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쑥쑥 역사
'장수'를 상징하는 동물인 사슴, 십장생에도 담았지요
-
- ▲ 백제금동대향로에는 사슴을 비롯해 호랑이·학·코끼리 등의 동물이 새겨져 있지요. /문화재청
어린이들은 '사슴'이라고 하면 산타 할아버지의 썰매를 끄는 루돌프나 만화영화의 아기 사슴 밤비를 떠올릴 거예요. 하지만 여러분의 부모님을 비롯해 어른들은 '모가지가 길어 슬픈 짐승이여'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시(詩) '사슴'을 떠올린답니다. 물론 보약으로 알려진 사슴뿔 녹용(★)을 생각하는 어른들도 있을 거예요.
사슴은 예로부터 우리 조상과도 꽤 친한 동물이었어요. '금강산 선녀'라는 설화(★)를 보면, 나무꾼이 사냥꾼에게 쫓기는 사슴을 구해 주었더니 그 사슴이 보은(★)의 뜻으로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하는 금강산 연못을 알려주었다고 해요. 나무꾼은 그곳에서 선녀의 날개옷을 감춰 선녀를 아내로 맞이하게 되지요. 여러분도 잘 아는 전래(★) 동화 '나무꾼과 선녀'가 이 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해요.
제주도 한라산 꼭대기의 분화구에 커다란 연못이 있지요? 이곳의 이름이 뭘까요? 맞아요. 백록담(白鹿潭)이에요. 전설에 따르면 이 연못은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하는 곳이었다고 해요. 어떤 신선이 이 모습을 엿본 죄로 흰 사슴이 되었고, 그 후 흰 사슴 한 마리가 이 연못에 나타나 슬피 울어 '흰 사슴 연못', 즉 백록담이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
전설뿐 아니라 여러 유적이나 유물을 통해서도 사슴이 우리 조상과 매우 가까운 동물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선사시대의 유적지인 울산 울주군의 대곡리 반구대 바위그림과 천전리 각석에 사슴 그림이 새겨져 있지요. 부산의 동삼동 조개 더미에서 출토된 유물 중에는 선으로 사슴 모습을 새긴 사슴 선각 무늬 토기도 있고요. 이미 선사시대부터 사슴은 우리 조상의 사냥감이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지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사슴은 삼국시대를 대표하는 유물 속에도 등장한답니다. 고구려의 대표 유적 중 하나인 무용총 벽화에 고구려인이 말을 타고 사냥하는 장면이 있어요. 여기에 사슴이 호랑이와 함께 사냥감으로 그려져 있지요. 백제의 대표 유물인 금동대향로에도 사슴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신라의 대표 유물로 꼽을 수 있는 금관의 옆면을 사슴뿔 장식으로 보기도 해요. 또 백제 왕이 일본의 왕에게 하사(★)해 현재 일본의 국보로 지정된 칠지도에 붙어 있는 가지를 사슴뿔이라고 추측하기도 해요.
-
- ▲ 사슴은 늙지 않고 오래 사는 상징으로 여겨져 옛 그림에 자주 등장했답니다. /토픽이미지
이렇게 유적과 유물에 사슴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사슴이 훌륭한 사냥감이기도 했지만, 옛날 사람들이 사슴을 매우 특별한 동물로 여겼기 때문이래요. 장수(★)를 상징하는 동물, 불행과 질병을 막아주는 힘을 지닌 동물,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능력을 지닌 성스러운 동물로 여겼다는 것이에요. 나무가 가을에 잎을 떨어뜨리고 봄이 되면 다시 싹을 틔워 강한 생명력을 이어가듯, 나뭇가지처럼 생긴 사슴뿔도 가을이면 저절로 떨어지고 봄이면 다시 돋아나니 영원한 생명을 상징하는 것으로 생각했지요. 십장생(★)에 사슴이 포함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요?
★녹용(鹿茸): 새로 돋은 사슴의 연한 뿔을 자른 것. 보약으로 사용.
★설화(說話): 한 민족 사이에서 전해져오는 신화, 전설, 민담과 같은 옛이야기.
★보은(報恩): 은혜를 갚음.
★전래(傳來): 예로부터 전해 내려옴.
★하사(下賜): 왕이나 국가 원수와 같은 높은 사람이 아랫사람에게 금품이나 물건 따위를 줌.
★장수(長壽): 오래도록 삶.
★십장생(十長生): 중국의 신선 사상에서 유래한 불로장생(不老長生·늙지 않고 오래 사는 것)을 상징하는 10가지 사물. 보통 해·돌·산·물·구름·소나무·거북·학·사슴·불로초를 말하며, 지역에 따라 달과 대나무가 들어가기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