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말도 '신발' 신어야 더 잘 달릴 수 있대요

입력 : 2013.12.31 05:34 | 수정 : 2013.12.31 08:56

사람 심장보다 17배 크고 근육 발달돼 한 시간에 70㎞이상 달릴 수 있는 말
스프링 같은 탄성을 가진 말발굽은 500㎏ 넘는 커다란 몸 지탱하고
몸무게 8배 넘는 충격도 흡수해요
말발굽에 U자형 편자 붙이는 것은 상처 입거나 닳는 것, 막기 위해서죠

2014년은 갑오년(甲午年), 말의 해예요. 여러분은 '말'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멋진 갈기를 휘날리며 힘차게 달리는 모습이 떠오르지 않나요? 자동차나 기차, 비행기가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말이 가장 빠른 운송수단이자 통신수단이었답니다. 말은 한 시간에 70㎞를 갈 정도로 빨리 달리는 데다 힘도 세거든요. 사람을 태우고 달리기도 하고, 무거운 짐을 직접 등에 싣거나 수레를 끌어 나를 수도 있어요. 쉽게 지치지도 않고요.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말을 부와 명예, 권력의 상징으로 여겼답니다.

물론 말보다 더 빠른 동물도 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육상동물로 알려진 치타의 최고속도는 무려 110㎞에 이른다고 해요. 문제는 이 속도를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먹이를 사냥할 때도 약 1분 이내에 성공하지 못하면 주저앉아 체력을 회복해야 해요. 더구나 맹수인 치타를 사람이 길들이는 일도 쉽지 않겠지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그래서 예로부터 사람들은 온순한 초식동물을 이동수단으로 사용했어요. 낙타, 소, 야마, 야크, 코끼리, 순록 등이 그 예지요. 그렇다고 해서 모든 초식동물이 이동수단으로 적합한 것은 아니에요. 빠른 속도, 강한 힘, 지구력, 온순한 성격, 강한 번식력, 영리함, 순발력 등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 하거든요. 전 세계적으로 말이 활용된 이유는 이러한 조건에 완벽하게 들어맞기 때문이에요. 낙타, 코끼리 등도 비교적 좋은 조건을 갖췄지만, 말처럼 세계 곳곳에 널리 분포되어 있지 않답니다.

그렇다면 말이 오랫동안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빨리 달리기처럼 과격한 움직임에는 평소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요. 생물의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는 몸속의 영양소가 산소와 만나 타는 과정에서 만들어지지요. 즉 평소보다 많은 에너지를 얻으려면 산소 공급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는 뜻이에요. 어린이 여러분도 50m, 혹은 100m를 있는 힘껏 달려 본 적 있지요? 결승선에 들어왔을 때 여러분의 몸 상태는 어떠했나요? 몹시 숨이 가쁘고 심장이 터질 듯이 쿵쾅쿵쾅 뛰었을 거예요. 왜 그럴까요? 산소를 더 많이 흡수해서 여러분의 몸 곳곳에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서예요. 산소는 혈액 속의 적혈구에 의해 운반되기 때문에 심장이 빨리 뛸수록 몸 구석구석에 전달되는 산소량도 많아진답니다. 말의 심장은 사람 심장보다 17배나 크고 근육이 잘 발달해 피를 더 힘차게 내보낼 수 있다고 해요. 또 말의 몸속에는 '비장'이라는 장기(臟器)도 있어요. 여기에 평소 사용하지 않는 적혈구를 보관했다가 빠르게 달릴 때 사용한다고 하니, 말의 신체 능력은 정말 놀랍지요?

말이 오랫동안 빨리 달릴 수 있는 이유는 말발굽에서도 찾을 수 있어요. 품종에 따라 다르지만, 말은 보통 어깨 높이가 150㎝ 이상이고, 몸무게는 500㎏이 넘어요. 이렇게 커다란 몸을 지탱하려면 다리와 발굽이 매우 튼튼해야 하지요. 말이 전력으로 달리면 말 체중의 약 8배에 해당하는 충격이 발굽에 전해니까요. 말발굽은 어떻게 생겼기에 이런 엄청난 충격을 견디는 것일까요?

말발굽은 아주 단단한 각질 구조로 되어 있어요. 주성분은 '젤라틴'으로, 사람의 손·발톱과 비슷해요. 말발굽 앞쪽은 자세히 보면 비스듬하게 경사져 있어요. 이는 앞발로 착지할 때 지면과 45~50도 각도를 이루어 굽 바닥이 지면과 평행을 이룰 수 있게 해준답니다. 말발굽이 받는 충격을 분산시키는 역할도 하고요. 또한 말발굽은 스프링처럼 탄성을 가지고 있어요. 발굽이 착지하는 순간 뒤쪽이 좌우로 벌어지면서 발굽이 납작해졌다가 땅에서 떨어지면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와요. 이것은 자전거나 자동차에 스프링을 달아 충격을 완화하는 원리와 같답니다. 이 밖에도 말발굽 뒤쪽에는 '제차'라고 하는 푹신하고 두툼한 조직이 있어요. 이 조직은 스펀지처럼 충격을 흡수할 뿐 아니라 건조해진 말발굽에 수분을 공급하여 갈라짐을 방지하기도 해요.

사람들은 말의 능력을 더 높이기 위해 말발굽에 '편자'라는 U자형 쇠붙이를 붙여요. 편자를 발굽에 대고 못을 박아 고정하지요. 발에 못을 박다니 말이 너무 불쌍하다고요? 그렇지 않아요. 여러분이 손톱을 깎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프지 않거든요. 그리고 편자는 말의 신발과 같답니다. 사람이 신발을 신으면 맨발로는 하기 어려운 일이나 운동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말발굽에 편자를 박으면 발굽이 닳거나 상처입는 것을 막을 수 있지요. 다만 못을 박을 때는 발굽의 형태와 두께, 좌우 균형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해요.

말에 대해 알고 나니 여러분도 말을 타고 초원을 달려보고 싶지요? 이 세상의 수많은 동물 중 말처럼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동물도 드물어요. 무거운 짐을 대신 날라주고, 짧은 시간에 멀리 갈 수 있게 해주었으며 배고플 땐 식량이 되어주기도 했지요. 지금은 우리 생활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 고마움을 영원히 잊어서는 안 돼요. 2014년 새해는 아름다운 갈기를 휘날리며 초원을 달리는 말처럼 우리 친구들도 자신의 꿈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한 해가 되길 바라요.

[함께 생각해봐요]

말과 같은 초식동물의 생김새를 잘 살펴보면 입과 눈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왜 그럴까요?

해설: 육식동물을 피하려면 항상 주변을 잘 감시해야 하는데, 초식동물이 풀을 뜯을 때는 고개가 땅으로 향할 수밖에 없어요. 눈이 입과 멀리 떨어져 있으면 풀을 뜯는 동안에도 높은 쪽을 볼 수 있겠죠? 그러면 적이 나타나는 것도 빨리 알아챌 수 있답니다


[관련교과] 3학년 2학기 '동물의 세계'

조영선 | 과학학습도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