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산타도 몰랐을 '루돌프 빨간 코의 비밀'

입력 : 2013.12.24 05:49 | 수정 : 2013.12.24 09:01

루돌프처럼 빨간 코인 사슴과(科) '순록'
코 속에 혈관 많아 추워도 얼지 않고 기생충 때문에 코 부풀어 더 빨개지죠
루돌프 썰매로 선물 나눠 준다는 산타
실제로 모든 어린이에게 줄 순 없지만 주변에 숨은 산타가 꿈·희망 선물하죠

"루돌프 사슴 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대요~"

여러분은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뭐가 떠오르나요? 반짝반짝 빛나는 크리스마스트리, 빨간 옷을 입고 선물을 나누어 주는 산타 할아버지, 선물수레를 끄는 빨간 코의 루돌프 사슴이 제일 먼저 떠오르지요? 그런데 산타 할아버지와 루돌프는 실제로 존재할까요? 아니면 누군가 꾸며낸 이야기일까요?

모든 일을 과학적으로 따져 보는 친구들은 당연히 꾸며낸 이야기라고 생각할 거예요. 코에서 빛을 내는 동물은 밝혀진 것이 없고, 하늘을 나는 썰매도 현실성 없어 보이니까요. 게다가 하룻밤 만에 전 세계를 돌며 수많은 아이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는 일도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그것도 착한 아이만 골라서 찾아가야 한다니…. 그런데 산타와 루돌프는 완전히 꾸며낸 이야기는 아니에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산타는 3~4세기 성직자로 알려진 성(聖) 니콜라우스를 모델로 삼은 것이라고 해요. 니콜라우스는 남몰래 많은 선행을 베푼 사람이에요. 그래서 그가 죽은 후 많은 사람이 니콜라우스의 착한 일들을 기억하며 선물을 나누기 시작했어요. 네덜란드인들은 성 니콜라우스를 산테클라스라고 불렀고, 이것이 오늘날의 영어 발음으로 변화해 산타클로스가 됐다고 해요.

빨간 코를 가진 루돌프도 상상만으로 만들어진 건 아니에요. 루돌프는 몹시 추운 지역에서도 살 수 있는 사슴과(科) 동물 '순록'의 모습과 비슷해요. 물론 코에서 빛이 나는 순록은 없어요. 그런데 순록 중에 유난히 코가 붉은 순록이 있답니다. 순록이 강한 추위와 맞설 수 있는 것은 털 덕분인데, 코에는 털이 거의 없지요. 그래서 순록의 코에는 가느다란 혈관이 엄청나게 많이 분포되어 있어요. 혈관에 따뜻한 피가 끊임없이 공급되면서 코가 얼지 않게 해주지요.

이 혈관 때문에 순록의 코가 다른 동물보다 빨갛게 보인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기생충이 순록의 코를 더욱 빨갛게 만든다는 거예요. 순록이 사는 곳은 매우 추워서 곤충이 알을 낳을 곳이 부족하기 때문에 순록의 몸에 기생하며 알을 낳는 경우가 있어요. 그 중 흡혈파리는 순록의 코에 알을 낳곤 하는데, 알에서 깬 구더기들이 폐와 기관지까지 내려가서 기생한다고 해요. 일부 학자들은 기생충 때문에 피부가 붉게 부풀어 올라 순록의 코가 유난히 빨갛다고 발표하기도 했지요.

물론 실재 인물과 동물을 모델로 했더라도 지금의 산타와 루돌프 이야기는 현실과 거리가 멀어요. 만약 누군가 산타가 되어 전 세계 어린이에게 선물을 나눠 주려 한다면, 그게 과학적으로 가능할까요? 썰매를 하늘로 날게 하는 것은 현대 과학으로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이미 비행기, 헬리콥터 등 다양한 비행기구가 만들어졌으니까요. 문제는 하룻밤 안에 전 세계를 돌며 선물을 주는 일이지요. 예를 들어 세계 8억 가정에 어린이가 18억명쯤 있다면, 하루에 다 줄 수 있을까요? 12월 24일 밤부터 25일 새벽까지는 길게 잡아야 10시간밖에 되지 않지요. 10시간을 초로 환산하면 3만6000초인데, 8억 가정을 돌아다니려면 1초에 2만 가정 이상 방문해야 해요.

썰매가 소리의 속도보다 훨씬 빨리 날아야 가능한 일이지요. 초음속 비행기보다 더 빨리 나는 것이니 얼마나 빠른 속도인지 상상할 수 있을 거예요. 어떤 학자는 썰매가 이 정도 속도로 날아간다면 산타, 루돌프는 물론이고 썰매까지 남아날 수 없을 것이라고 했어요. 만약 내구성이 강한 신소재를 이용해 공기의 저항을 견딘다고 하더라도 그 많은 선물을 싣고 가려면 썰매의 크기도 엄청나게 커야 해요. 선물의 무게만 따져도 어림잡아 30만톤 이상 된대요. 유조선이 석유를 가득 실었을 때와 맞먹는 무게라고 하죠. 이렇게 큰 썰매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날아가는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정말 SF(공상 과학) 영화에나 나올 만한 장면이겠죠?

그럼에도 산타의 활동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들은 산타가 비행기처럼 하늘을 날아 목적지로 가는 방식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순식간에 이동하는 방법을 쓴다고 주장해요. 마치 공상 과학 영화에서 주인공이 갑자기 '뿅' 하고 사라졌다가 어딘가에 '쑥' 나타나는 것처럼 말이에요. 이런 식의 공간 이동이 가능하기에 선물도 썰매에 싣고 다닐 필요 없이 북극의 창고에서 바로바로 꺼내줄 수 있다는 거예요. 또 루돌프의 뿔은 안테나여서 아이들이 울 때 나오는 뇌파를 감지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선물을 줄 아이를 구별한다고 말하지요. 물론 이런 주장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기보다는 상상력에서 비롯된 것이겠지요.

어쨌든 산타와 루돌프는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있어요. 핀란드의 산타 마을로 어린이들이 보내는 편지도 해마다 어마어마한 양이라고 해요. 또 세계 곳곳엔 성 니콜라우스의 정신을 이어받아 착한 일을 하는 산타들이 여전히 많아요. 그러니 산타가 이 세상에 전혀 없다고 말할 수만은 없겠지요?

[함께 생각해봐요]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 종소리가 더 멀리 퍼진다는데 정말일까요?

해설: 소리는 온도가 높을수록 더 멀리 퍼져 나가요. 기온이 오르면 공기 입자의 움직임이 빨라져 소리 전달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에요. 눈이 내리면 땅의 표면이 차가워져 기온이 더 높은 위쪽으로 소리가 퍼져 나가게 되지요.



[관련교과] 5학년 1학기 '지구와 달', 6학년 1학기 '생태계와 환경'

조영선 | 과학학습도서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