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스케이트 '날'은 종목 따라 달라요

입력 : 2014.02.18 05:49 | 수정 : 2014.02.18 08:54

날 길고 뒷굽 분리된 스피드用
곡선구간 원심력 극복하는 쇼트트랙用
'인·아웃에지, 토'로 기술 펴는 피겨用
이처럼 막바지에 이른 동계올림픽… 과학 원리 알고 보면 더욱 재미있죠

피겨스케이팅 점프 기술 정리표

"클랩스케이트의 경쾌한 소리가 경기장에 울려 퍼집니다."

"지금의 점프는 스케이트 날의 토 부분을 이용한 기술입니다."

소치 동계올림픽이 벌써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어요. 그런데 금메달을 딴 이상화 선수의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를 보며 궁금증을 가진 친구가 많을 거예요. 스케이트 뒷굽 쪽의 날이 떨어졌다가 다시 붙는 모습이 자주 보였기 때문이지요. 더구나 같은 빙상 종목임에도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쇼트트랙 3종목의 스케이트 날 모양은 서로 다르답니다. 왜 그럴까요?

세부적인 형태는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빙상용 스케이트는 구두 밑에 '날'이라고 부르는 칼 모양의 금속판이 붙어 있어요. 날은 지면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고 선수의 체중을 한곳에 집중시켜 얼음에 강한 압력을 가하지요. 그 압력에 의해 얼음이 녹아 물이 되면서 더 잘 미끄러지게 됩니다. 그런데 빙상 종목별로 우선시하는 요소가 달라요. 스피드스케이팅은 짧은 시간 안에 정해진 구간을 통과해야 하고, 쇼트트랙은 같은 조에서 경기하는 다른 선수들보다 앞서 결승선에 들어와야 하며, 피겨스케이팅은 스핀, 점프 등 화려한 연기를 잘 펼쳐야 하지요. 그러다 보니 스케이트 날도 각 종목의 특징에 맞게끔 설계됐어요.

우선 스피드스케이팅용 스케이트는 날이 얇고 길어요. 여러분이 평소 사용하는 교통카드의 둥근 모서리 부분을 바닥에 대고 직선으로 밀어본 다음, 긴 가로변이 바닥에 닿도록 카드를 세워 강하게 누르면서 앞으로 밀어보세요. 둥근 부분을 이용할 때는 조금만 힘을 줘도 방향이 쉽게 바뀌어버리지만, 긴 가로변을 이용할 때는 쉬 흔들리지 않고 한 방향으로 곧게 나아가지요? 이처럼 스케이트 날이 길면 경기장의 직선 구간에서 안정적으로 곧게 나아갈 수 있어요.

또 뒷굽의 날이 구두와 분리되면 발을 빙판에 내디딜 때 모서리 부분부터 닿는 것이 아니라 날 전체가 한 번에 빙판에 닿게 돼요. 발을 뗄 때도 날이 빙판에서 늦게 떨어지기 때문에 스케이트 날이 빙판과 오래 붙어 직선 구간을 달릴 때 안정감과 속도를 향상시키지요.

쇼트트랙의 경우, 선수들이 트랙의 약 80%를 곡선으로 움직여요. 곡선 구간이 많은 경기에서는 원심력을 이겨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쇼트트랙용 스케이트는 이에 유리한 형태로 만들어졌지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원심력(遠心力)이란 원운동을 하는 물체가 원의 중심으로부터 멀어지려고 하는 힘을 의미해요. 물체를 실에 묶어 돌릴 때 빠르게 돌릴수록 실이 팽팽해지는 이유가 바로 원심력 때문입니다. 직선으로 빠르게 달리다가 곡선을 그리며 방향을 바꿔보세요. 몸이 바깥쪽으로 쏠리면서 자기도 모르게 달리던 속도를 줄이게 되지요? 쇼트트랙 경기에서도 트랙을 빠르게 돌수록 강한 원심력을 받아요. 그래서 선수들은 트랙을 도는 순간 몸을 트랙의 중심 쪽으로 크게 기울이지요. 쇼트트랙용 스케이트 날도 곡선 구간에서 방향 전환이 쉽도록 밑에서 보았을 때 C자 형태로 살짝 휘어지게 설계됐고요.

또한 날이 스케이트 구두의 중심이 아니라 왼쪽, 즉 트랙을 돌 때 트랙의 안쪽으로 치우쳐 붙어 있어요. 그러면 선수들이 몸을 트랙 안쪽으로 기울일 때 몸의 중심을 잡기에 유리하거든요.

피겨스케이팅용 스케이트 날은 앞서 소개한 두 종목보다 길이가 짧아요. 날이 길면 길수록 직선운동에는 유리하지만, 방향을 전환하기는 어렵기 때문이에요. 자유자재로 방향을 전환하며 화려한 연기를 펼쳐야 하는 피겨스케이팅의 특성상 스케이트 날이 짧게 설계됐지요.

또한 피겨스케이팅엔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기술도 있어 날이 옆에서 보았을 때 직선이 아니라 배가 불룩한 형태로 되어 있어요. 가장 신기한 점은 다른 종목의 스케이트 날은 끝이 뾰족한 반면, 피겨 스케이팅용 스케이트 날은 가운데에 홈이 파여 있다는 점이에요. 홈을 기준으로 몸 안쪽은 '인에지(In edge)', 바깥쪽은 '아웃에지(Out edge)'라고 해요.

또 날의 앞쪽에 톱니 모양으로 된 '토픽(toe pick)'이 있어요. 흔히 '토'라고 부르는 부분이지요. 피겨스케이팅의 점프 기술은 어느 발의 어느 에지로 도약하느냐, 토를 사용하느냐, 어느 방향을 보고 점프하느냐 등에 따라 살코, 러츠, 루프, 악셀, 플립, 토루프 점프로 분류됩니다.

자, 어때요? 이제 스케이트의 생김새만 보고도 어떤 종목의 스케이트인지 알 수 있겠지요? 이처럼 스포츠 속에는 과학적인 원리가 많이 숨어 있어요. 그 원리를 알면 스포츠를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답니다. 동계올림픽을 보면서 종목마다 어떤 과학 원리가 숨어 있는지 한번 찾아보세요.

[함께 생각해봐요]

빙상 경기장에서 스케이트 날이 닿은 곳은 강한 압력 때문에 얼음이 물로 변하여 스케이트가 더 잘 미끄러진다고 해요. 그런데 왜 스케이트가 지나간 자리에는 물이나 패인 흔적이 없는 것일까요?

해설: 스케이트가 지나가자마자 주변의 낮은 온도 때문에 녹은 부분이 순간적으로 다시 얼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많은 사람이 함께 스케이트를 타도 얼음 표면이 크게 상하지 않지요.


[관련 교과] 4학년 1학기 '모습을 바꾸는 물' 6학년 2학기 '에너지와 도구'

조영선·과학학습도서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