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갔어요

그림, 평범함 속에 유머를 담다

입력 : 2014.02.13 04:54

[81] 마리스칼 展

스페인 디자이너 마리스칼이 그린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스코트 코비… 다정하고 귀여운 캐릭터로 사랑받아
평범한 의자를 강아지 모양으로 표현… 유머 넘치고 재치 있는 디자인으로 지루한 생활공간 흥미롭게 만들었죠

지금 러시아 소치에서는 동계올림픽이 한창입니다. 각 나라를 대표하여 참가한 선수들의 열기와 소치에 모인 세계인의 뜨거운 응원 때문에 올림픽 경기장의 눈과 얼음이 다 녹아버리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지요. 올림픽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는 개최국이 공식 지정한 마스코트입니다. 여러분도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마스코트인 레오파드, 해어, 폴라 베어의 모습을 보았을 거예요. 보통 마스코트에는 이름을 따로 붙이는데, 이번 올림픽에서는 특이하게도 다른 이름 없이 동물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고 해요. 마스코트는 그해 올림픽과 관련된 모든 행사와 광고에 등장하며, 티셔츠, 모자, 가방, 인형 등 기념품으로도 만들어진답니다.

작품1을 보세요. 참 단순하고 장난스럽게 그려진 동물이지요? 이 동물은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을 주름잡은 마스코트 '코비'예요. 코비는 마치 덜 완성된 만화, 혹은 종이에 대충 그어놓은 낙서처럼 보였어요. 하지만 다정하고 재치 있으며 귀엽다는 이유로 세계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지요. 마스코트 디자인의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답니다. 바르셀로나올림픽이 끝날 무렵에는 전 세계 수많은 캐릭터를 제치고 대중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로 꼽히기도 했어요. 2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코비의 팬이 많다고 해요.

작품1(위) - 하비에르 마리스칼,‘ 코비’, 1988,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마스코트를 위한 초기 드로잉. 작품2(아래) - 하비에르 마리스칼, 2000, 살바트사(社)‘ 그래픽 디자인’부록 표지디자인.
작품1(위) - 하비에르 마리스칼,‘ 코비’, 1988,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마스코트를 위한 초기 드로잉. 작품2(아래) - 하비에르 마리스칼, 2000, 살바트사(社)‘ 그래픽 디자인’부록 표지디자인.
코비를 탄생시킨 디자이너는 스페인의 하비에르 마리스칼이에요. 그의 작품들은 장난기로 들썩대는 것만 같지요. 흥겨운 리듬에 젖은 까만 선들, 그리고 그 안을 채운 생생한 원색들은 즐거운 에너지로 가득 차 있어요. 보고 있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가만있기보다는 뭐라도 하면서 놀고 싶어지는 작품을 디자인하는 게 마리스칼의 목표라고 해요. 작품의 생김새 자체보다 사람들의 반응에 좀 더 관심이 있다는 뜻이겠지요. 예를 들어 선인장을 그리라고 하면, 마리스칼은 선인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그 모습을 옮기기보다는 가시에 찔려 따끔한 표정을 머릿속에 떠올려요. 선인장이 사람들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지, 사람과 어떻게 관계 맺는지 먼저 생각하는 거예요.

작품2는 '그래픽 디자인'이라는 잡지의 표지들이에요. 각 표지에는 마리스칼이 그린 얼굴이 담겼죠. 책 속에 낀 얼굴도 있고, 바지를 뒤집어쓴 얼굴도 있어요. 장난감 인형 같은 얼굴이 보이는가 하면 저 끝에는 재즈 피아노로 이루어진 얼굴도 있군요. 이렇게 재미난 얼굴을 보니, 호기심이 샘솟지 않나요? 마리스칼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전하려고 이런 얼굴을 그렸을까요?

여러분, 유머가 넘치고 재치 있는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어떤가요? 함께 즐겁게 웃고 떠들다 보면 유쾌한 기분이 들지요? 디자인도 마찬가지랍니다. 유머를 담은 마리스칼의 작품을 보면 사람들은 신나는 놀이에 초대받은 기분을 느낍니다. 어른들도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마냥 장난스러워지는 거예요. 디자인에는 본래 꿈이 깃들어 있게 마련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건물이나 기구를 둘러보세요. 너무나 평범해서 당연한 듯 보이는 물건에도 사람의 생활을 좀 더 편리하게 바꾸고, 하는 일을 더 쉽게 만들며, 편안한 기분이 들도록 하겠다는 디자이너들의 뜻이 담겨 있답니다.

작품3 - 하비에르 마리스 칼 , ‘ 훌 리안’, 2005, 마지스사(社) 미 투 컬렉션 의자.
작품3 - 하비에르 마리스 칼 , ‘ 훌 리안’, 2005, 마지스사(社) 미 투 컬렉션 의자.
평범한 물건일수록 오히려 디자인하기 어렵다고들 해요. 역대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 디자인했던 품목이 바로 의자라는 사실을 아나요? 흔하디흔한 의자 하나를 디자인하는 일에 그토록 고심했던 이유는 평생의 철학이 그것에서 나타나기 때문이지요. 삶의 철학이란 거창한 물건보다는 지극히 사소한 일상적인 물건에서 그 흔적을 드러내거든요.

작품3을 보세요. 강아지 모양 의자인데, 이 개의 이름은 훌리안이에요. 이 의자를 보면 마리스칼의 디자인 철학을 짐작할 수 있지요. 노랑, 파랑, 빨강 등 색색의 의자에 앉으면 귀여운 강아지 훌리안을 끌어안거나 훌리안과 등을 맞대고 놀거나, 혹은 강아지의 등에 탄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을까요? 마리스칼에게 디자인이란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생활공간을 흥미진진한 놀이터로 바꾸어 주는 일이랍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02)580-1300


[함께 생각해봐요]

여러분이 가장 자주 쓰는 물건은 무엇인가요? 그 물건을 쓸 때 불편한 점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은 없었나요? ‘나라면 이 물건을 이렇게 만들 텐데…’ 하고 생각한 적도 있을 거예요. 평소 즐겨 쓰는 물건을 하나 골라 여러분이 쓰기 편하도록 새롭게 디자인해 보세요.

이주은 | 교수(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