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세상

나무 인형을 사람으로 바꾼 것은 무엇일까

입력 : 2014.02.17 05:36 | 수정 : 2014.02.17 08:55

[3] 카를로 콜로디 '피노키오의 모험'

놀기 좋아하고 게으른 피노키오 인형… 귀뚜라미의 조언과 요정의 도움으로 깊은 사랑 깨닫고 진짜 사람이 되었죠
나를 믿어주는 사람의 진심 어린 조언… 달콤하지 않은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인내 갖고 귀 기울이는 자세 필요해요

지난 연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고민 한 가지를 털어놓았다고 해요. 사춘기에 들어선 딸들이 아빠보다 친구와 어울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거예요. 게다가 이제 아빠와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아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대요. 미국의 대통령도 우리 부모님과 똑같은 고민을 하다니, 재미있지 않나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부모님보다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이 더 좋았던 적은 없나요? 혹은 내 멋대로 하고 싶은 마음에 이유 없이 반항했다가 돌아서서 '아차'하고 후회했던 순간은요? 지금으로부터 130여년 전에 탄생한 카를로 콜로디의 '피노키오의 모험'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답니다. 주인공 피노키오는 자신을 만들어준 제페토 할아버지, 그리고 어머니처럼 돌봐준 파란 머리 요정과 끊임없이 삐걱대며 성장해 가지요.

제페토 할아버지는 자신의 손으로 만든 피노키오에게 헌신적입니다. 먹을 것을 구걸하다 물벼락을 맞고, 자신이 먹으려고 가져온 음식을 전부 피노키오에게 주지요. 피노키오가 학교에 가져갈 책이 없다고 하자 자신의 헌 외투를 팔아 책을 사줍니다. 하지만 피노키오는 할아버지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할아버지의 외투와 맞바꾼 책을 되팔아 인형극을 보러 가지요. 또 피노키오는 어슬렁거리며 게으름 피우기를 좋아하고, 학교 가거나 자신의 힘으로 일하는 것은 매우 싫어해요. 생각이 깊지 못하고 귀가 얇은 탓에 나쁜 친구들의 꾐에도 쉽게 넘어갑니다.

[책으로 보는 세상] 나무 인형을 사람으로 바꾼 것은 무엇일까
/그림=이병익
하지만 피노키오에게 제페토 할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에요.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도 하니까요. 하지만 번번이 놀고 싶은 마음을 이기지 못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만 행동해 버리지요. 같은 실수를 반복하여 목숨까지 잃을 뻔하고도 피노키오는 또다시 잘못을 저지릅니다.


#이야기

중학교에 올라간 지선이는 요즘 고민이 생겼습니다. 학교에서 다른 친구들의 험담을 하는 주호 때문이에요. 주호는 공부 잘하고 인기도 많아서 선생님께 말씀드리기도 꺼려져요. 그러던 어느 날 지선이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 주호 이야기를 털어놨어요. 주호에 대한 안 좋은 소문까지 살짝 덧붙여서요. 그러자 그 얘길 들은 친구가 "네가 이러면 주호와 다를 게 없잖아. 주호가 자신의 문제를 잘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이건 옳은 행동이 아닌 것 같아"라며 지적하는 게 아니겠어요? 지선이는 마음 한구석이 콕콕 찔렸습니다. 왠지 모르게 짜증도 났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친구 말이 옳았어요. 자신도 용기를 내서 주호에게 직접 얘기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하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고민이지요. 이처럼 자기 마음의 목소리를 듣고 실천하는 일도,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건네는 진심 어린 조언에 귀 기울이는 일도 절대 쉽지 않지요. 여러분이 지선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것 같나요?


피노키오에게도 귀 기울여 들을 만한 충고나 조언이 많았어요. 피노키오가 제페토 할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고 집을 나갔다 돌아왔을 때 등장한 귀뚜라미의 말이 대표적이지요. "부모님 말씀 안 듣고 멋대로 집을 나가는 아이들은 벌을 받는다고! 그런 아이들에게는 결코 좋은 일이 없어. 언젠가는 가슴 아프게 후회할 거야." 귀뚜라미의 거침없는 조언에 피노키오는 화를 내다가 급기야는 나무망치를 집어던져 버립니다. 이처럼 다른 사람의 진심 어린 조언은 대부분 달콤하게 들리지 않아요. 스스로 충고하는 마음의 목소리도 그렇고요. '꿀도 약이라면 쓰다'는 속담도 있잖아요. 그래서 자기 마음의 목소리를 내거나 다른 사람의 진심 어린 조언을 들을 때는 강한 용기와 인내가 필요하답니다.

이렇게 제멋대로 행동하던 피노키오는 강도를 만나 가진 돈을 뺏기고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해요. 하지만 파란 머리 요정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나지요. 요정은 거짓말로 길어진 피노키오의 코를 원래대로 고쳐주기도 하고, 필요한 순간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도움의 손길을 내민답니다. 요정은 "마음 착한 아이는 개구쟁이에 말썽꾸러기라도 언제고 제자리로 돌아올 거라는 희망이 있다"고 말하며 피노키오의 마음을 다독이지요.

제페토 할아버지와 파란 머리 요정의 사랑은 피노키오의 마음에 천천히 스며들었어요. 나무인형에 불과한 자신을 진짜 자식처럼 대해준 깊은 사랑을 깨닫고 피노키오는 한 뼘 더 성장합니다. 귀뚜라미의 조언을 주의 깊게 듣고, 파란 머리 요정이 병에 걸렸다는 소식에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내놓으며 요정을 돕지요. 직접 일을 해서 자기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모으기 시작하고요. '진짜 착한 어린이'가 되기로 결심하고 행동한 피노키오는 그 바람대로 진짜 사람이 됩니다.

나무가 잘 자라려면 좋은 흙과 햇빛, 그리고 물이 있어야 하지요. 그럼 여러분이 잘 성장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자기 마음의 목소리와 다른 사람의 진심 어린 조언에 귀 기울이는 것,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올바로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일 많은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상황에 부딪히는 우리 생활도 어쩌면 피노키오의 모험과 같을지 모르겠어요. 여러분도 각자의 모험 속에서 보물처럼 꼭꼭 숨겨진 주위 사람들의 사랑을 잘 찾아내길 바라요.


[함께 생각해봐요]

피노키오가 말썽꾸러기일 때 한 행동 중에서 자신이 했거나 공감이 가는 행동이 있나요? 또 부모님이나 친구에게서 진심 어린 충고나 조언을 들었던 경험을 떠올려 보고, 만약 자신이 조언하는 입장이라면 어떤 점에 주의해서 말할지 생각해 보세요.

박혜강 |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