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여행

겨울이면 이곳은 온통 하얀 동화나라

입력 : 2014.01.29 05:34 | 수정 : 2014.01.29 09:03

[67] 삿포로 눈축제

일본 최대 축제 중 하나인 삿포로 눈축제가 오는 2월 5일부터 11일까지 7일간 열립니다. 일본에서는 매년 '마쓰리(祭り)'라 불리는 크고 작은 2만여개의 축제가 열리는데, 삿포로 눈축제 기간만큼은 전국이 이 축제에 집중한다고 합니다.

삿포로시(市)는 일본 본토 북쪽에 있는 홋카이도(北海道)의 도청 소재지이자 중심지입니다. 10월경 첫눈이 내리고 이듬해 4월까지 눈이 내리는 지역이지요. 그래서 이곳 주민에게 눈은 꼭 반갑지만은 않은 존재예요. 겨울이면 거리에 사람 키만큼 높이 쌓인 눈더미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요. 폭설 대비책에서만큼은 삿포로시를 따라갈 수 없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랍니다. 도로에 열선을 깔아 내린 눈의 상당 부분을 녹이기 때문에 폭설이 내려도 좀처럼 교통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해요.

삿포로 눈축제 사진
매년 2월 삿포로시에서는 오도리 공원을 중심으로 눈축제가 열려요. /토픽이미지
삿포로 눈축제는 이처럼 넘쳐나는 눈을 활용한 축제입니다. 삿포로 시내를 동서로 길게 가로지르는 오도리 공원을 중심으로 총 4군데에서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집니다. 무엇보다 300여개나 제작되는 다양한 설상(★)이 최고의 볼거리지요. 동화나 만화의 주인공, 세계의 명물과 명소 등을 표현한 설상이 엄청난 규모로 제작되거든요. 미키마우스와 같은 디즈니 캐릭터, 삿포로의 명물인 털게,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일본인 야구선수의 얼굴 등 소재도 다양합니다. 유럽의 성당이나 일본의 신사(★)가 실제 혹은 축소된 크기로 세워지고, 만화 속 궁전이 지어지기도 하지요.

세계적인 조각가부터 일반 시민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눈축제에 참가하여 설상을 만듭니다. 건축물을 실물 크기로 재현한 설상은 조각이라기보다는 기둥을 세우고 눈으로 벽돌을 만들어 쌓는 등 실제 건축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요. 이 과정에는 일본 자위대(★)도 참가합니다. 자위대는 산과 들에 내린 눈을 오도리 공원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맡는데, 약 보름간 5t 트럭 8000대 분량의 눈을 나른다고 해요. 거리에 쌓인 눈은 오염물 등이 섞여 조각물로 만들면 금세 녹기 때문에 청정 지역에 내린 깨끗한 눈을 쓴다고 합니다.

중국 자금성을 본뜬 설상 사진
중국 자금성을 본뜬 설상(雪橡)이에요. 눈으로 성을 쌓다니, 대단하지요? /뉴시스
삿포로 눈축제는 1950년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 서민들이 궁핍함에 시달리던 시절, 이 지역 중·고교생이 오도리 공원에서 6개의 설상을 만든 것을 계기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생활고와 전쟁의 상처를 달래기 위해 만든 몇 개의 설상이 시민의 눈길을 끌면서 몇 년 후에는 수만 명의 인파를 끌어모았고, 1955년부터 자위대가 참가하면서 규모가 커졌습니다. 그러다가 1972년 아시아 최초로 열린 삿포로 동계올림픽을 통해 삿포로 눈축제가 전 세계에 알려졌지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시작된 삿포로 눈축제가 지금은 전 세계 사람이 즐기는 이벤트가 됐네요.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일부 정치인의 망언(★) 등으로 전 세계인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본의 외교 행보와 묘하게 대비됩니다. 최근 삿포로 눈축제에는 한류 스타들의 공연도 펼쳐져 일본인을 비롯한 전 세계인을 열광시키고 있지요. 일본과 얽힌 역사 문제가 빨리 해결되어 우리나라와 일본, 전 세계 사람들 이 축제에서 흰 눈의 낭만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요.

설상(雪像): 눈을 뭉쳐 만든 장식물.

신사(神社): 일본에서 왕실의 조상이나 고유의 신앙 대상인 신 또는 국가에 공로가 큰 사람을 신으로 모신 사당.

자위대(自衛隊): 일본이 1954년 자국의 치안 유지를 목적으로 창설한 조직. 육상·해상·항공의 3대로 이루어진다.

★망언(妄言): 이치나 사리에 맞지 아니하고 망령되게 말함. 또는 그 말.
황수진 | 교원 올스토리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