할 때 관음보살이 나타나는 이상한 일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그로부터 4년 뒤인 1466년에 '세조가 다시 상원사에 거둥했다'는 기록이 있어요.
★불공(佛供): 부처 앞에 공양을 드림. 또는 그런 일.
★참회(懺悔): 자신의 잘못이나 죄를 깨닫고 깊이 뉘우침.
★동자승(童子僧): 나이가 어린 승려. 동자삭발을 한 승려를 이르는 말.
★옥체(玉體): 임금의 몸 또는 남의 몸을 높여 이르는 말.
★문수보살(文殊菩薩): 석가모니여래를 왼편에서 모시며 지혜를 맡아보는 보살.
★거둥: 임금의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