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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꿇은 빌리 브란트(옛 서독 총리)의 용기… 전후 독일을 일으켜 세우다
입력 : 2014.02.03 05:49
| 수정 : 2014.02.0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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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 서독의 총리였던 빌리 브란트 모습이에요. /독일 연방기록원
하지만 이처럼 뻔뻔하게 행동하는 아베 총리와 달리 조국의 잘못을 진심 어린 태도로 사과하며 평화와 양심의 상징이 된 정치인도 있어요. 바로 옛 서독의 총리였던 빌리 브란트예요.
빌리 브란트는 1913년 독일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빌리 브란트가 태어나기도 전에 소식이 끊겨버렸기 때문에, 어머니 손에서 외롭게 자랐어요. 동네 친구들이 걸핏하면 '아버지 없는 아이'라고 놀려대며 상처 주기도 했지만, 그는 꿋꿋하게 성장했지요. 빌리 브란트가 스무 살이 될 무렵, 나치당(黨)을 이끄는 히틀러가 독일의 정권을 잡았습니다. 히틀러는 전쟁을 일으켜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렸고, 1945년 전쟁이 끝나자 독일은 동독과 서독으로 쪼개지고 말았지요. 분단된 조국을 보며 가슴 아팠던 빌리 브란트는 서독에서 정치가로 활동하며 독일을 통일시키겠다고 굳게 다짐합니다.
1969년 마침내 서독 총리가 된 빌리 브란트는 이웃 나라인 폴란드를 방문하겠다고 발표했어요. 하지만 당시 주변 나라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습니다. 전쟁 중에 나치당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끔찍하게 죽였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은 여전히 독일을 미워했거든요. 그중에서도 폴란드는 독일 때문에 인구의 20%가 죽었을 만큼 큰 피해를 당하였던 나라로, 독일은 물론 빌리 브란트에 대한 분노가 엄청났지요.
1970년 12월, 폴란드를 방문한 빌리 브란트는 독일 나치 정권의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비 앞에 섰습니다. 그날은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빌리 브란트는 우산도 쓰지 않은 채 묵묵히 비를 맞고 있었지요. 그리고 뒤이어 전 세계가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어요. 빌리 브란트가 희생자 추모비 앞에 공손히 무릎을 꿇은 거예요. 이것은 정말 충격적인 사건이었어요. 서양에서 무릎을 꿇는 것은 완전한 복종을 뜻하기 때문이에요. 한 나라의 총리가 다른 나라에서, 그것도 비 내리는 땅에 무릎을 꿇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요. 빌리 브란트의 행동은 독일이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음을 전 세계에 보여 준 것이었어요. 그의 행동에 감동한 폴란드 사람들은 독일에 대한 미움을 씻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 언론도 '무릎 꿇은 것은 한 사람이었지만, 일어선 것은 독일 전체였다'라며 빌리 브란트의 용기를 높이 평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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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치 희생자 추모비 앞에 무릎 꿇은 빌리 브란트의 행동은 독일이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음을 전 세계에 보여줬어요. /Corbis 토픽이미지
★위패(位牌): 죽은 사람의 이름과 죽은 날짜를 적은 나무패.
★합사(合祀): 둘 이상의 혼령을 한곳에 모아 제사를 지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