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세계사
두 민족 가로막은 이 장벽, 언제쯤 허물어질까요?
입력 : 2013.12.20 05:41
| 수정 : 2013.12.20 08:38
아시아 서쪽 팔레스타인 지역… 유대인·아랍인 분쟁 끊이지 않아
20세기에만 네 번의 중동전쟁… 모두 이긴 이스라엘, 영토 넓어지자 높이 8m, 길이 800㎞ 장벽 쌓았죠
아침의 5분은 귀하기만 합니다. 알람은 울려대고, 빨리 일어나라는 재촉이 심해져도, 따뜻한 이불을 박차고 나오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에요. '5분만 더 자자' 하고 누워 있으면 어느새 지각이지요. 혹시 이런 생각 해 봤나요? '집에서 학교까지 일직선으로 통하는 길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디까지나 상상은 상상일 뿐. 아파트 단지나 건물을 둘러싼 담장 때문에 이리저리 돌아서 가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이렇게 작은 벽 하나만 있어도 마음이 답답한데, 거대한 장벽이 눈앞에 가로막혀 있다면 어떨까요? 팔레스타인 지역에 사는 아랍인들이 그런 환경에서 살고 있답니다. 그들을 둘러싼 벽이 왜 생겼는지 살펴볼까요?
- ▲ 팔레스타인의 베들레헴을 둘러싼 이스라엘의 장벽이에요. 거대한 벽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을 보여주고 있지요. /토픽이미지
나라 없이 떠돌던 유대인들은 큰 설움을 겪어야만 했어요. 자기들만 신의 선택을 받았다는 자부심이 꽉 찬 민족이라고,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혀 죽게 한 민족이라고, 또 성경에서 금지하는 고리대금업을 한 민족이라고 많은 박해를 받았지요. 십자군 전쟁이나 흑사병 유행 같은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고난을 당했어요. 세상은 유대인들이 살기에 너무 혹독한 곳이었죠. 19세기 후반이 되자 살아남은 유대인들은 그들의 조상이 살았던 땅에 새로운 나라를 세우자는 운동을 시작했어요.
이때부터 본격적인 문제가 시작되지요.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영국은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해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 말았어요. 1915~1916년 영국의 고위 관료 맥마흔은 팔레스타인에 영국 편에서 전쟁에 참가하도록 편지를 10여 통이나 보냈어요. 전쟁이 끝나면 팔레스타인 지역에 아랍인의 나라를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도 함께 했지요. 그런데 약속이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어요. 영국의 다른 고위 관료 밸푸어가 1917년에 유대인과도 약속한 거예요. 영국에 전쟁 자금을 지원해 주면 유대인의 나라를 세우도록 돕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지요. 정말 큰일은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유대인들이 각각 영국을 믿고 협조했지만, 영국은 이 모든 약속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는 거예요.
전쟁 후 유대인들은 한둘 이 땅으로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독일의 히틀러를 피해 더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죠. 유대인과 이곳에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 사람 사이에 잦은 충돌이 일어났고, 영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어요. 결국 유엔 팔레스타인 특별위원회(UNSCOP)가 설치되어 팔레스타인 지역을 유대인 구역과 아랍인 구역으로 나누었지요. 그리고 1948년 5월 14일 유대인 구역에는 이스라엘이 세워졌어요. 하지만 이곳에 터전을 잡고 살아온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기들의 땅을 빼앗아버린 이 조치를 이해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었죠.
- ▲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이스라엘의 공격에 항의하고 있어요(위 사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분리 장벽으로 많은 사람이 불편을 겪고 있지요(아래 사진). /김상훈 객원기자, 조인원 기자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일부 과격파가 테러를 일으킬까 우려하고 있어요. 그래서 보안을 위해 요르단 강 서안 둘레에 거대한 장벽을 만들기 시작했지요. 일부 구간에는 콘크리트 벽 높이가 8m나 돼 장벽 너머에 무엇이 있는 지조차 볼 수 없을 정도랍니다. 장벽 때문에 팔레스타인의 사람들은 외부와 분리되어 고통받고 있어요. 이렇게 만든 장벽의 총 길이가 800여㎞나 된다고 해요. 이것을 이스라엘은 '보안 장벽'으로, 팔레스타인은 '분리 장벽'으로 부르고 있지요. 벽의 두께와 길이만큼 두 민족 사이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만 있어요.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이렇게 벽이 만들어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에요. 넬슨 만델라처럼 흑백 인종 간 벽을 없애는 사람도 있어요. 지역 주민들의 소통과 화합을 위해 담장 없는 학교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지금 여러분 주변에는 어떤 벽이 존재하나요? 장벽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크리스마스의 소망이라는 생각이 드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