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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구가 없던 옛날… 기름 이용해 등잔불·호롱불 썼죠

입력 : 2013.12.17 05:37 | 수정 : 2013.12.17 09:02
전기가 들어오기 전에 산속 깊은 마을에선 호롱불을 썼어요. 호롱불 기름으로는 주로 석유를 썼지요.
전기가 들어오기 전에 산속 깊은 마을에선 호롱불을 썼어요. 호롱불 기름으로는 주로 석유를 썼지요. /김영훈 기자

1887년 3월 6일 저녁, 경복궁 안의 건청궁 앞마당에 설치된 두 개의 유리 공에 불빛이 켜지며 주변을 환하게 밝혔어요. 고종과 건청궁 앞에 모인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환호성을 질렀지요. "와! 불이다!" "불? 불이 아니라 빛이지!"

'인류의 두 번째 불'이라 불리는 전구가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어둠을 밝히는 순간이었어요. 그 뒤로 1900년 4월 10일에 종로에 가로등을 설치해 거리 조명에 이용했고, 1910년 부산에 전구를 만드는 공장이 들어서 우리나라 곳곳에 백열전구가 켜지기 시작했지요. 우리나라에 전기와 백열전구가 등장해 어둠을 밝힌 것이 이때라면, 그 이전에는 어떤 빛으로 어둠을 밝혔을까요?

구석기 시대에 불의 발견과 함께 잎나무(★)나 검불(★)을 모아놓고 모닥불을 피워 동굴의 어둠을 물리쳤고, 신석기 시대에는 움집 안에 화로를 설치해 컴컴한 내부를 밝혔어요. 하지만 모닥불이나 화롯불은 맹수와 추위를 막거나 음식을 조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어요. 어둠을 밝히는 목적으로만 사용된 조명의 등장은 횃불과 등불로 봐야할 것 같아요. 횃불은 싸리나 갈대의 묶음에 붙인 불을 말해요. 주로 밤길을 밝힐 때 사용했죠. 등불은 기름을 연료로 사용해 불을 켜는 것이에요. 소나무에서 나오는 끈끈한 액체인 송진에는 기름 성분이 있어요. 관솔은 송진이 엉긴 소나무의 가지나 옹이 부분을 말해요. 관솔에 불을 붙인 관솔불을 등불의 시초로 보기도 하지요. 그래도 등불 하면 동식물에서 얻은 기름을 연료로 삼아 불을 켠 등잔불이 떠오를 거예요.

등잔은 삼국시대 유물로 발굴돼 삼국시대나 그 이전부터 사용했을 것으로 짐작되지요. 고려시대를 지나 조선시대 말까지 우리 조상이 사용한 가장 기본적이고 대표적인 등불의 기구였어요. 1880년 무렵에 석유가 수입되면서부터는 호롱(★)에 불을 켜는 호롱불이 등장했어요. 전기와 전구를 사용하는 전등불의 사용도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고요.

복원된 건청궁이에요. 120여년 전 이곳 앞마당에서 전구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어둠을 밝혔다고 해요
복원된 건청궁이에요. 120여년 전 이곳 앞마당에서 전구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어둠을 밝혔다고 해요. /허영한 기자
촛불도 등잔불과 더불어 옛날부터 사용해온 조명이에요. 초는 불에 잘 타는 성질을 지닌 고체 밀랍(★)이나 기름을 원통형 모양으로 만들고 그 중심에 심지를 박아 만들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 유물로 금동촛대나 초를 자르는 가위가 발굴돼 이미 삼국시대부터 초가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어요. 그러나 초는 원료를 구하기 어렵고 만들기도 어려워 등잔처럼 널리 사용되지는 못했어요. 고려시대는 물론 조선시대에도 궁중이나 상류층에서나 사용할 수 있었고, 일반 백성들은 관혼상제 때나 관청에서 배급받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초가 귀했다고 해요. 실내에서는 촛대에 꽂아서 사용했고, 옥외에서는 초롱(★)이라는 등에 넣어 사용했고요.

전기와 전구의 등장으로 오랜 세월 어둠을 밝혀온 등잔과 초롱이 박물관의 유물이 된 것처럼, 백열전구도 박물관에서만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백열전구의 노란 빛이 왠지 다정스럽게 느껴지지요?

★잎나무: 가지에 잎이 붙은 땔나무.

★검불: 가느다란 마른 나뭇가지, 마른 풀, 낙엽 등을 통틀어 이르는 말.

★호롱: 석유를 담아 불을 켜는 데에 쓰는 그릇. 사기, 유리, 양철 따위로 작은 병 모양으로 만드는데, 아래에는 석유를 담을 수 있도록 둥글게 하고 위 뚜껑에는 심지를 박아 불을 켤 수 있도록 작은 구멍을 낸 형태임.

★밀랍: 벌집을 만들기 위하여 꿀벌이 분비하는 물질 또는 꿀 찌꺼기를 끓여서 짜낸 기름.

★초롱: 등롱이라고도 하며 대오리나 쇠로 살을 만들고 겉에 종이나 천을 씌워, 그 안에 촛불을 넣어서 달아 두기도 하고 들고 다니기도 하는 등.

지호진 | 어린이 역사전문 저술가