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자라는 어린이
나는 오빠와 2촌, 큰아버지와는 3촌이래요
옛날에는 설 전날인 섣달그믐(음력 12월 30일)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할아버지처럼 하얗게 센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그 말을 철썩같이 믿은 아이들은 눈썹이 셀까 봐 잠을 잘 수가 없었지요. 참다 참다 그만 잠들어버리면 장난꾸러기 형이나 누나들이 몰래 동생 눈썹에 쌀가루를 발라 놓았답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화들짝 놀란 동생을 보고 언니 오빠들은 한바탕 웃어댔지요. 또 설날 밤에 아이들은 마루에 눈이 고운 체를 달았어요. 야광귀(夜光鬼)라는 귀신이 하늘에서 내려와 자는 아이들의 신발을 신어 보고, 제 발에 맞으면 가져간다는 이야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마루에 눈이 고운 체를 달아두면 신발을 가지러 온 야광귀가 밤새 체의 눈을 세느라 신발을 신어보지 못한다고 해요. 지금은 이런 재미난 풍습이나 이야기가 많이 사라졌지만, 설날 친척들이 다 모여서 차례를 지내고 한 상에 둘러앉아 떡국을 먹는 풍습은 그대로랍니다. 설빔을 곱게 차려입고 친척 어른들께 세배도 올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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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웅진주니어‘동갑인데 세배를 왜 해?’
큰아버지, 삼촌, 사촌, 오촌…. 설에 모이는 친척을 부르는 이름도 다양해요. 그러고 보니 삼촌, 사촌, 오촌 등 '촌'자가 들어가는 말이 많네요. '촌'이란 우리말로 '마디'를 뜻해요. 나와 부모님 사이가 마디 하나로 1촌, 형제·자매와 부모님 사이도 1촌이지요. 그래서 나와 형제·자매는 1촌과 1촌을 더해 '2촌'이 됩니다. 아빠의 남동생은 아빠와 2촌 사이이고, 나와 아빠가 1촌 사이이므로, 1촌과 2촌을 더해 '삼촌'이 되는 거예요. 우리는 촌수로 가깝고 먼 친척을 바로 알 수 있지요.
설에 친척들과 함께하는 놀이도 많아요. 그 가운데 가장 재미난 놀이가 윷놀이지요. 작고 둥글고 단단한 나무토막 두 개를 반으로 쪼개어 윷을 만들어요. 서로 편을 갈라서 윷을 던져 떨어지는 모양대로 말을 움직여 승부를 겨루지요. 연날리기도 대표적인 설 풍속놀이예요. 연을 띄울 때는 '송액영복(送厄迎福)'이라는 글자를 연에 써 붙이는데, 질병이나 사고처럼 나쁜 것을 멀리 보내고, 복이 찾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지요.
설은 새로운 해를 시작하며 친척 사이의 정을 도탑게 하는 명절이에요. 이번 설에는 TV와 게임기를 끄고 친척들과 윷놀이를 하며 배꼽 빠지게 웃어 보세요. 밖에 나가 연도 날려 보고요. 어느 해보다 흥겨운 설이 될 거예요.
[부모님께]
우리나라처럼 촌수와 친척을 부르는 호칭이 잘 정리된 나라도 드물다고 해요. 하지만 촌수는 아이들이 계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번 설에는 온 가족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커다란 종이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부터, 큰아버지, 고모, 삼촌, 사촌, 오촌까지 따져가며 촌수 나무를 그려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