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스케이트장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입력 : 2014.02.11 05:42 | 수정 : 2014.02.11 08:44

방수 처리 틀에 여러 재료 차례로 깔고 물 부으면 파이프 속 냉매가 순환하며 물 서서히 얼려 아이스링크 만들죠
얼음 위에 물층 생겨 미끄러워지고 김연아처럼 멋진 동작도 가능해요

드디어 소치 동계올림픽이 시작되었어요. 동계올림픽이 하계올림픽과 가장 다른 점은 경기가 바로 눈과 얼음 위에서 진행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동계올림픽 종목은 눈 위에서 이루어지는 '설상(雪上) 종목'과 얼음 위에서 펼쳐지는 '빙상(氷上) 종목'으로 나뉘지요. 여러분도 눈과 얼음 위에서는 미끄러워서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요? 눈과 얼음은 왜 이렇게 미끄러울까요?

서로 맞닿아 있는 물체 사이에는 '마찰력(摩擦力)'이라는 힘이 작용해요. 마찰력이란 물체가 다른 물체에 접촉하면서 운동을 시작하거나 운동하고 있을 때, 그 접촉면에서 생기는 운동을 방해하는 힘을 말해요. 쉽게 말하면 '미끄러짐을 방해하는 힘'이라고 할 수 있지요. 여러분이 평소 아무렇지도 않게 잘 다니던 곳에서 갑자기 미끄러졌던 기억을 떠올려 보세요. 아마 그 바닥 위에는 평소와는 달리 물이 뿌려져 있었거나 왁스가 칠해져 있거나, 모래 등의 이물질이 뿌려져 있었을 거예요.

즉, 움직이기 쉬운 물질이 신발과 바닥 사이에 들어가서 미끄러진 것이지요. 이는 바닥에 작은 구슬을 깔고 그 위로 무거운 물체를 끌 때 쉽게 옮길 수 있는 원리와 같아요. 둥근 바퀴가 달린 수레로 무거운 짐을 쉽게 이동시킬 수 있는 것도 바퀴가 바닥과 짐 사이에서 쉽게 움직이기 때문이지요.

[재미있는 과학] 스케이트장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그림=정서용
눈과 얼음이 미끄러운 이유는 표면에 물이 있기 때문이에요. 정말 놀랍게도 물이 완전히 얼어붙는 추운 날씨에도 얼음 표면에는 항상 얇은 물층이 존재한답니다. 물은 온도가 내려가면 물 분자들이 육각형 모양으로 연결되면서 얼음으로 변해요. 그런데 여러 사람이 일렬로 손을 잡으면 맨 가장자리에 있는 두 사람은 한쪽 손이 남는 것처럼 얼음의 바깥쪽에도 더는 연결되지 못해 얼음으로 변하지 못한 물이 남습니다. 이 물층이 물체와 함께 움직이며 물체를 미끄러뜨리는 것이지요. 하지만 얼음 표면의 물층이 너무 얇다는 점 때문에 더 연구할 부분이 있다고 해요.

눈과 얼음 위처럼 마찰력이 작으면 균형을 잡기 어렵지만, 훈련을 통해 익숙해지면 맨바닥에서는 할 수 없는 날렵한 동작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남자 육상 400m 달리기의 세계기록이 43초 18인데, 우리나라의 이상화 선수가 기록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세계기록이 36초 36인 것을 비교해 보면 큰 차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지요. 피겨스케이팅을 보더라도 점프, 스핀, 스텝 등 맨바닥에서는 불가능한 기술이 많아요. 스키, 스키점프, 봅슬레이 등의 설상 종목도 속도가 매우 빠르고요.

주로 야외에서 치러지는 설상 종목은 훈련장을 만들 때 많은 눈과 넓은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훈련장을 만들기가 쉽지 않아요. 하지만 빙상 훈련장은 이에 비하면 만들기가 수월한 편입니다. 일반 공연장을 스케이트장으로 만드는 일도 가능하거든요.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평소에는 마룻바닥을 한 일반 공연장으로 쓰이다가, 아이스 발레 공연이 있을 때는 아이스링크로 변신하지요. 겨울이 되면 서울시청 앞 잔디밭도 스케이트장으로 변하고요. 그렇다면 일반 공연장을 어떻게 아이스링크로 만들까요? 우선 물이 새지 않도록 방수 처리된 틀을 설치하고, 공연장 바닥이 젖지 않도록 바닥에 플라스틱 커버를 깔아요. 그 위에 스티로폼과 냉각파이프, 플라스틱 커버를 차례로 깔고 물을 부으면, 냉각파이프 속에 든 냉매가 순환하면서 물을 서서히 얼립니다. 이런 방식으로 물을 얼리면 공연장을 춥지 않게 해도 된다는 장점이 있어요. 단순히 공연장의 온도를 영하로 낮춰 물을 얼린다면 선수나 관객이 추위로 불편함을 겪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아이스링크도 유지·관리하는 데 큰 비용이 든다고 해요. 그래서 빙상 종목도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고급 스포츠로 여겨지고 있지요. 빙상 종목 선수들의 훈련장도 턱없이 부족하고요.

그런데 최근 이러한 아이스링크보다 관리가 쉽고 제작 비용도 10분의 1밖에 들지 않는 인공빙판 제작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고 해요. 이 인공빙판은 영하 31도에서 영상 65.5도까지 얼음 상태가 유지된다고 합니다. 영상 30도만 되어도 한여름 날씨인데 영상 65.5도까지 녹지 않는다니 정말 놀랍죠? 그뿐 아니에요. 일반 아이스링크는 2~3시간 사용하면 다시 쓰기 어려워 계속해서 고쳐야 하지만, 이 인공빙판은 4~5년간 최상의 상태를 유지합니다. 게다가 그 후에는 뒤집어서 다시 4~5년을 쓸 수 있대요. '수퍼 아이스'라고 불리는 인공빙판은 물이 아니라 '폴리에틸렌'이란 플라스틱에 특수윤활유를 섞어 만들었기 때문이지요. 일반 빙판과 유사하지만, 마찰력이 다소 강해 스케이트를 타는 데 힘이 더 들고 스케이트 날에도 손상을 줄 수 있어서 선수들이 활용하기에는 아직 무리라고 해요.

하지만 이런 단점만 보완하면 머지않아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저렴한 비용으로 스케이트를 탈 수 있겠지요? 그렇게 된다면 더는 우리 선수들이 훈련장 부족 때문에 힘들어하는 일도 없을 거예요. 아직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힘겹게 싸우는 우리 선수들에게 힘찬 응원을 보내도록 해요.


[관련 교과] 3학년 1학기 '우리 생활과 물질' 4학년 1학기 '모습을 바꾸는 물' 6학년 2학기 '에너지와 도구'


[함께 생각해봐요]

냉장고에서 얼린 얼음은 보통 가운데 부분이 하얀 경우가 많아요. 얼음을 완전히 투명하게 얼릴 수는 없을까요?

해설: 물이 얼 때는 바깥쪽부터 얼기 시작하는데, 물속에 있던 미세한 공기 방울이 가운데로 몰려 가운데가 하얗게 되는 현상이 일어나요. 그래서 물을 끓여서 얼리면 물속에 있는 미세한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와 비교적 투명한 얼음이 돼요. 또 얼음이 어느 정도 얼었을 때 얼음에 구멍을 뚫어 물을 쏟아내고 다시 물을 채워 두 번에 걸쳐 얼리는 방법도 있지요. 그 외에 매우 낮은 온도로 순식간에 얼리거나 얼음 그릇을 나무젓가락 위에 얹어 얼리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어요.

조영선 | 과학학습도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