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여행

근위병 교대식으로 유명한 왕궁… 옛날엔 사슴 사냥터였대요

입력 : 2014.02.12 05:41 | 수정 : 2014.02.12 09:03

[69] 영국 버킹엄궁전

영국 여왕이 사는 버킹엄 궁전이 지붕에서 물이 샐 정도로 낡았는데도 수리를 할 수가 없다고 해요. 영국 왕실의 재정 상태가 나빠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붕에서 새는 물로 궁전 안의 예술품들이 망가질 지경이라는데, 영국 왕실에서 돈이 없어 고칠 수가 없다니 대체 무슨 일일까요?

버킹엄 궁전은 화려한 근위병 교대식으로도 유명해요. 교대식 시간에는 궁전 앞을 지나는 차량과 행인의 통행이 통제되는데, 이를 위해 동원된 일반 경찰들도 모두 말을 타고 움직인답니다. 오전 11시가 되면 군악대의 음악과 함께 검은 털모자와 붉은 재킷을 입은 근위병들이 행진하며 궁전으로 들어갑니다. 이 행사는 이틀에 한 번꼴로 열리지만 매번 많은 인파가 몰려요.

버킹엄 궁전 사진
버킹엄 궁전은 원래 버킹엄 공작의 저택이었는데, 1761년 영국 왕실이 이를 사들여 왕궁이 되었대요. /Getty Images/멀티비츠
버킹엄 궁전 앞은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웅장한 조각상이 지키고 있습니다. 꼭대기에 황금빛 천사(혹은 승리의 여신)를 얹은 빅토리아 여왕 기념비예요. 영국에서 가장 재위 기간이 길었던 빅토리아 여왕의 조각상이 위엄 있는 모습으로 궁전을 바라보고 있지요. 영국의 황금시대를 이끈 빅토리아 여왕은 남편인 앨버트 공(公)과 부부 금실이 무척이나 좋았다고 해요. 그래서 궁전 안에는 두 사람의 석상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공간이 있어요.

버킹엄 궁전이 자리한 지역은 궁전을 짓기 전부터 왕실의 커다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 지역은 원래 강이 자주 범람하던 늪지대였는데 사냥을 좋아했던 헨리 8세가 이곳에 살던 주민들을 내쫓고 늪지의 물을 빼 사슴 사냥터로 만들었다고 해요. 또 비단을 좋아했던 제임스 1세는 이곳에 뽕나무 밭을 만들어 비단을 생산하려고도 했지요. 이후 1703년 이곳에 버킹엄 공작이라는 사람이 저택을 지었습니다. 현재는 사라지고 없는 건물인데, 이 건물을 1761년 영국 왕실이 매입했고 조지 3세부터 거주하였어요. 소박하고 청렴한 생활로 유명했던 조지 3세는 버킹엄 공작이 만들어 놓은 화려한 궁궐 대문을 철거하고 지붕 장식들도 모두 떼어버렸다고 합니다. 당시 영국 시민은 이러한 궁전의 모습을 화려하지는 않되, 위엄 있는 모습이라고 여겼어요.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공의 초상화 그림 사진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공은 부부 금실이 좋기로 유명했어요. /위키피디아
현재의 궁전은 그의 아들인 조지 4세가 세운 것입니다. 조지 4세는 존 내시라는 유명한 건축가와 함께 평생 버킹엄 궁전을 지었다가 허물고, 새로 짓기를 반복했다고 합니다. 이후 빅토리아 여왕과 그의 아들 에드워드 왕을 거치며 버킹엄 궁전은 현재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버킹엄 궁전 접견실의 바닥과 벽은 붉은색과 황금빛으로, 둥근 돔(dome)과 아치형의 천장은 흰색과 황금빛으로 장식되어 화려한 매력을 뽐내고 있어요. 몇 세대를 거쳐 여러 왕에 의해 지어진 만큼 다양한 건축양식이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지요.

그런데 버킹엄 궁전의 위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해요. 조지 4세가 죽고 나서 예산 문제가 심각하여 건축자 존 내시가 재판까지 받았거든요. 빅토리아 여왕 부부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건축이 마무리되지 않은 부분에서 물이 새고 악취가 났다고 해요. 또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 앨버트 공이 죽은 후에는 여왕이 버킹엄 궁전을 내버려두는 바람에 일반인에게 팔릴 위기에 처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여왕의 아들인 에드워드 왕이 즉위 후 궁전을 또다시 손봐야 했답니다.

올해 초 영국 의회는 "씀씀이를 못 줄이겠으면 궁전을 비워 관광 수입이라도 올려야 한다"며 왕실을 비판했어요. 왕실의 재정 상태를 살펴본 영국 하원의 공공회계위원회도 버킹엄 궁전을 관광객에게 더 개방하라고 권했다지요. 재정 문제 탓에 지금은 여름에만 개방되는 버킹엄 궁전이 앞으로는 다른 계절에도 문을 열지도 모를 일입니다. 영국 왕실이 이번 재정 위기를 잘 극복하길 바라요.
황수진 | 교원 올스토리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