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쑥숙 역사

동묘는 삼국지 '관우'의 사당… 중국식으로 지어졌지요

입력 : 2014.02.11 05:42 | 수정 : 2014.02.11 08:43
1964년 개장한 동대문 실내 스케이트장의 준공식 모습이에요.
1964년 개장한 동대문 실내 스케이트장의 준공식 모습이에요. /e영상역사관
여러분, 지난주 개막한 소치 동계올림픽을 열심히 보나요? 우리 선수들의 경기가 있는 날엔 아마 온 가족이 TV 앞에 모여 앉아 중계방송을 보면서 응원할 거예요. 특히 이상화·모태범·이승훈 선수가 출전하는 스피드스케이팅이나 김연아 선수가 출전하는 피겨스케이팅 경기에 우리 국민의 관심이 많지요. 그런데 동계올림픽 경기를 보다가 집안의 어른 중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몰라요. "동대문 실내 스케이트장에서 스케이트 탈 때가 그립구나!" "그래. 피겨스케이팅이나 아이스하키 경기 구경하러 동대문 실내 스케이트장에 자주 가곤 했지." "동대문 실내 스케이트장에서 스케이트 타고 동묘에서 술래잡기나 말뚝박기를 하면 하루가 후딱 지나갔는데…."

할아버지와 할머니 등 집안 어른들께서 어릴 적 스케이트를 탔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 않는다고요? 하지만 어른들 말씀은 모두 사실이랍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23년 대동강에서 열린 대동강빙상대회를 시작으로, 1925년 전조선 빙상경기대회, 1933년 전조선 중등학교빙상대회, 1934년 전조선 여자 빙상경기대회 등이 한강 등지에서 차례로 열리며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어요. 그리고 1964년 1월에는 서울 동대문 옆 창신동에 우리나라 최초로 실내 스케이트장이 완공되어 일반인에게 개방되었답니다.

이 시기 동대문 실내 스케이트장을 찾은 아이들에게 덩달아 인기를 끈 곳이 바로 인근에 있는 '동묘(東廟)'였어요. 스케이트를 타러 왔던 아이들은 동묘 안이나 담 주변에서 신나게 뛰어놀곤 했거든요. 동묘가 어떤 곳인 줄도 모르고 말이에요. 여러분은 동묘가 어떤 곳인지 아나요? '종묘(宗廟)'와 헷갈린다고요? 종묘는 조선의 역대 왕과 왕비를 모신 사당(★)이에요. 이와 달리 동묘는 '동관왕묘(東關王廟)'의 줄임말로, 동쪽에 세운 관왕의 사당이라는 뜻입니다. 관왕, 즉 중국 삼국시대 촉(蜀)나라의 장수였던 관우에게 제사를 지내는 곳이에요. 중국 민간신앙에서는 관우를 관왕이나 관제(關帝)로 높여 부르며, 무인(★)의 운을 지켜 주고 재물을 늘려주는 신(神)으로 떠받들었어요.

동묘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 지어져 우리 옛 건축물과는 매우 다르게 생겼어요.
동묘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 지어져 우리 옛 건축물과는 매우 다르게 생겼어요. /문화재청
그런데 중국 장수의 사당이 왜 서울에 있을까요? 김유신, 강감찬, 이순신 등 우리 역사에도 훌륭한 장수가 많은데 말이에요. 임진왜란이 막 끝난 1599년(선조 32년), 조선에 원군(★)을 보냈던 명나라는 "조선과 명나라 군대가 왜구를 무찌를 수 있었던 것은 관우의 영혼이 도와주었기 때문"이라며 관우의 사당을 지으라고 요청했어요. 명나라 황제 신종은 직접 쓴 편액(★)과 함께 명나라 기술자를 조선에 보내기도 했지요. 그래서 조선 왕실에서 '동관왕묘조성청'이라는 임시기구를 만들어 관왕묘를 세운 것이에요. 동묘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 지어졌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건축물과는 매우 다르게 생겼답니다. 동대문 실내 스케이트장은 1980년대 초반에 문을 닫았지만, 동묘는 보물 제142호로 지정되어 잘 관리되고 있어요. 이번 주말엔 동묘를 찾아 동묘가 우리 옛 건축물과 어떻게 다른지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사당(祠堂): 조상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 지내는 곳. 위패는 죽은 사람의 이름과 죽은 날짜를 적은 나무패를 말함.

★무인(武人): 무예를 닦은 사람. 혹은 무관의 직에 있는 사람.

원군(援軍): 전투에서 자기편을 도와주는 군대.

★편액(扁額): 널빤지나 종이·비단에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려 문 위에 거는 액자.

지호진 | 어린이 역사 전문 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