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자연

비타민 많은 팥, 꽃은 작은 나비 닮았어요

입력 : 2013.12.19 05:45 | 수정 : 2013.12.19 09:09
눈도 내리고 코끝에 와 닿는 바람도 매서워. 제법 겨울 날씨답지? 그렇지 않아도 '겨울에 이르렀다'는 뜻의 '동지'가 이번 주 일요일이지. 이날은 1년 가운데 밤이 가장 길다고 하지. 옛날 사람들은 밤은 어둡고, 어두운 건 좋지 않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동짓날에 팥죽을 쑤어 먹었어. 팥죽 색깔이 붉어 나쁜 기운을 몰아낸다고 믿었거든. 또 팥죽을 여러 그릇에 나눠 담아 장독, 곳간, 방, 이렇게 집 안 곳곳에 놓아두었지. 집의 동서남북 방향에다 팥죽을 뿌리기도 했어. 팥죽에 정말 그런 힘이 있냐고? 글쎄…. 아무튼 우리 조상은 팥죽을 먹으면 잔병 없이 건강하게 겨울을 난다고 믿었어. 팥은 비타민이 많은 곡식으로 꼽히지. 다른 계절보다 과일이나 채소가 부족한 겨울철에 팥죽을 먹을 생각을 하다니, 조상의 지혜는 참 놀랍지? 동글동글 새알만 한 덩어리를 넣은 붉은 팥죽은 영양은 물론이고 정말 맛있어. 팥을 설탕에 졸여 만든 팥고물을 빵에 넣거나 빙수에 얹어 먹어도 맛있지. 참, 이삿날이나 제사를 지낼 때 나눠 먹는 팥 시루떡도 있어.

팥.
/그림=김시영(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곡식')
팥은 콩처럼 밭이나 밭둑에 심어. 언뜻 보면 콩이랑 비슷하지만, 팥이 콩보다 좀 키가 작아. 작은 나비 모양의 꽃이 지고 난 뒤 달리는 꼬투리도 더 가늘고 길지. 꼬투리 안에는 열 개 남짓 되는 씨앗이 들어 있어. 다 여물어 꼬투리가 올록볼록해지면, 줄기째 뽑아서 바짝 말렸다가 도리깨로 낱알을 떨어내. 떨어진 낱알은 잘 쓸어 모아 까불려. 키를 위아래로 흔들어 쓸모없는 것은 날리고 알곡만 남기는 거야. 팥알은 대개 자줏빛이지만, 희거나 노랗거나 거무스름한 것도 있어.

우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팥을 먹어왔어. 팥에 관한 옛이야기도 많지. 네가 아는 이야기가 있다면, 동짓날 긴긴밤에 들려주련?


박윤선 | 생태교육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