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내친구
왜 같은 상황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까?
[66] 칸트 '순수이성비판'
우리에게 사물이 검게 보인다면 검은색 안경을 끼고 있지 않은지
의심하는 게 칸트 철학의 출발이죠…
이렇듯 우리는 편견에서 벗어나 비판적 사고하는 능력 키워야해요
서양 고전 가운데 가장 어려운 책을 하나 꼽으라면 바로 오늘 우리가 함께 살펴볼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일 거예요.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라며 화를 내는 친구도 있을지 몰라요. 이 책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읽어야 하는 책들이 있답니다. 그 책들이 무엇이냐고요? 지금까지 '고전은 내친구'를 꾸준히 본 친구들이라면 아마 다 알고 있을 거예요. 우리가 이미 그 책들을 살펴봤거든요.
바로 데이비드 흄의 '오성에 관하여'(2012년 12월 10일자), 르네 데카르트의 '성찰'(2013년 1월 28일자), 프랜시스 베이컨의 '신기관'(2013년 2월 18일자), 장 자크 루소의 '에밀'(2013년 11월 11일자)이에요. 하나같이 어려운 철학책이지만 우리는 반드시 이 책들을 읽어야 해요. 왜냐하면 이 책들은 인간의 본성, 즉 인간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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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이병익
#이야기 하나
지난해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한국을 방문했어요. 그는 서울대 강연에서 구글의 새로운 관심사로 '지능형 검색'을 언급했습니다. 사람에게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자동으로 제공하는 검색 기능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슈미트 회장은 "지능형 검색이 바로 검색의 미래"라고 말했다고 해요. 그런데 이러한 지능형 검색이 가능해지려면 사람이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야 맞춤식 서비스가 가능하니까요. 우리가 지금도 칸트의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요.
데카르트는 '성찰'에서 인간의 느낌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느낌에 기반을 둔 모든 생각을 멀리해야 한다고 했어요. 친구들에게 "내 손을 잡아보라"고 해보세요. 어떤 친구는 따뜻하다고 하겠지만, 차갑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을 거예요. 데카르트는 사람의 느낌을 바탕으로 '내 손이 차거나 따뜻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했지요.
베이컨은 이러한 생각에 다른 해결책을 제시했어요. 그는 사람들이 자기 느낌에 따라 어떤 대상을 차갑거나 뜨겁다고 판단한다면 어떻게 과학이 성립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였지요. 그러면서 베이컨은 '신(新)귀납법'을 제안했어요. 단순히 따뜻하다거나 차갑다는 느낌에서 벗어나 열(熱)이 있는 사례와 없는 사례, 열이 많거나 적은 정도에 따른 사례를 수집한 다음, 이를 분석하여 열의 성질을 찾아낸 것이지요. 그 결과 '열이란 사방으로 팽창하되 특히 위로 상승하는 운동'이란 결론을 얻었어요. 이처럼 방대한 사례를 분석해 질적으로 새로운 결론을 얻는 것이 바로 '신귀납법'이지요. 흄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과학에서 말하는 인과관계가 사실은 우리 머리가 만들어낸 상상의 산물이라고까지 말했답니다.
칸트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산책한 것으로 유명하지요. 그런데 어느 날은 루소의 '에밀'을 읽다가 산책가는 것을 잊었다고 해요. 그만큼 루소의 사상이 칸트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지요. 루소는 '나'라는 주체와 나에게 자극을 주는 외부 대상이 있을 때, 내가 감각을 통해 느끼는 자극은 외부 대상과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즉, 외부 대상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칸트 역시 외부 대상 자체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쉽게 말해 우리가 어떤 안경을 끼고 대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대상이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지요.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인간이 어떻게 느끼는가를 설명하면서 이성이 우리 안에 들어온 자극을 배열하는 방식에 관심을 가졌어요. 하나는 공간적으로 동시에 배열하고, 또 하나는 시간에 따라 순차적으로 배열한다고 보았지요. 컴퓨터가 정보를 처리하기 전에 자료를 배열하는 것과 같은 기능이 우리 안에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에요.
#이야기 둘
사람의 성향은 외부 대상을 바라보는 뇌의 렌즈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여기서 뇌의 렌즈란 외부에서 들어온 감각적 정보를 처리하는 후두 통합피질을 의미해요. 우리가 외부 대상을 바라볼 때 좌뇌의 후두 통합피질은 세부 사항을, 우뇌의 후두 통합피질은 전체를 봅니다. 좌뇌는 '나무'를, 우뇌는 '숲'을 본다는 말이지요. 그래서 우뇌 성향이 강한 동양인의 그림은 대상을 포함하여 배경까지 전체를 담는 경향이 나타나고, 좌뇌 성향이 강한 서양인의 그림은 그리는 대상이나 배경의 세부 사항에 초점을 맞추지요. 또한 우뇌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공간적인 배열에, 좌뇌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순차적인 배열에 강한 면모를 보입니다.
칸트는 우리가 들어온 정보를 마음대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안에 깔린 프로그램에 따라 처리한다고 보았어요. 문제는 우리의 이성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대상도 있다는 것이지요. 일례로 이 세계는 시간상으로 시초가 있고 공간적으로 유한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시초가 없으며 무한하다고 볼 수도 있지요.
이런 주제에 대해서는 이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칸트는 이성에는 이처럼 명백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행동의 영역에 윤리적 법칙이 따로 있어야 한다고 보았어요.
여러분도 자신만의 안경을 끼고 어떤 대상을 바라보고 있어요. 따라서 어떤 대상을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물건이 검게 보인다면, 여러분이 검은색 안경을 끼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나는 어떤 색깔의 안경을 쓰고 있을까'를 비판적으로 생각할 줄 알아야 훌륭한 리더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고전 1분 퀴즈]
매일 정해진 시간에 산책하던 칸트는 어느 날 루소가 지은 이 책을 읽다가 산책하는 것을 잊었다고 하지요. 루소는 이 책에서 우리가 감각을 통해 느끼는 자극은 실제로 자극을 주는 외부 대상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했어요. 이 책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정답: 에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