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자연

곤충 막아주는 누리장나무, 상처 나면 약으로도 썼죠

입력 : 2014.01.16 05:38 | 수정 : 2014.01.16 09:28
살아 있는 나무는 계절마다 그 모습이 달라. 봄에는 어린잎이 막 돋아나 파릇파릇하고, 여름에는 나뭇가지가 보이지 않을 만큼 잎이 무성해져 눈부신 초록빛이 된단다. 가을이면 잎이 알록달록 곱게 물들어 단풍이 지고, 겨울에는 앙상한 나뭇가지 끝에 눈꽃이 피지. 관심을 갖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계절 할 것 없이 다 아름답단다.

우리나라 산기슭이나 골짜기에서 자라는 누리장나무도 그래. 특히 겨울엔 사파이어처럼 파란 열매가 우리 눈을 사로잡아.

누리장나무는 누린내가 난다고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어. 꽃이 피는 여름에는 근처에만 가도 누린내가 나. 잎을 찢으면 냄새가 더 지독하지. 왜 이런 냄새를 풍기느냐고? "해로운 곤충들아, 나한테 오지 마!"라고 누리장나무가 외치는 것이란다. 그래서 누리장나무 잎을 깔고 앉으면 파리나 모기 같은 벌레가 주변에 잘 오지 않아.

누리장나무.
/그림=공혜진(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겨울열매')
냄새는 좋지 않아도 누리장나무의 꽃과 열매는 참 예뻐. 한여름 가지 끝에서 하얗거나 연한 분홍빛 꽃이 피지. 폭이 좁고 긴 꽃잎 다섯 장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로 연결된 통꽃이야. 누리장나무의 꽃은 수술과 암술이 고개를 드는 시기가 달라. 수술이 먼저 고개를 쭉 내밀어 곤충들을 만나고, 그 고개가 꺾이면 암술이 꼿꼿하게 고개를 들지. 작고 예쁜 꽃이 지면, 초록 열매를 감싼 분홍빛 꽃받침이 남아. 그 모습이 꼭 종이로 접어놓은 별 같단다.

열매는 익을수록 파랗고, 꽃받침은 점점 붉어져. 서로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파란 열매와 빨간 꽃받침은 마치 늦가을이나 한겨울에 피는 꽃 같아.

누리장나무는 예부터 약으로도 많이 써 왔어. 상처가 덧난 데 잎을 짓이겨 바르거나, 멍이 든 곳에 잎을 파스처럼 붙였대. 또 잎과 줄기, 열매, 꽃받침 모두 염색하는 데 쓰기도 해. 잘 익은 열매는 하늘빛, 덜 익은 열매는 옥빛 물이 든단다.


박윤선 | 생태교육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