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숙쑥 역사
혼례상엔 '다산(多産)' 제사상엔 '재물' 기원하며 명태 올렸대요
입력 : 2014.01.21 05:36
| 수정 : 2014.01.2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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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하필기’에‘명태’라는 이름의 유래가 기록되어 있어요. /고려대 해외한국학자료센터
조선 인조임금 때 함경도에 새로 부임한 관찰사(★)가 초도순시(★)를 하다가 동해 연안의 명천군(明川郡)이란 지역에 들렀어요. 마침 점심때가 되어 명천군 관아에서 식사하게 되었지요. 점심상에 여러 반찬이 올랐는데 그중에 생선을 넣고 끓인 국도 있었어요. 관찰사가 그 국을 먹어보고는 이렇게 말했어요. "참으로 시원한 생선국이로다! 생선의 담백한 맛이 참으로 일품이오. 이 생선 이름이 무엇인가?" 하지만 군수는 물론이고 주변 사람 중 누구도 생선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관찰사가 주방에서 음식을 만든 사람을 불러 다시 묻자 음식을 만든 사람이 대답했어요. "생선의 이름은 저희도 모릅니다. 다만 명천에 사는 태(太)씨 성을 가진 어부가 잡아온 고기라고 하옵니다." 그러자 관찰사가 말했어요. "이렇게 맛 좋은 생선에 이름이 없다니? 그러면 명천의 명(明) 자와 생선을 잡은 어부의 성인 태(太) 자를 따서 '명태(明太)'라고 부르면 어떻겠소?"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자 그때부터 그 생선 이름은 명태가 되었다고 해요.
그런가 하면 명태의 이름에 대한 다음과 같은 전설도 전해요. 옛날 함경북도 오지(★) 산골 마을에는 눈이 침침해지는 풍토병을 앓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겨울에 어촌에 내려가 명태 속에 있는 간유(★)를 한 달쯤 먹고 나면 눈이 밝아져 돌아갔다고 해요. 그래서 눈을 잘 보이게 해주는 생선이라는 뜻으로 '밝을 명(明)' 자를 써서 명태라고 불렀다는 것이지요. 또 역시 함경도 지역에서 명태 간의 기름을 짜서 등불을 켜곤 했는데, '어둠을 밝히는 생선'이라는 뜻으로 명태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도 전해져요.
명태 이름이 추운 지방인 함경도에서 생겨난 것은 명태가 한류성 어종이기 때문이겠지요? '맛 좋기는 청어, 많이 먹기는 명태'라는 속담처럼 명태는 우리 조상이 즐겨 먹은 생선이에요. 찌개나 국, 찜, 구이 등의 요리로 식탁에 자주 올랐고, 명태 알은 명란젓, 창자는 창난젓, 아가미는 아감젓으로 담가 먹기도 했어요. 또한 명태는 혼례나 제사용 음식으로도 사랑받았지요. 알을 많이 배는 명태처럼 혼례상에는 다산(多産)의 의미로, 제사상에는 재운을 기원하는 의미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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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도의 황태 덕장 모습이에요. 황태는 추운 겨울에 명태를 얼렸다가 녹이기를 반복하여 만들어요. /전기병 기자
★고증(考證): 옛 사물이나 문헌 따위의 시대·가치·내용 등을 증거를 세워 이론적으로 밝힘.
★관찰사(觀察使): 조선시대 각 도에 파견된 지방 행정의 최고 책임자.
★초도순시(初度巡視): 한 기관의 책임자나 감독자 등이 부임하여 처음으로 그 관할 지역을 순회하여 시찰함.
★오지(奧地): 해안이나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대륙 내부의 깊숙한 땅.
★간유(肝油): 대구과(科)에 속하는 식용 어류의 신선한 간에서 얻은 지방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