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세계사
12월은 원래 10월이었다?
동양은 달의 공전 계산한 음력 사용, 우리나라는 24절기 태양력 함께 썼죠
서양의 달력은 로마에서 유래…
봄~가을 열 번째 달까지만 이름 있고 나머지 추웠던 두 달은 이름 없었대요
그래서 12월 뜻하는 'December', 본래 '열 번째 달' 이란 뜻이래요
신문을 뒤적이던 누나가 불쑥 아빠께 물었어요. 신춘문예 심사 관련 기사가 나온 모양이에요.
"새봄이라는 뜻이란다. '새 신(新)'과 '봄 춘(春)'이라는 한자를 쓰는데, 새해를 가리키는 말로도 쓰이지. 신춘문예란 새해를 맞아 신문사에서 신예 작가를 발굴하는 행사를 말하지."
아빠 대답에 누나와 나는 동시에 고개를 갸웃하며 여쭈었어요.
"새해가 왜 새봄이에요? 새해 1월 1일은 한겨울에 시작되잖아요."
그때 과일을 내오던 엄마께서 웃는 얼굴로 한마디 하시네요.
"지금 우리가 쓰는 달력은 서양에서 들어온 거야. 옛날 우리 조상이 사용하던 달력은 봄이 찾아올 때쯤 새해가 시작됐단다."
누나와 내가 계속 어리둥절하자 아빠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셨어요.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양의 여러 나라는 음력을 사용했어. '설 명절'은 너희도 알지? 설날이 바로 음력으로 1월 1일, 새해 첫날이야. 설이 지나고 머지않아 봄이 오잖니?"
-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그런데 우리 조상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주기에 따라 날짜를 계산하기도 했어. 춘분(春分)·하지(夏至)·추분(秋分)·동지(冬至) 같은 24절기가 바로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정해진 것이란다. 태음력과 태양력을 함께 사용한 셈이야. 이런 걸 태음태양력이라고 해."
엄마 설명이 계속 이어졌어요. 우리나라는 조선 말기인 1896년부터 서양에서 들어온 태양력을 나라의 공식 달력으로 썼다고 해요.
"그런데 태양력은 왜 추운 겨울에 새해를 시작해요? 1월 1일에 지구가 공전을 시작하기라도 하나요?"
누나가 엄마 아빠께 물었어요. 재미있는 질문이네요. 지구는 아주 먼 옛날부터 태양 주위를 돌고 있었잖아요. 그러니까 1월 1일이라고 해서 새로 공전을 시작하는 건 아니겠지요.
- ▲ 로마 달력이 발전해 오늘날 서양 달력이 됐다고 해요. /Corbis/토픽이미지
"엄마 말이 맞아. 이름이 없던 두 달이 지금의 1월(January)과 2월(February)이지. 그런데 1월과 2월이 앞자리를 차지하면서 나머지 달이 두 달씩 뒤로 밀려나 버렸어. 그래서 지금 영어의 달 이름을 원래 어원을 따져가며 풀어보면,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단다. 예를 들어 오늘날 우리가 12월로 배우는 'December'는 원래 뜻이 '열 번째 달'이란다."
"아, 그렇군요. 원래 10월이었는데 아빠 말씀처럼 1·2월이 들어오면서 두 달이 밀려 12월이 됐군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누나가 아는 척했어요.
"맞아. 나도 학교에서 배웠어. 선생님께서 10월 'October'도 원래 이 말의 뜻을 따져보면 여덟 번째 달이 맞는다고 하셨어. 'September(9월)'도 본래의 뜻은 일곱 번째 달이 맞대. 'November(11월)'도 그 단어엔 아홉 번째 달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해."
- ▲ (사진 왼쪽)7월(July)은 로마 영웅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태어난 달이예요. (사진 오른쪽)아우구스투스는 황제가 되고 나서 8월을 자신의 달로 삼았답니다. /위키피디아
"아빠, 도대체 누가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었나요? 'January'와 'February'를 새로 넣으면서 하필 1·2월로 앞으로 빼는 바람에 나머지 달의 뜻까지 이상해진 거잖아요."
누나도 눈을 크게 뜨고 말했어요.
"맞아. 그럼 이제라도 순서를 원래대로 돌려놓으면 되지. 아빠, 'January'와 'February'를 11월, 12월로 하면 되겠죠?"
하지만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사용하는 달력 순서를 갑자기 바꿔 버리면 엄청난 혼란이 생기겠죠? 누나와 나는 달력을 뒤적이다가 궁금증이 하나 더 생겼어요.
"그런데 9월부터 12월까지의 영어 이름에만 '~ber'가 붙어 있어요. 그게 '~번째 달'이란 뜻이지요?"
"그렇지. 원래 6월까지는 신화에서 유래한 이름을 붙였단다. 7월과 8월은 나중에 'July'와 'August'로 바뀐 거란다."
7월을 뜻하는 'July'는 로마 영웅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이름에서 비롯됐다고 해요. 카이사르를 추모하던 사람들이 그가 태어난 7월을 '율리우스(Julius)의 달'로 불렀는데, 그게 영어 'July'로 바뀐 거예요. 카이사르의 양아들 아우구스투스(Augustus)는 훗날 로마 황제에 오른 뒤, 8월을 자신의 달로 부르게 했답니다. 그게 영어로 'August'가 되었고요.
"우와, 힘 있는 사람들은 달도 자기 이름으로 바꾸네요. 저는 1월을 제 달로 만들래요. 날짜도 31일에서 60일로 늘릴 거예요. 그럼 겨울방학이 두 배로 길어지겠죠?" 제 말에 누나도 냉큼 덧붙였어요.
"그럼 난 여름방학이 있는 8월을 60일로 늘려야지!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