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세계사

스파르타는 왜 모든 아이를 군인으로 키웠을까

입력 : 2014.01.17 05:47 | 수정 : 2014.01.17 09:52

기원전 1200년경 펠로폰네소스 반도… 도리아인이 세운 도시국가 스파르타
가장 높은 지배층보다 20배 많은 노예 계급 원주민 다스리기 위해
말타기·배고픔 견디기·창던지기 등 어릴때부터 엄격한 군사훈련 시켰죠

헬리콥터맘, 타이거맘, 스칸디맘, 돼지엄마…. 여러분은 최근 이런 말을 들어봤나요? 자녀 교육에 열정을 지닌 부모의 서로 다른 모습을 표현하는 말들이에요. 이 중 '타이거맘'은 마치 호랑이처럼 자녀를 엄격하고 혹독하게 가르치는 엄마를 말해요. 스칸디맘은 자녀와의 정서적 소통이나 바른 인성, 책임감, 자율성 등을 중시하는 엄마를 뜻하고요. 하지만 이렇게 양육 태도가 달라도 자식을 위하는 부모 마음은 다 똑같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옛날 사람은 어떻게 자녀를 가르쳤을까요? 오늘은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였던 스파르타의 교육법을 살펴볼 거예요. 스파르타는 아이를 국가 소유로 여기며, 국가가 나서서 엄격한 교육을 했답니다.

스파르타의 왕이었던 레오니다스 동상이에요. 동상에서도 강인함이 느껴지지요?
스파르타의 왕이었던 레오니다스 동상이에요. 동상에서도 강인함이 느껴지지요? /Corbis 토픽이미지
먼 옛날 스파르타의 어느 집에 검은 곱슬머리의 사내아이가 태어났다고 가정해 봐요. 아이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공회당에서 신체검사를 받아요. 건강하다고 판정되면 부모의 품으로, 그렇지 못하면 골짜기에 버려집니다. 스파르타에서는 아이가 병약하면 부모와 국가 모두에게 짐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부모 품으로 돌아간 아이는 7살이 될 때까지 공놀이, 수레바퀴 굴리기, 그네타기 등을 하며 즐겁게 생활해요. 이때까지가 아이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어요.

7살이 되면 아이는 부모와 떨어져 국가가 운영하는 교육기관에 들어갑니다. 여기서 아이들은 조를 짜서 조장을 중심으로 단체 생활을 해요. 머리는 삭발하고, 아무리 추워도 옷 한 벌로 1년을 버텨야 해요. 신발도 신지 않습니다. 잠자리는 자신이 직접 강가에서 뜯은 갈대를 엮어서 만들었고요. 먹을거리는 늘 부족했어요. 배고픔을 이기는 것도 훈련의 하나였으니까요. 게다가 너무 배가 고플 때에는 도둑질하는 것도 훈련에 포함되었다고 해요. 하지만 도둑질을 하다가 들키는 날에는 두들겨 맞아야 했어요. 도덕적으로 나쁜 짓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들켰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철저하게 거짓말하는 법까지 배웠답니다. 이 모든 교육은 전쟁에 대비한 실전 훈련이었지요. 공부는 아주 기초적인 읽기와 셈하기 정도만 배웠습니다. 달리기, 말타기, 씨름, 창던지기 등 체육 시간에 배우는 과목이 가장 중요했어요. 아이는 오로지 용맹하고 국가에 충성하는 군인이 되도록 교육받았고, 제대로 하지 못할 땐 호된 벌을 받았습니다.

스파르타의 혹독한 교육은 리쿠르고스가 세운 법에 따른 것이라고 해요.
스파르타의 혹독한 교육은 리쿠르고스가 세운 법에 따른 것이라고 해요. /위키피디아

스무 살 즈음이 되면 본격적인 군대 생활이 이어져요. 전쟁이나 폭동이 일어나면 목숨을 걸고 싸웠고, 전쟁이 없을 때에도 계속해서 훈련받으며 어린 아이들을 지도했어요. 서른 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국가로부터 시민의 자격을 얻고 결혼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이것은 기숙사 생활에서 벗어났다는 뜻이지, 군인을 그만둔다는 게 아니에요. 시민은 끊임없이 군사 훈련을 받으며 전투에 참가해야 했어요.

여자도 예외 없이 강한 체력 훈련을 받았습니다. 여자가 건강해야 튼튼한 남자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으니까요. 또 남자들이 모두 전쟁터에 나갔을 때 반란이 일어나면 여자들이 나서서 진압해야 했고요. 스파르타의 어머니들은 전투에 나가는 아들에게 "방패를 들고 돌아오든지 아니면 방패 위에 얹혀서 돌아오라"고 말했대요. 전쟁에서 승리하여 살아 돌아오든지, 아니면 죽어서 돌아오라는 뜻이에요. 스파르타 사람들은 전쟁에서 패배하고 죽어서 돌아온 아들은 자랑스럽게 여겼지만, 살아서 돌아온 아들은 집안의 수치로 여겼다고 해요.

스파르타는 왜 이렇게 혹독한 교육을 했을까요? 스파르타의 독특한 인구구성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어요. 스파르타는 기원전 1200년경 펠로폰네소스 반도 남쪽으로 내려온 도리아인이 원주민을 정복하고 세운 나라예요. 당시 도리아인들은 자신들을 헤라클레스의 후손, 즉 '헤라클레이다이(Heraclides)'라고 불렀지요. 그들은 영토를 빼앗는 과정을 '헤라클레이다이의 귀환'이라고 부르며 정당화했어요. 스파르타 시민은 정치·외교·군사 활동을 담당하며, 아래 계급인 페리오이코이 계층에 수공업·무역 등 경제활동을 맡겼어요. 또한 원주민의 후손을 '헤일로타이'라고 부르며 억압하고 노예처럼 부렸습니다. 헤일로타이들이 자기 신분을 잊지 않도록 개가죽 모자와 가죽조끼를 입히고 매로 때렸대요. 이들을 매질하지 않는 시민은 국가에 벌금까지 내야 했어요.

그런데 스파르타에는 이 세 가지 신분 중 헤일로타이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어요. 자신들보다 20배 가까이 많은 헤일로타이를 거느리고 살려니 스파르타 시민은 늘 불안했지요. 내부의 반란을 막고 외부의 적을 물리치려면 시민은 더욱 강해져야만 했어요. 그래서 전설 속의 인물인 리쿠르고스(Lykurgos)가 강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세웠다는 법에 따라 엄격한 교육을 한 거예요. 강한 군대를 양성한 스파르타는 한때 그리스의 패권을 장악하기도 했지만, 엄하기만 하고 창의성을 배제한 교육 탓인지 그 위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어요.

스파르타 군대의 전투 모습을 담은 그림이에요.
스파르타 군대의 전투 모습을 담은 그림이에요. /Corbis 토픽이미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동계올림픽 참가 선수들은 막바지 훈련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지요. 선수들의 인터뷰를 보면 "스파르타식 훈련을 받았다"는 말이 종종 나와요. 스파르타의 교육법을 알고 나니 이 말이 다르게 들리지 않나요? 선수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훈련하는지 짐작되지요? 한겨울의 혹한에도 투지를 불태우는 우리 선수들에게 힘찬 응원을 보냅니다.



공미라 | 세계사 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