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세상

전쟁터에서 쓴 일기가 '고전'이 되다

입력 : 2014.02.10 05:37 | 수정 : 2014.02.10 08:59

[2] 이순신 '난중일기'
임진왜란 때 이순신의 뛰어난 전술과 인간적인 모습까지
생생히 기록되어 오늘날 세계유산으로 인정받았죠
여러분도 하루하루 일기를 쓰면서 그날을 되돌아보는 시간 가져봐요

여러분은 일기(日記)를 꼬박꼬박 쓰나요? 예전엔 일기 쓰기를 숙제로 내주는 학교가 많았는데, 일기 검사에 대한 비판이 늘면서 요즘엔 많이 줄어들었지요. 일기는 매일 겪은 일과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적은 글이에요. 그래서 누군가 자신의 일기를 몰래 들여다본다면 불쾌하고 창피한 생각이 든답니다. 하물며 선생님께 검사까지 받아야 한다면 자유롭게 쓰기 어렵겠지요. 그런데 한 사람의 일기가 훗날 여러 사람에게 널리 읽히며 고전이 되는 경우도 있어요.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가 바로 그런 작품이에요.

여러분도 잘 알듯 이순신 장군은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 눈부신 활약을 펼쳐 나라를 구한 영웅입니다. 우리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역사적 인물로 항상 손꼽히는 분이지요. 그래서인지 100원짜리 동전에서도, 서울 한복판인 광화문 네거리에서도, 수많은 소설과 드라마, 영화에서도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장군의 이름을 딴 '충무공이순신함'이 지금 우리 바다를 지키고 있고요. 뛰어난 전술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해전(海戰) 역사에 길이 남을 이순신 장군은 과연 일기에 어떤 얘기를 썼을까요? 1592년 7월 8일 한산도대첩이 있던 날의 일기를 함께 들여다봐요.

이순신 장군 일러스트
그림=이병익

한산도는 헤엄쳐 나갈 길도 없고, 왜적이 육지에 오르더라도 굶어 죽을 것이니 왜적과 맞서기에 좋은 곳이다. 그래서 판옥선 대여섯 척으로 먼저 나온 적을 뒤쫓아서 기습할 것처럼 달려들었다. 왜선들이 일시에 돛을 올려 뒤쫓아오자 우리 배는 거짓으로 물러나는 척하면서 돌아 나왔다. 왜적들이 뒤따라오는 것을 보고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장수들에게 학익진을 펼치라고 명령했다. 일시에 진격하여 마구 불화살과 총통을 쏘았다. 왜적의 배를 두세 척 깨부수자 왜적들이 슬슬 뒤로 물러났다. 우리 수군은 사기가 올라 앞다투어 돌진하였다. 불화살을 잇달아 쏘는 모습이 마치 바람 같았다. 적을 순식간에 다 해치워버렸다.

어떤가요? 조선 수군이 왜적을 맞아 싸우는 장면이 눈앞에 생생하게 떠오르지요? '난중일기'는 전쟁의 진행 과정과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임진왜란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해요. 그래서 우리나라 국보 제76호로 지정되었고, 2013년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등재되어 전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답니다.

'난중일기'는 영웅 이순신의 전쟁 기록이기도 하지만, '인간 이순신'의 모습도 보여줍니다. 여러분은 학교에서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리더십도 뛰어나 친구들에게 인기 많은 친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그 친구는 아무런 걱정이 없을 것 같지요?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라도 누군가의 가족이고, 자신만의 고민이 있는 법이에요. 이순신 장군도 그랬답니다. '난중일기'에는 엄격하고 용감한 장군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가족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곳곳에 담겨 있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 "어서 빨리 죽고만 싶어 소리 내 울었다"는 내용은 우리 마음마저 먹먹하게 만들지요. 또 막내아들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마음은 이미 죽고 몸만 남아 울부짖는다"라며 애통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어요.


#이야기

여러분은 혹시 인터넷에서 악플을 달아본 적 있나요? 아니면 근거 없는 소문을 사실로 믿었다가 실수한 적은 없나요? 이제 곧 중학교에 올라가는 민서는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면 컴퓨터부터 켭니다.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 A의 기사를 보기 위해서요. 오늘 기사를 읽다 보니 A가 출연한 오락 프로그램에서 다른 출연자가 A를 못살게 굴었다는 이야기가 눈에 띄었어요. 화가 난 민서는 그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살펴봤지요. 민서와 같은 생각을 한 팬이 많았는지 A를 괴롭힌 출연자에 대한 악플이 넘쳐나고 있었어요. 민서도 뒤따라 악플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근거 없는 소문까지 덧붙여 악플을 달고 나니 아주 속이 시원했어요. A의 팬클럽 사이트에 그 악플을 자랑하기도 했지요. 악플과 뜬소문으로 공격당한 사람의 마음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어요. 여러분은 이런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다른 사람에 대해 이렇게 함부로 말하고 평가 내려도 괜찮을까요?

이순신 장군도 살아생전 남들의 존경만 받은 건 아니었어요. 다른 사람들의 모함으로 관직을 잃고 옥에 갇혔다가 백의종군(白衣從軍·벼슬 없이 말단 군인으로 전쟁에 참가함)하라는 명령을 받고 간신히 풀려나기도 했답니다.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키고도 오히려 죄인으로 몰린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난중일기'에서는 이러한 이순신 장군의 처지와 고민도 읽을 수 있어요.

또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과 라이벌 관계였던 원균이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난중일기'에는 원균의 잘못된 행동과 그에 대한 비난이 여러 군데 쓰여 있답니다. 원균이 어부들이 건진 왜적의 머리를 찾아내 공적(功績) 올리기에 급급했다거나, 명나라에서 보낸 화약 무기를 독차지하려 했다는 내용도 있어요. 이 때문인지 원균은 이순신 장군의 공(功)을 가로채려 한 무능한 장수라는 이미지가 강하지요. 그런데 원균에 대한 이순신 장군의 기록을 그대로 믿어도 될까요? 이순신 장군은 무척이나 올곧은 성품을 지녔지만, 자신과 불편한 관계였던 원균을 공정하게 평가하기는 어려웠을지도 몰라요. 혹시 원균에 대한 우리의 평가도 불공정한 것은 아닐까요? 원균도 일기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면 좀 더 나은 인물로 평가받았을지도 모르지요. 여러분도 새 학년을 맞아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일기로 남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함께 생각해봐요]

역사적 인물에 대한 책을 읽다 보면 한 인물이 서로 다른 평가를 받는 경우를 종종 접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요? 역사적 인물을 공정하게 판단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최혜정 |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