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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수출되던 토종말 과하마(果下馬), 지금은 천연기념물이래요

입력 : 2013.12.31 05:34 | 수정 : 2013.12.31 08:40
여러분은 '말(馬)'이라고 하면 우리 역사에서 어떤 나라가 떠오르나요? 말에게 철로 만든 투구와 미늘갑옷(★)을 입힌 개마무사의 나라 고구려? 바다 건너 일본에 말을 전해준 백제? 하늘을 나는 말 그림이 그려진 말다래(★)를 무덤 안에 남긴 신라? 제주에 목마장(★)을 건설하여 몽골의 말을 키운 고려? 말의 질병을 치료하는 마의를 두었던 조선? 삼국시대 이전부터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우리 선조는 말을 귀히 여기고 정성껏 길렀어요. 말은 먼 곳에 가거나 물건을 나를 때도 요긴했지만, 전투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쓰였기 때문이지요.

우리 역사에서 말로 유명한 나라가 또 있어요. 바로 '동예'랍니다. 동예는 우리나라 토종말(★)인 '과하마'로 명성이 높았거든요. 동예는 고대 초기 국가로, 고조선이 사라질 무렵 한반도 북부 동해안 지역에 있던 부족 국가예요. 삼국지 위지 동이전을 보면 "예(濊)는 북쪽으로 고구려와 옥저를 접하고, 남쪽으로 진한과 접하며, 동쪽은 바다에 닿고, 서쪽은 낙랑에 이르니 본디 조선의 땅이다"라고 기록되어 있어요.

고구려 무용총에서 발견된 수렵도에서도 말 타고 사냥하는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고구려 무용총에서 발견된 수렵도에서도 말 타고 사냥하는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국립중앙박물관
오늘날의 강원도 동북부와 함경도 남부 지역에 해당하지요. 동예에는 왕의 칭호를 사용하는 지배자가 없었고, 각 부족을 읍군, 삼로라고 불리는 군장들이 다스렸어요. 2세기 이후 고구려, 낙랑군의 지배를 받다가 광개토대왕 때 고구려에 복속되었지요.

동예에서는 명주와 삼베를 짜는 방직 기술이 발달했고, 매년 10월에는 무천이라는 제천 행사가 열렸어요. 단궁, 반어피와 함께 과하마가 동예의 특산물이었지요. 단궁(檀弓)은 박달나무로 만든 활, 반어피(班魚皮)는 바다표범 가죽을 말해요. 그렇다면 과하마는 어떤 말이었을까요?

과하마는 한자로 '과일나무 과(果)' '아래 하(下)' '말 마(馬)'라고 써요. 즉 '과일나무 아래를 지나갈 수 있는 키가 작은 말'이라는 뜻이지요. 말발굽에서 어깨까지 높이가 1m 정도로 키가 작고 다리가 짧아요. 체구와 비교하면 머리는 큰 편이며, 몸 앞쪽이 뒤쪽보다 낮지요. 중국 후한의 환제(재위 146∼167) 때는 중국과의 중요한 교역 물품 중 하나였으며, 고구려의 시조 주몽이 탔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몸집이 작은 과하마는 온순하고 지구력이 강해 널리 사랑받았어요
몸집이 작은 과하마는 온순하고 지구력이 강해 널리 사랑받았어요. /멀티미디어 제주민속관광 대사전
이렇게 작은 말이 다른 나라에까지 알려지고 사랑받았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하마는 다리가 짧고 튼튼해 보통의 큰 말보다 훨씬 무거운 짐을 나를 수 있고, 산악 지형에서도 잘 넘어지지 않았다고 해요. 지구력도 뛰어났고요. 성질이 온순하고 머리가 영리해 사람 말을 잘 따랐다고 합니다. 경마장이나 외국 영화에서 보는 늘씬하고 번지르르한 서양 말보다 왠지 친근감이 느껴지지요? 아담하고 온순하면서도 끈기가 대단한 점이 우리 민족성과 닮은 듯도 하고요.

과하마는 오랜 세월 우리 땅에서 나고 자라며 그 명맥을 유지하다가 지금은 제주도에서 품종이 개량되어 대량 사육되고 있어요. 조랑말(★)의 한 품종으로 분류되며, 혈통 보존을 위해 1986년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되었습니다.

★미늘갑옷
: 비늘 모양의 가죽 조각이나 쇳조각을 이어 만든 갑옷

★말다래: 말을 탄 사람의 옷에 흙이 튀지 않도록 가죽이나 헝겊 같은 것을 말의 안장 양쪽에 늘어뜨려 놓은 물건

★목마장(牧馬場): 말을 먹여 기르는 곳

★토종말: 그 지방에서 예전부터 길러 오던 고유한 품종의 말

★명맥(命脈): 맥(脈)이나 목숨이 유지되는 근본. 또는 어떤 일의 지속에 필요한 최소한의 중요한 부분

★조랑말: 어깨높이 140미터 이하의 몸집이 작은 종자의 말. 각 지역의 풍토에 적응하여 거친 먹이에 잘 견디며 지구력이 강함
지호진 | 어린이 역사전문 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