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세상
소년과 소녀가 주고받은 '마음'이라는 선물
입력 : 2014.02.03 05:49
| 수정 : 2014.02.03 09:02
[1] 황순원 '소나기'
6·25전쟁 직후 비극적인 현실에서 우리 삶에 큰 위안을 준 소설 '소나기'
순수한 이야기로 지금도 사랑받죠
친구 사귈 때 비싼 선물은 필요 없어요… 마음을 열고 먼저 다가가면 된답니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여러분은 요즘 새 학년 준비에 한창이지요? 학년이 바뀌면 새로운 교실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게 됩니다. 마음에 드는 친구만 만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도 있을 거예요. 서로를 잘 모르니 오해가 생겨 싸우는 일까지 생길지도 모르지요. 친구에게 다가가는 일도, 거리를 두는 일도 쉽지 않답니다.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했을까?'라며 친구의 마음이 몹시 궁금할 거예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이라도 있으면 참 좋겠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에겐 초능력이 없으니, 친구의 마음을 짐작하고 이해하고자 노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에도 여러분처럼 서로의 마음을 알고 싶어한 소년과 소녀가 나온답니다.
한 소년이 개울 앞에 서 있어요. 그 개울을 건너갈 반들반들한 징검다리도 놓여 있지요. 그런데 징검다리 위에 한 소녀가 앉아 있어요. 소년은 가냘픈 손가락으로 물을 튕겨내는 소녀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요. 여러분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요? 좁은 골목길이나 계단을 올라가는 중 누군가 그 길에 웅크려 있다면 어떤 말을 건넬 건가요? 비켜달라고 말하거나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겠지요. 짓궂은 친구는 툭 치고 지나갈지도 몰라요.
하지만 소년은 아무 말도 못하고 마냥 기다리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시커먼 고무신에 누렇게 바랜 옷을 입은 소년은 하얀 피부에 예쁜 치마를 입은 소녀에게 말을 걸 엄두가 나지 않았던 거예요. 그렇다면 징검다리 위의 소녀는 어떤 마음일까요? 소녀는 자신에게 아무 말도 걸지 않는 소년의 무심함이 야속하기만 해요. 그래서 소년에게 조약돌을 던지며 한마디 하지요. "이 바보!"
한 소년이 개울 앞에 서 있어요. 그 개울을 건너갈 반들반들한 징검다리도 놓여 있지요. 그런데 징검다리 위에 한 소녀가 앉아 있어요. 소년은 가냘픈 손가락으로 물을 튕겨내는 소녀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요. 여러분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요? 좁은 골목길이나 계단을 올라가는 중 누군가 그 길에 웅크려 있다면 어떤 말을 건넬 건가요? 비켜달라고 말하거나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겠지요. 짓궂은 친구는 툭 치고 지나갈지도 몰라요.
하지만 소년은 아무 말도 못하고 마냥 기다리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시커먼 고무신에 누렇게 바랜 옷을 입은 소년은 하얀 피부에 예쁜 치마를 입은 소녀에게 말을 걸 엄두가 나지 않았던 거예요. 그렇다면 징검다리 위의 소녀는 어떤 마음일까요? 소녀는 자신에게 아무 말도 걸지 않는 소년의 무심함이 야속하기만 해요. 그래서 소년에게 조약돌을 던지며 한마디 하지요. "이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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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이병익
이런 특징은 '소나기'에도 잘 드러납니다. 다음 대목을 함께 읽어볼까요.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자 산등성이에서 예쁜 꽃을 쫓던 두 사람이 수숫단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이에요.
그런대로 비가 덜 새는 곳을 가려 소녀를 들어서게 했다. 소녀의 입술이 파아랗게 질렸다. 어깨를 자꾸 떨었다. 무명 겹저고리를 벗어 소녀의 어깨에 싸 주었다. 소녀는 비에 젖은 눈을 들어 한 번 쳐다보았을 뿐, 소년이 하는 대로 잠자코 있었다. (중략) 수숫단 속은 비는 안 새었다. 그저 어둡고 좁은 게 안 됐다. 앞에 나앉은 소년은 그냥 비를 맞아야만 했다. 그런 소년의 어깨에서 김이 올랐다. 소녀가 속삭이듯이, 이리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괜찮다고 했다. 소녀가 다시,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벗어주기엔 너무나 남루한 옷이기에 소년은 순간 많은 고민을 했겠지요. 하지만 소년의 마음을 잘 아는 소녀는 잠자코 있습니다. 소년이 뒷걸음질치는 바람에 안고 있는 꽃묶음이 망가져도 개의치 않아요. 외적인 것들은 소년의 마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까요. 요즘 보기 드물게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지요? 이 작품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는 점점 각박해지는 현대 사회에 따뜻하고 순수한 마음을 전해주기 때문이랍니다.
#이야기
요즘은 이성 친구를 사귀는 초등학생이 많아졌어요. 그에 따라 이성 친구 간에 과도한 선물을 주고받는 경우도 부쩍 늘었지요. 초등학교 6학년인 종혁이는 엄마를 졸라 여자 친구와 만난 지 22일째 되는 기념일에 패밀리 레스토랑의 이벤트룸을 빌려 친구들과 파티를 했어요. 5학년인 상훈이는 6학년 형에게 돈을 빌려 은으로 된 커플 반지를 사서 여자 친구에게 선물했다고 해요. 6학년인 찬우와 예진이는 백화점 명품 화장품 코너에서 선물을 주고받았고요. TV 드라마 등에서 본 어른들의 연애 방식을 따라 한 것이지요. 자기 용돈보다 훨씬 비싼 선물이었지만, 이 친구들은 이런 선물을 주고받아야 관계가 유지된다고 생각했어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해지는 마음마저 돈이나 값비싼 선물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다시 소설 '소나기'로 돌아가 볼까요? 소나기가 물러간 후 며칠이 지나 소년은 한동안 병을 앓았다는 소녀를 만납니다. 소녀가 이사 간다는 말에 소년은 서운하기만 하지요. 하지만 이사를 한다던 소녀는 변변히 약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병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참 애달픈 결말이지요. 소녀가 죽고 나서 소년은 방 안에 누워 어른들이 하는 말을 숨죽여 듣습니다. "그런데 참, 이번 계집앤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아? 자기가 죽거든 자기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고…." 소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의 의미는 소년만이 알고 있지요.
우리는 누군가를 좋아하면 더욱 그 사람의 마음을 알고 싶어져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 마음을 알기 어렵지요. 그래서 우리는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해야 한답니다. 그러면 '소나기'의 소년과 소녀처럼 어느새 상대방의 마음을 알게 될 거예요. 자, 새 학년을 앞두고 친구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갈 준비가 되었나요?
[함께 생각해봐요]
소녀가 죽기 전 ‘자기 입던 옷을 입혀서 묻어 달라’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분은 소녀가 자기 마음을 전달한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