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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계절 반대인 브라질… 새해엔 흰옷 입고 소원 빌어요

입력 : 2014.01.01 05:29 | 수정 : 2014.01.01 07:49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시(市) 이파네마(ipanema) 해변 근처에는 매년 12월 초순부터 이듬해 1월 중순까지 아름답게 빛나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집니다.

높이가 무려 85m로, 30층짜리 건물과 맞먹는다고 하니 어마어마하지요? 트리를 장식한 전구만 해도 약 350만개라고 해요. 올해의 트리는 물과 공기, 숲, 인간을 주제로 꾸며졌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면 이 트리를 볼 수 있는 장소 어디든 '카리오카(Carioca)'들이 몰려들어 선물을 주고받습니다. '카리오카'는 리우데자네이루 시민을 일컫는 애칭이에요.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는 '1월의 강'이라는 아름다운 의미이지요. 16세기 브라질을 발견한 포르투갈인들이 폭이 좁은 구아나바라 만(灣)을 강으로 착각하고 붙인 이름이랍니다. 우리나라의 반대편, 남반구에 있는 브라질은 우리와 계절도 반대입니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오는 2016년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처음 개최되는 올림픽 준비가 한창이지요.

리우데자네이루 시민은 마쿰바 예식에서 새해 소망을 빌어요(왼쪽 사진). 리우데자네이루 코르코바도 언덕 꼭대기에는 거대한 그리스도 석상이 있어요(오른쪽 사진).
리우데자네이루 시민은 마쿰바 예식에서 새해 소망을 빌어요(왼쪽 사진). 리우데자네이루 코르코바도 언덕 꼭대기에는 거대한 그리스도 석상이 있어요(오른쪽 사진). /corbis 토픽이미지·최우석 기자
리우데자네이루를 둘러싼 해변은 이탈리아의 나폴리, 호주 시드니와 함께 세계 3대 미항(美港)으로 꼽힙니다. 이파네마 말고도 구아나바라, 보타포구, 플라멩구 등 아름다운 해안이 이어지지요. 이 중 코파카바나 해안이 아주 유명합니다.

매년 새해 첫날이 되면 코파카바나 해변에 흰 옷을 입은 카리오카들이 몰려듭니다. 12월 31일 밤부터 새해를 맞이하는 '헤베이옹(Reveillon)'이라는 축제가 펼쳐지거든요. 흰 옷을 입고 참가하는 것은 헤베이옹 축제의 오랜 전통이지요.

이 축제에서는 브라질 토속 종교 움반다(umbanda) 신도들의 종교 예식인 '마쿰바(Macumba)'가 열립니다. 여기서 사람들은 풍요의 어머니이자 바다의 여신인 예만자(Yemanja)에게 새해의 번영과 건강을 빌고,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점치지요.

꽃을 들고 바다에 나가 새해 소망을 빌면서 꽃을 파도에 흘려보내기도 하고 모래사장에 작은 구덩이를 만들어 촛불과 과일, 꽃을 예쁘게 장식하며 소원을 빌기도 합니다. 예만자는 신 과일을 싫어하기 때문에 오렌지와 같은 과일 대신 단맛이 나는 과일을 놓아야 해요. 예만자는 장미나 글라디올러스 같은 꽃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코르코바도 언덕이 있습니다. 해발 700m 높이 언덕이지요. 20분가량 산악 기차를 타고 올라가면서 차창을 통해 리우데자네이루의 전경을 볼 수 있어요. 정상에 올라가면 거대한 그리스도 석상이 우리 눈을 사로잡습니다. 석상 높이가 무려 38m, 양팔 길이는 28m에 달합니다.

손 크기만 3.2m라고 하니 사람의 키보다 더 크지요. 부드러운 곡선으로 조각되어 자비로워 보이는 예수님은 커다란 양팔을 벌리고 리우데자네이루시 전체를, 아니 전 세계 사람을 끌어안으려는 것 같습니다. 석상 주변에서는 카메라를 들고 누워 있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어요. 동상이 한 화면에 들어오게 찍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지요.

리우데자네이루 어디에서든 이 그리스도 석상을 볼 수 있습니다. 석상에서 내려다본 리우데자네이루의 전경도 매우 아름답지요. 하지만 리우데자네이루 날씨는 변덕이 심해 이곳에서 시 전경을 볼 수 있는 날은 일 년에 절반도 안 된다고 해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리우데자네이루의 새해는 우리나라보다 11시간 늦어요. 브라질의 친구들은 2014년에 어떤 소망을 빌까요? 우리나라도 브라질도, 더 활기차고 행복한 새해를 맞았으면 좋겠어요.

황수진 | 교원 올스토리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