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여행

겨울도 따뜻한 휴양도시, 높은 산엔 6월까지 눈 남아있대요

입력 : 2014.01.15 05:46 | 수정 : 2014.01.15 06:19

[65] 러시아 소치

소치에 있는 스탈린의 별장 사진
소치에 있는 스탈린의 별장이에요. 별장을 보호하려고 숲과 비슷한 녹색으로 지었대요. /Corbis 토픽이미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어요. 우리나라 선수들이 보여줄 활약이 벌써 기대되지요? 이번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러시아의 소치(Sochi)는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곳입니다. 소치는 러시아 서남쪽에 있는 휴양도시예요. 흑해 연안과 맞닿아 있으며 뒤쪽으로는 카프카스산맥이 펼쳐져 있지요. 겨울에도 기온이 좀처럼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온화한 기후 덕분에 '러시아의 여름 수도'라고도 불려요. 소치 인구는 약 40만명이지만, 한 해 관광객이 250만명에 이르는 아름다운 도시지요. 구소련의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스탈린이 사랑한 도시로 알려졌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현 러시아 대통령도 여름휴가를 이곳에서 보내곤 한답니다.

소치에는 스탈린이 생전에 자주 찾던 별장이 있습니다. 미로처럼 복잡한 숲을 지나면 드러나는 별장은 흔치 않은 녹색 건물입니다. 숲의 색과 비슷하게 하여 별장을 보호하기 위해 녹색으로 지었다고 해요. 볼셰비키 혁명 후 레닌에 이어 구소련을 통치한 스탈린은 '철권정치' 혹은 '공포정치'를 펼쳤다고 합니다. 그런 스탈린이 머물렀던 소치의 별장 내부는 생각보다 단출합니다.

평범한 마루가 깔린 집무실, 별다른 장식이 없는 사무용 나무 책상 위에는 스탈린의 사인이 담긴 서류가 놓였습니다. 의자에는 시가를 든 스탈린의 밀랍 인형이 실감 나는 모습으로 앉아 있지요. 책상 옆에 놓는 휴식용 침대 역시 너무 자그마해서 불편해 보일 정도입니다. 침실 역시 화려하지 않은 녹색 카펫과 자주색 커튼으로 장식했어요. 더블베드를 덮어씌운 침구는 금색 프릴이 단정하게 달렸을 뿐이고 소박한 가구 몇 개가 더 놓여 있습니다. 괘종시계는 당시 모습을 그대로 기억하려는 듯 멈춰 있어요.

다음은 소치 북동쪽에 자리 잡은 크라스나야 폴라냐로 가볼까요? 크라스나야 폴라냐는 소치 도심에서 70㎞쯤 떨어진 산악 지역으로 '러시아 속의 작은 스위스'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곳이에요.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심사 때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지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설상 경기장도 이곳에 밀집됩니다. 이곳에는 4가지 레벨의 스키 슬로프가 있는데, 가장 높은 슬로프를 이용하려면 헬기를 타고 무려 해발 3200m까지 올라가야 한다고 해요.

크라스나야 폴라냐의 풍경 사진
크라스나야 폴라냐는 겨울에 햇빛이 잘 들면서도 눈이 많이 내려 겨울 스포츠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에요. /Corbis 토픽이미지
리프트를 타고 최고 2238m의 봉우리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올라가는 동안 고소공포증을 견딜 수 있다면 흔하지 않은 아름다운 계곡과 산의 장관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온화한 기후의 휴양 도시가 어떻게 눈과 얼음의 축제인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바로 여기서 풀리지요. 크라스나야 폴라냐에는 겨울에 햇빛이 많이 비치면서도 눈이 자주 내린답니다. 해발 2000~3000m 높이의 산봉우리에서는 여름에도 잔설(殘雪)을 볼 수 있어요. 11월 중반 이후에 내린 눈이 6월까지 남아 있거든요. 겨울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겨우내 산악 스키를 즐길 수 있지요.

소치는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때 우리나라 평창에 탈락의 아픔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소치를 둘러보고 나니 섭섭했던 마음이 조금 누그러지네요. 더구나 평창도 2018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게 되었으니 기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겠지요?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약속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황수진 | 교원 올스토리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