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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피린(진통제) 원료인 버드나무, 동의보감에도 실렸지요
입력 : 2014.01.14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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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덕왕후 강씨는 물에 버들잎을 띄워 태조 이성계에게 건넸다는 설화로 유명해요. /문화재청
그런데 이와 똑같은 내용의 이야기가 고려를 세운 왕건과 그의 둘째 부인인 장화왕후 오씨 사이에서도 전해 내려옵니다. 이 두 이야기가 버들잎과 관련되었다고 하여 '버들잎 설화'라고 부르지요. 아마도 왕건과 장화왕후의 설화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가 조선을 세운 이성계와 둘째 부인인 신덕왕후의 이야기로 재탄생한 것이 아닌가 짐작돼요.
버드나무는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강가나 호숫가, 냇가, 우물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였어요. 버드나무가 물가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이지요. 사람들이 만나서 사랑을 나누는 호숫가나 이별을 슬퍼하는 나루터(★)가 있는 강가라면 항상 버드나무가 있었어요. 옛 사람들은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주며 사랑을 약속했다고 해요.
그런가 하면 버드나무는 우리 조상에게 사랑받은 약용식물(★)이기도 했어요. 특히 통증을 가라앉히는 진통제로 널리 사용되었지요. 동의보감(★)에도 버드나무는 진통 효과가 있으며, 버드나무 가지를 달인 물로 양치하면 치통이 멎는다고 기록되어 있어요. 서양에서는 약 2500년 전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가 버드나무 잎을 씹으면 통증이 가라앉는다는 사실을 알아내 환자들에게 사용했습니다. 1899년 독일의 한 제약회사는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살리실산(salicylic acid)이라는 물질로 진통제를 만들어냈어요. 그게 바로 '아스피린'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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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드나무는 예로부터 진통제로 동서양에서 널리 쓰였어요. /김영근 기자
★야사(野史): 민간에서 사사로이 지어 엮은 역사. 관(官)에서 편찬한 역사, 즉 정사(正史)와 대립하는 말.
★설화(說話): 신화, 전설, 민담 등 한 민족 사이에 구전되어 오는 이야기를 말함.
★나루터: 나룻배가 닿고 떠나는 일정한곳.
★약용식물(藥用植物): 약으로 쓰이거나 약의 원료가 되는 식물.
★동의보감(東醫寶鑑): 1610년 허준이 왕명을 받아 편찬한 의학서적. 지난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