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갔어요

미술 교과서 속 그 시절 세상은 어땠을까

입력 : 2014.01.30 06:50

[80] 한국 근현대 미술 교과서 展
그림 따라 그리게 한 일제강점기 책, 6·25전쟁 후엔 일상 담은 그림도 실려
미술은 그리는 법만 배우는 게 아닌 직접 보고 느낀 세상 표현하는 것이죠

유명 화가들의 이야기를 읽어 보면 어릴 적에 미술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가 참 많아요. 우리나라 화가 박수근도,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도 혼자 그림을 그리기 좋아했을 뿐 미술을 따로 배운 적이 없었어요. 위대한 화가가 되려는 사람에게도 미술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닌가 봅니다. 그렇다면 아예 화가가 될 꿈조차 꾸지 않는 친구도 많은데, 왜 학교에는 굳이 미술 시간이 있는 걸까요? 왜 선생님들은 우리에게 미술 감상을 하면 안목이 높아지고 시야가 넓어진다고 말하는 걸까요? 오늘은 약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미술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살펴볼 거예요. 할아버지, 할머니, 우리 부모님은 어떤 책으로 어떻게 미술을 배웠을까요?

‘도화임본3’, ‘보통학교 도화첩’  사진
(사진 왼쪽)사진1 - ‘도화임본3’ 내지, 조선총독부 발행, 1916. (사진 오른쪽)사진2 - ‘보통학교 도화첩’ 표지, 4학년 아동용, 조선총독부 발행, 1926.
사진1을 보세요. 이것은 일제강점기인 1916년에 나온 미술 교과서의 한 쪽입니다. 붓으로 그린 물고기 한 마리가 보이네요. 이때에는 '그림'이라는 말 대신 '도화(圖畵)'라는 말을 썼어요. 그림을 그대로 따라 그리는 책이라는 뜻으로 미술 교과서를 '임본(臨本)'이라고 했답니다. 그러니까 먼저 교과서에서 잘 그린 물고기를 하나 보여주고, 학생들이 그 물고기를 똑같이 옮겨 그리게 하는 방식으로 미술교육이 이루어졌던 거예요.

사진2는 1926년에 나온 4학년 어린이용 교과서 표지예요. 이때도 일제강점기라 조선총독부가 책을 만들고, '보통학교 도화첩'이라는 제목을 붙였어요. 이 책에는 그대로 따라 그리기의 단계에서 조금 넘어서서, 직접 물건을 보고 그린 예라든가 상상한 것을 그림으로 나타낸 사례가 나와 있습니다.
초등미술4’ 내지 사진
사진3 - ‘초등미술4’ 내지, 미술교재연구회, 1952.
사진3은 1952년, 6·25전쟁 시기의 교과서를 펼친 것인데요. 가만 보니 밑그림 같아요. 그 위에 직접 색연필이나 크레파스로 색칠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거예요. 왼쪽 밑그림에서는 사람들이 보따리를 등에 지거나 머리에 이고 있어요. 전쟁을 피해 떠나 있다가, 폭격이 끝나고 나서 다시 집으로 부지런히 돌아가는 모습이로군요. 오른쪽 그림은 엄마와 딸이 평화롭게 나물을 캐는 장면이에요. 무서운 전쟁이 끝나고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단순히 따라 그리거나 물건을 보고 그리는 것에서 벗어나 이야기를 전하는 그림들이 교과서에 나타난 거예요.
중학교 미술1’ 표지 사진
사진4 -‘중학교 미술1’ 표지, 홍명섭 외, 2007.

사진4는 2007년에 나온 중학생용 미술책입니다. 표지를 보니 학생들이 잠자리채를 가지고 자연 학습을 나왔나 봐요. 가운데 학생은 사진을 찍고 있네요. 요즘에는 미술 시간에 꼭 그림 그리는 법만 가르치지는 않아요. 미술 활동이란 이 표지의 학생들처럼 관찰하고, 체험하고, 표현하고, 감상하는 것까지 모두 포함하거든요. 미술교육이 훨씬 다양해지고 범위가 넓어진 것이지요.

미술이란 본래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것이랍니다. 그림 잘 그리는 반 고흐도 실은 탐구의 왕이었어요. 그는 늘 자기가 생각한 것들을 동생인 테오에게 편지로 써 보냈는데, 한번은 편지에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어요. "나 스스로 예술가라고 말할 때가 있어. 그건 언제나 무엇인가를 탐구하고 있다는 뜻이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거나 중요한 것을 발견했다는 것과 정반대되는 말이야. 그러니까 내가 예술가라는 말은 '나는 탐구하고 있다, 나는 분투하고 있다, 나는 열중하고 있다'라는 뜻이지."

우리가 학교에서 미술을 배우는 이유는 다른 분야의 공부와 마찬가지로 이 세상과 사람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주변을 꼼꼼히 관찰하고 풍부하게 느끼며, 깊이 생각하는 법을 훈련해야 하지요.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아름다움이 있는데, 미술이란 그 아름다움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또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 하나씩 찾아내고 알아가는 과정이랍니다. 물론 다른 사람이 찾아낸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도 기쁜 일이겠지요. 하지만 자기 힘으로 무언가 가치 있고 아름답게 여겨지는 것을 찾아냈을 때 그 감동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는 것이랍니다. 그런 감동이 있는 삶을 위해서 미술 공부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요.

[함께 생각해봐요]

여러분도 학교에서 미술을 배울 거예요. 지금 여러분이 배우는 미술 교과서는 어떻게 생겼나요? 여러분의 미술 교과서를 펼쳐 위에서 살펴본 옛날 교과서와 비교하며 다른 점을 찾아보세요. 또 지난 1년 동안 미술 교과서와 미술 수업을 통해 여러분이 무엇을 배웠는지도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함께 그려봐요]

대관식 예복을 입은 엘리자베트 황후' 그림
아돌프 다우트하게, ‘대관식 예복을 입은 엘리자베트 황후’, 19세기 후반.

◀옛날에는 지금과 달리 전 세계에 왕이 다스리는 나라가 많았어요. 왕을 비롯한 왕족들은 어마어마하게 비싸고 화려한 옷과 보석으로 자신을 치장하고, 여러 사람의 시중을 받으며 살았지요.

하지만 왕족에게는 나라를 대표하는 자로서 명예를 지켜야 하는 등 막중한 의무도 있었답니다. 여러분은 어떤 능력을 갖춰야 훌륭한 왕(왕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만약 여러분이 왕족이라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왕관을 그리면서 한번 생각해 보세요.

함께 그려봐요 일러스트

김달진 미술자료박물관 (02)730-6216

 

이주은 |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