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읽읍시다

"대상을 바르게 인식하려면… 직관과 개념 모두 갖춰야"

입력 : 2014.01.27 05:38 | 수정 : 2014.01.27 08:59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감성과 지성의 작용으로 우리가 사물을 인식한다고 말했어요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감성과 지성의 작용으로 우리가 사물을 인식한다고 말했어요. /위키미디어
※다음은 이마누엘 칸트'순수이성비판' 원문 중 일부를 어린이들이 읽기 쉽도록 풀어쓴 글입니다. 본문을 읽고 여러분의 생각을 말해보세요.


칸트는 그동안 '철학'이 제대로 서지 못한 이유는 시작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철학자들이 사람들의 무지(無知)를 일깨우겠다는 마음보다는 자기 명예나 권력을 챙기려는 욕심이 앞섰다는 거예요. 그의 비판 대상은 플라톤을 비롯해 아리스토텔레스, 로크 등 세계적인 철학자 대부분이었지요. 우리의 감각기관으로 느낄 수 있는 것만이 현실이며 그렇지 않은 것은 상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에피쿠로스 학파(學派)의 감각주의나, 오로지 지성만이 참된 것을 인식한다고 주장한 플라톤의 지성주의 모두 진정한 철학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어요. 또 모든 지식의 기원을 경험에 두고 경험적 인식을 절대시한 경험주의와, 비합리적이고 우연적인 것을 모두 배척하며 이성적·논리적·필연적인 것만을 중시한 합리주의 역시 '철학'이라는 건물을 튼튼하게 세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나와 함께 비판의 길을 가기 위해 기꺼이 인내한다면, 또 아직은 좁은 이 비판의 길을 큰길로 만드는 데 보탬이 된다면, 나는 수백년 동안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머지않아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인간 이성의 완전한 만족을 이루는 것이다.


1724년 독일 쾨니히스베르크에서 수공업을 하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칸트는 대학에 들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형편이 좋지 않았어요. 주변의 도움을 받아 겨우 대학에 입학한 칸트는 졸업 후 도서관 사서, 가정교사 등으로 일했습니다. 그가 정식으로 대학교수가 된 때가 46세였으니 얼마나 오랫동안 힘겨운 생활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겠지요. 교수 취임 후 칸트는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 등을 발표하며 비판 철학으로 오랫동안 큰 명성을 얻었어요.

46세에 대학 정교수가 된 칸트는 비판철학으로 큰 명성을 얻었어요
46세에 대학 정교수가 된 칸트는 비판철학으로 큰 명성을 얻었어요. /위키피디아
인간의 인식에는 두 개의 줄기가 있다. 두 줄기는 하나의 같은 뿌리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바로 감성과 오성(지성)이다. 하지만 그 뿌리가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칸트는 초월적 감성론에서 감성(感性)을, 초월적 논리학에서 지성(知性)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는 감성과 지성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하지요. 감성 없이는 어떤 대상을 받아들일 수 없고, 지성 없이는 이를 이해하고 개념화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칸트는 이 두 가지가 함께 작용하여 우리가 어떤 대상을 인식(認識)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인간의 인식은 마음의 두 가지 근원에서 비롯된다. 첫째는 인상을 받아들이는 능력, 둘째는 인상을 통해 대상을 인식하는 능력이다. 첫째 능력에 의해 어떤 대상이 우리에게 주어지고, 둘째 능력에 의해 우리는 주어진 대상과 인상을 연관지어 생각한다. 그러므로 직관과 개념은 우리 인식의 모든 요소다. 직관이 없다면 어떤 개념도 없으며, 개념이 없다면 어떤 직관도 인식을 제공할 수 없다.

우리는 감성, 즉 오감(五感)을 통해 세상을 받아들이지요. 하지만 이렇게 오감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는 어떤 형식을 띠고 있지 않아요. 감성이 무분별하게 수용한 정보를 지성이 판단하고 추론하여 범주에 맞게 인식하는 것이지요. 우리가 연필이라는 대상을 인식하려면, 우선 연필이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져져야 하며, 그렇게 오감을 통해 들어온 정보가 지성에 의해 범주에 맞게 정리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람의 영혼처럼 오감으로 느낄 수 없는 것들은 인식할 수 없는 것일까요? 여러분의 생각을 정리해 보세요.

김남준 | 어린이 교양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