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읽읍시다

"약자의 처지가 나아진다면, 사회적 불평등도 정당화된다"

입력 : 2013.12.30 05:30 | 수정 : 2013.12.30 09:18
롤스가 책으로 펴낸 ‘정의론’은 현대 정치철학과 사회철학에 큰 영향을 끼쳤지요
롤스가 책으로 펴낸 ‘정의론’은 현대 정치철학과 사회철학에 큰 영향을 끼쳤지요. /위키피디아
※다음은 존 롤스'정의론' 원문 중 일부를 어린이들이 읽기 쉽도록 풀어쓴 글입니다. 본문을 읽고 여러분의 생각을 말해보세요.

존 롤스는 '정의(正義)'라는 주제를 평생 파고든 철학자로 꼽힙니다. 모든 사람이 만장일치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의의 원칙을 이끌어내는 것이 그의 목표였죠. 그는 가장 불리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다면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정당하다고 했어요.

최초 상황에서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두 원칙을 선택할 것이다. 첫째는 기본적 권리와 의무를 평등하게 나눠달라고 요구하는 것. 둘째는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을 받아들이되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이로울 때만 정당화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재산과 권력의 불평등을 허용하되 사회적 약자에게 그 불평등을 보상할 만한 정도의 이득을 가져다주는 경우에만 정당하다고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잘되는 것을 위해 일부가 손해를 입는 것은 편할 수는 있지만 정의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우한 사람들의 처지가 더 나아진다면 몇몇 사람이 큰 이익을 취한다고 해도 정의에 반(反)하는 것은 아니다. (중략) 자기가 가진 약간의 기본적 자유를 포기하는 대신, 사회·경제적 이익을 얻어 충분히 보상받을 수도 있다. 이처럼 모든 사람의 처지가 개선되기만 한다면, 어떤 종류의 불평등이라도 허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경제적 보상을 위해 기본적 자유를 비롯해 자기 권리를 내버리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이런 종류의 거래는 바람직하지 않다.

롤스는 최초 상황에서 사람들이 선택할 두 가지 원칙이 공정한 근거에 따라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합니다. 그는 남들보다 좋은 자질을 타고났거나, 재산이나 권력 등 좀 더 나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은 모든 사람의 복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럴 때에 다른 사람들의 자발적 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을 상상해볼까요? 철수는 대형 할인점의 회장입니다. 철수가 전국 곳곳에 매장을 확대해 동네마다 작은 가게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어요. 하지만 철수는 그렇게 번 돈으로 부모 없는 어린이와 혼자 사는 노인들을 돕고 있습니다. 철수의 이런 행동은 정의로운 것일까요, 아닐까요? 여러분의 생각을 말해보세요.

존 롤스는 몹시 가난한 사람에게도 일정 수준의 삶을 보장하는 사회를‘공정한 사회’로 평가했어요
존 롤스는 몹시 가난한 사람에게도 일정 수준의 삶을 보장하는 사회를‘공정한 사회’로 평가했어요. /Getty Images/멀티비츠
자연적 의무의 예로 다음을 들 수 있다. 자기에게 지나친 위험만 없다면 딱하고 위기에 놓인 남을 도와야 할 의무, 남을 해치지 않아야할 의무, 고통을 주지 않을 의무 등이다. 이들 중에서 첫째 예는 남을 위해 어떤 선행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적극적 의무이다. 반면 둘째 셋째 예는 나쁜 일을 행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소극적 의무이다. 적극적 의무와 소극적 의무의 구분은 대개 분명하게 할 수 있지만, 때로는 구분이 어려울 때가 있다. (중략) 이런 의미에서 자연적 의무는 특정한 사회에서 서로 돕는 어떤 개인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일반에게 해당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적'이라는 말이 붙는 것이다. 국제법의 목표 중 하나는 국가의 행위에서 이러한 의무의 인정을 확실히 하려는 것이다.

여러분은 남을 도와줘야 한다는 적극적 의무와 남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는 소극적 의무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또 이것을 국가 간 관계에 적용해 어떠한 경우에도 다른 나라를 침략해서는 안 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이 대통령이라면 다른 나라가 우리나라를 괴롭히거나 먼저 공격한다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생각해보세요. 또 이웃 나라가 딱한 처지에 놓일 때 적극적으로 돕는 것이 정의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말해보세요.
김남준 | 어린이 교양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